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기억으로 돌아온 사람들은 박수치며 악수를 청하고 안부가 궁금하여 귀를 열고 서 있는 바위에게 기억을 독촉, 염원, 의례까지 담아 물상의 이력을 요구하는 그들은 세력가들이였다 권력은 태양을 상징하여 바다를 새겼고 뜻을 전달하는 달은 들판을 넓혀 비와 천둥까지 보태어 쪼개거나 긋거나 갈아서 비밀통로를 확보하고 비범한 자들이 문양을 해석하는 행렬의 맨 앞에 서서 목청을 열고 있다 쓸데없는 사설은 후대가 덧붙였고 그 때는 우주를 꿈꿨던 과학이었으리라
우쭐함이 개입된 역사의 경계를 허물고
기쁘거나 갑갑해진 감각의 부재를 감당하지 못하여
세상 하나를 견뎌낸 부활의 흔적이리라
천전리 각석 / 허진년
역사는 인간을 증명하고 인간은 의식으로 새긴다
반구대를 스쳐 지나는 바람결에 조상님들이 천상과 내통했던 풍혈자리 있다기에 마음을 먼저 보내고 그림자로 스며들었더니 덧그려진 글바위 틈새마다 두런두런 행렬이 아직도 지나가고 있다 숱한 소문 중에 마디마디만 골라 듣는 귓전을 벗어나는 생각까지 챙겨 바람벽을 쌓아 공경을 만들고 권력자의 원명과 추명의 간절한 원력으로 남긴 선과 구멍에는 주술적 풍속을 긋고 갈아서 새겼다 시대의 성스럽고 영험함은 신앙을 만들었고 대곡천 구곡을 헤매던 시인묵객들까지 까칠한 덧칠로 여백을 매웠다
굽어진 물줄기를 건너다보면 누군가를 만날 것 같은 낌새를 느낀다 아마 내 목덜미를 쫓아오는 후대들도 여기저기 들여다보고 지껄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