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와 199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 대학에는 학문의 깊이와 지식인의 양심과 멀리 보는 식견을 두루 갖춘 큰 인물들이 있었다. 고려대학교 김경원 교수, 김인수 교수, 김우창 교수, 연세대학교 함병춘 교수, 서울대학교 이준구 교수, 조 순 교수 등을 기억한다. 함병춘은 (아래 사진에서 왼쪽) 박정희정권에서 주미대사까지 지냈고, 김재익과 더불어 전두환 청와대 비서실에서 각기 비서실장, 경제수석으로 일하다가 1983년 10월 버마 아웅산묘지에서 비극적으로 죽었다. 함병춘은 3대 부통령을 지낸 함태영 선생의 아들로서 초대 대법원장 김병로의 손자인 김종인과 더불어 지금 한국사회 최정점에서 온 나라의 정관언론계를 호령하는 씨족재벌 패밀리들에게 굴복하지 않고 그들을 깔보는 가풍을 이어가고 있다. 요즘에는 이렇게 씨족재벌과 정치권력 앞에서 굴복하지 않는 교수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 함병춘의 아들이 함재봉 교수로서 연세대학교를 정년퇴임하고 한국학연구원장으로 봉직하고 있다. 미국에서 공부한 그가 한국정치사상사에 정통한 것을 이번에 새로 알게 되었다. 여기 동영상에서 <한국인의 탄생> 시리즈를 통해 체계적으로, 그리고 한중일 동아시아 맥락에서 한국의 사상적 전통을 풀이하고 있다. 다른 데서 보기 어려웠던 깊이의 내용을 쉽게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