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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진년 Sep 16. 2024

필부필부匹夫匹婦로 살자!

필부필부匹夫匹婦로 살자! / 허진년


반짝 불 붙었는가 싶다가 하얀 재로 사그라지는 인생 한 쪼가리, 그 한쪼가리 중에 한가위 추석이다.


어떻게 보면 아침에 해 뜨면 발딱 일어서 눈꼽 떼고 밥 챙겨 먹고, 목숨 걸고 일하고, 해가 지면 에휴~ 한숨 한자락 토하고는 엎어져서 다시 잠이 들고 한다.


살아가는 일상은 같은 모양이지만 그 본질을 가늠하며 살아간다는 것이 사치일 수도 있다. 그러나 본질을 깨닫고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원칙은 그 어느 시대에도 변화하지 않는 것을 생각하면 매사 덤덤하게 살아갈 수도 없는 것이 사람 팔자가 아니겠는가?


흔히 평범하게 사는 것이 아주 쉬운 것인 듯 우리들은 말을 한다. 그냥 그냥 자냥거리며 살지, 사는 것이 대수냐고 중얼거리기가 쉽지만 평범하다는 말은 정말로 어렵다. 그래서 중도가 가장 깨우치기 어려운 도라고도 하니까?


조선말기 소설인<삼설기三說記>에 실린 삼사횡입황천기의 내용을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저승사자가 들고 있는 명부에 없는 세 선비가 잘못 이끌려 저승으로 갔다. 염라대왕은 환생을 시켜주되 소원 한가지씩을 들어 주기로 하였다. 문관 및 무관의 벼슬을 원한 두 선비는 소원대로 염라대왕의 승낙을 받아 그대로 환생을 하였는데 나머지 한 선비는 <어진 부모님 모시고 착한 아내와 아들 딸 손잡고 오손도손 살게 해달라>고 하였다.


그 말에 염라대왕은 버럭 역정을 냈다.

염라대왕인 나도 못 누리는 꿈을 네가 바라느냐? 하고 호통을 하였단다.


그렇다.

있는 그대로의 삶, 도교적인 사상을 빌려 오지 않더라도 일상적인 소시민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아주 큰 행복이다라는 것은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자신의 느낌과 의지대로 자연스럽게 산다는 것, 흘러가는 물결에 실려 산다는 것, 세속적인 가치를 흐트리고 벗어버리는 용기가 없기에, 하나의 존재로의 가치를 가진 평범이란 것은 이미 존재하지도 않을지 모른다.


흔히, 일반이라고 부르기 위해서는 어떤 하나의 확정된 범주 안에서 보편적인 특성을 가진다는 말인데 철학적인 견해로 견주어 보면 그 무거움에 지치고 마는 것은 인간으로 태어나서 산다는 것이 그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자연의 법칙이기도 하는가 보다.


고작 100년도 존재하지 못하는 가엾은 인간이라는 생명체로서 태어나서 하고 싶은 것 챙겨 하면서 바람결로 살고지고 그러기를 희망 하지만 그래, 그 평범함이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근본임을 알아 챙기며 살아가자.


나 자신의 인간 가치를 결정 짓는 것은 내가 얼마나 높은 사회적 지위나 명예 또는 얼마나 많은 재산을 갖고 있는가가 아니라 나 자신의 영혼과 얼마나 일치되어 있는 것인가? 이라는 것을 깨우친다면 그저 평범하게 살다가 자연의 섭리를 거역하지 않고 조용하게 사그라져 가는 것이 최상의 삶일지도 모른다.


횡설수설 하면서 조용한 가을 속에 앉아 있다가, 한가위 추석명절이니 고향으로 간다.


고향, 추억이 있으니

얼마나 좋은 곳인가?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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