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세대라면 당연히 10월 31일에는 의미를 부여한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짐막 밤을 ~ 이라고 흥얼거림이 절로 나오기 마련이다. 그런 10월의 마지막 날이 지나고 다시 11월의 첫날 새벽을 맞이했다. 아. 그리고 나는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퇴사를 했다. 그 이후 어영부영 3주가 지나가면서 의욕만 앞섰던 독서삼매경은 미혹하기 그지없고, 아무렇게나 널부러진 책들은 절벽에 매달린 절박함이 묻어나 가까스로 책꽂이에 달랑달랑 매달려 있을 뿐이다.
퇴사를 하고 새벽같이 출근을 재촉하던 버릇도 있으려니와, 이 3주간 생활패턴이 바뀌면서 초저녁에 취침하고 새벽 3시에 깨어 있는 더 부지런한 early bird로 변해버렸다. 만약 이 새벽에 깨어있다면 혹자는 지금까지 뭘 하긴 한 건가 싶겠지만, 나는 이 시간에 기상해서 깨어 있는 참이다. 새벽이 주는 묘한 에너지가 주위를 감돈다. 점점 더 가을이 깊어가고 기온 차가 크지만 새벽공기를 한껏 마중하기 위해 창문을 열어놓고, 온기 가득한 머그잔에 담긴 커피를 음미해 본다.
서서히 가까운 지인들에게 나의 퇴사 소식을 전달해주고, 또 우연인지 오랜만에 절로 연락을 해오는 지인들에게 같은 내용의 용건을 말한다. 모두들 다 잘 될거라는 긍정의 메시지로 나의 멈춤에 대해 새로운 도약의 출발선을 그어준다. 그렇다. 이제 나는 다시 경주에 나선 선수처럼 심판이 On your marks, get set, go!를 외치기 전 바짝 긴장된 모습이다.
별 다른 걱정과 준비도 없이 무작정 박차고 나온 직장. 100세시대를 떠올려 보면 아직도 해는 반나절이나 남았는데 하는 생각에 시름 한 사발 후딱 들이킨 기분인걸 인정한다. 앞으로 신체적 정신적 그리고 영혼의 건강을 낙관할 수 없지만, 왜 대책도 없이 100세를 산다고 하는지. 도무지… 그 답답함에 막연함에 낙관적일 수 만 없다.
지금 혹여 나와 같은 전직 직장인들의 생각이 궁금해지는 새벽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