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어느 선을 훌쩍 넘어서니, 사랑이란 단어를 사용하기가 낯 간지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을 반전시켜보면, 나이가 들수록 더욱 간절한 것이 사랑이 아닐까?싶다. 사랑! 참 묘한 무게로 우리들의 삶을 지탱해주고 마음을 이끌어준다.
사랑과 행복이란 단어 사이에 어떤 단어를 상정하여 보면 정이란 말을 떠 올린다. 미운정고운정, 정 때문에, 정들자 이별, 정을 떼고 붙이고 보태고 나누는 과정이 있다고 생각 한다면 정이란 것이 사랑보다는 더 깊은 것 같이 들리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사랑의 과정을 만들어 가는 원천은 애정과 감동과 환희이다.그러나 많은 사랑의 속내평을 들어다보면 ,그렇지가 못한 경우가 더 많다. 자기들만의 인위적인 사랑의 틀을 만들어 놓고서 그 이유를 타당성이 있게 꾸미고 핑계를 대고있지않나 생각 해 볼 필요가 있다. 사랑 하나면 그 이외의 모두가 부수적인 것으로 결과를 설정하여 놓고그 후에는 경우 수만큼 온갖 핑계를 가져다가 붙이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들의 인간사 삶은 숱한 만남의 연속, 그 대상이 인간이든 생물체이든 무엇이든 간에 그 만남은 우연일 수도 필연일 수도 있다. 인연은 이런 만남을 시작으로 만들어지니까. 또한 숱한 만남의 끄나풀에서 사랑의 시작도 만들어지니까. 그 시작이 우연이라 하더라도 사랑으로 만났다면 큰 빛을 보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그 빛을 보지 못하고, 사랑 할 수도 있고, 나의 빛이 아닌 줄 알면서도 사랑이라 포장을 씌워서 이름표를 달아놓고과장 속으로 몰아 넣어가다가 후회를 하고, 더한 슬픔으로 만들기도 한다.
사랑의 기초는 그리움이고 그리움은 진실을 전제로 하여 사용되는 단어이다. 그리움이라는 것은 한 방향인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은 사랑 해보면 알게 된다. 주고 받음이라는 등식이 성립되지 않을 때가 있듯이 그리움이란 마음의 정점이기 때문이다. 사랑은 나 자신의 책임도 아니고, 상호간의 선택도 아니며 더더욱 실천도 아니고 그냥 가슴으로 흐르는 한줄기 물길이다.
사랑은 세상 어떤 섭리나 이치보다도 확실한 진리인 줄 알아야 한다. 우리들은 있는 그대로의 진실된 사랑을 만남으로 가꾸고 꽃피울 줄 알아야 한다. 사랑의 만남은 자랑이 아니다. 진실된 사랑은 가만히 느끼고 아껴 두어야 하는 법이다. 그런 만남은 누구에게나 때를 가리지 않고 찾아오며 그 감정은 모두 똑 같기 때문이다.
특히 인간들은 처음이란 단어에 상처를 많이 입는다.
사랑에서는 더욱 심하다. 무엇을 사랑하게 되어 특별한 설레임이 충만하더라도 오도방정이나 호들갑을 떨어서는 안된다. 그것은 사랑에 대한 확인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과장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은 누구에게나 오는 것이며, 나에게만 일어나는 기적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알찬 만남을 아름다운 그림으로 그려내도록 소중하게 존재시켜야 하는데 사랑은 내면 깊은 곳에서 그윽하게 바라다 보는 신기루라는 것을 잊기 싶다. 신기루라는 것은 눈 한번 깜짝하면 사라지고 실망감과 불안함과 미움으로 변화되기도 한다. 아름다운 신기루가 흩어지거나 사라지지 않고 언제나 제자리에 존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결국 사랑도 자기관리며 노력으로서 비로서 참사랑에 도달 하는 것이다.
누구에게 사랑을 베푼다는 것은 오만 일 수도 있다. 사랑의 대상에게 사랑을 준다는 것은 자기의 잘못된 편견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사랑은 내 것이 아니고 그냥 존재하고 있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원래 사랑에는 슬픔, 증오, 배신 등의 단어와는 연관이 없는 말이다. 사랑은 실패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과거시험 같은 통과의례가 아니고,사랑에 불합격이란 없으며 그대로 있어도 용솟음 치고 행복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아름다움으로 보일 때 사랑이라 할 수가 있다. 아름다운 세상을 볼 수 있게 만들어 가는 것이 사랑을 꿈꾸는 이들의 책임이다. 사랑은 자판기의 커피처럼 눌러서 쏟아지는 그런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랑은 만들어 붙인 미사여구나 화려한 치장을 벗겨 내어야 진정한 사랑을 볼 수 있다. 사랑은 있는 그대로도 황홀하고 아름답기 때문이다. 늦더위가 심술통을 부리고 있다.
어제 저녁에 조금 늦은 퇴근시간으로 인하여 헬스장 운동시간을 반으로 줄였음에도 집에 도착하니 밤 8시가 넘었다. 아내가 저녁밥 대신에 아롱사태 수육을 배식하였다. 고마운 마음으로 맛을 더하여 포도주 한 잔씩 나누어마셨다. 내년 4월이면 결혼 40주년이다. 말보다는 슬쩍 스쳐보는 눈길이 이 나이에는 사랑이라고 우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