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茶花 / 허진년
하루가 눈꺼풀을 당겨 내리는
신호등 발등을 밟으며 찾아간 술집 허리춤에
애기동백 한그루가 애인처럼 서 있고
바람이 엉덩이로 밀어준 문틈으로
겨울밤은 다정하고 따뜻하다
술잔이 말보다 빠르게 속을 비우고
어설픈 취기가 속내를 훔쳐보다가
꽃말을 핑계 삼아 고백을 한다
여천천 철교 지나가는 밤기차 울림보다
더 덜컹거리는 가슴을 주체하지 못하고
뿌리까지 젖어 가슴을 연다
그래
꽃잎처럼 붉은 마음 맞대어
저녁부터 새벽을 기다리는 바람으로
계절 하나를 지우고 봄을 기다린다
벌써 춘풍 불어오는가 보다
꽃봉오리가 입술을 달싹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