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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진년 Sep 12. 2024

풀잎처럼 눕다

풀잎처럼 눕다 / 허진년


불면은

새벽을 앞장세워 바다로 갔다


생각대로 파도는 마음 열어 놓고 기다리고

부서졌다 수습하여 당겨 안기를 반복하는 포말들

가슴이 먼저 수평선과 악수를 한다


여명이 벗어 놓은 신발 챙겨 신고

부풀어진 아침 해를 수직으로 끌어 올렸더니

절망처럼 희망도 아픔이라 시인한다


바다에 쏟아 내려고 챙겨온 속내는 잊어버리고

어판장 어부에게 해장술 한잔 빌려 마시고

마른 풀잎으로 눕는다


안다는 것이

깨닫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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