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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진년 Sep 18. 2024

어쩌다보니 어른이다

어쩌다보니 어른이다 / 허진년    

 

한가위 추석 5일 연휴의 마지막 날이다. 어제 늦은 시간에 귀갓길 고속도로는 중간중간에 막힘과 풀림을 되풀이하였지만 고향방문이 잘 갈무리 되었다. 다행히 어제 밤에는 경향각지에서 보름달을 볼 수 있는 날씨로 국내를 비롯하여 세계여행 중인 지인들을 비롯하여 여러 곳에서 사진으로 보름달 모습을 올려준다. 한낮의 날씨가 30도를 훨씬 웃돌고 습도도 높고, 가을볕까지 더하여 덥고 따깝기 까지 하는 날씨의 2024년 추석연휴이었다.     


그래도 명절은 명절이고, 조상님들을 찾아뵙고, 공경하는 성묘행사는 하여야하니 구슬땀을 흘리며 나름의 정성을 들였다. 올해는 대문중 유사직책까지 맡아서, 음식장만과 성묘진행, 문중회의 주관을 하는 관계로 형님, 아내와 아들들, 조카와 질부들의 도움으로 무더위를 극복하면서 잘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문중 항렬 순위로는 최고 반열이다. 문중 세수표를 다시 들어다보아도 내 위로 살아계시는 어른들은 손가락으로 세어도 다섯 안쪽이다. 다른 의미로 집안의 어른이 된 것이다. 어쩌다보니 어른이 되어 있었다. 이제 어쩔 것인가?


어른이란 구체적으로 현실을 바라보는 능력, 충돌을 컨트롤하는 능력, 자신을 긍정하는 능력, 소신껏 행동하는 능력, 사람들과 공감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 한상복 작가의 책 <어른의 것> 중에서 -     


어른은 불안을 안 느끼는 사람이 아니라 불안해도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다. 나이를 먹는다고 어른이 가져야 할 태도와 능력이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경험과 깨달음이 시간과 함께 깊어질 때 어른의 자질을 지니게 되고, 그렇게 어른의 것을 갖출 때 우리는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살 수 있다. 삶이 간단치 않다는 것은 쓸수록 마음이 자라고 커진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터득하는 것이다. 어른이 된다는 느낌은 불안과 두려움을 여유와 자신감으로 바꾸는 힘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내가 나의 버팀목으로 굳건함을 알고 견디는 것도 하루하루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이 곧 삶이기 때문이다.      


집안의 서열이 높아질수록 체력은 자꾸 떨어지는데 눈매만 날카롭게 빛나는지 자꾸 마음에 들지 않는 곳곳의 단점들만 많이 보고, 또 보이는 것들도 다양해진다. 그래도 심중을 단단히 굳히고, 입을 다물고, 현실을 직시하는 힘을 키워야 하는 세태이기도 하다.     


어쩌다 어른이 되었으니, 세월을 탓하지 누굴 탓할 것인가? 올곧고 반듯하지는 못하더라도 직분이나 역할만이라도 제대로 하도록 자신을 점검하여 내면의 자아를 찾고, 외면으로 인생의 가치를 정리하여 후손들에게 무엇이든 잘 물려줄 것들을 만들어 선물하도록 노력하자.   


먼저 세상을 살아가신 많은 선조님들, 부모님들도 이런 가을볕에 앉아서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쓸데없는(?) 노파심을 챙겨 보셨을 것이다. 그 반복됨이 오늘날의 우리들을 있게 하는 근본이고, 보살핌이었으리라. 그리고 그 연속성이 인생살이 아니겠나?


자신의 무지함을 인식하는 것이 앎을 향한 큰 진전이라 하였으니, 이것 또한 발전이라고 우겨보면서 추석연휴 마지막날 아침에 아내가 구워낸 안동 배추전을 간장종지에 찍고 있다. 조상님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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