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지 않은 초콜릿, 달콤한 대한민국

by 류정uk

(미군 트럭에서 떨어지던 초클릿, 오늘 만난 Eka까지 - 하루 동안 느낀 한국)


나는 올해 일흔이고, 아직 초콜릿 맛을 모른다


그래서 내 기억 속 “옛날”은

40년 전이 아니라 60년 전이다.


그때 나는 초콜릿을 먹어본 적이 없다.


아니 지금도 모른다.


사람들이 가끔 묻는다.

“어떤 초콜릿 좋아하세요?”


속으로 생각했다.

‘좋아하는 단계까지 가본 적이 없는데…’


내 기억 속 초콜릿은

가게에서 사 먹는 것이 아니라

가끔 미군 트럭 뒤에서 날아오던 물건이었다.


그 순간이 오면 아이들은 달렸다.

먼지 속에서, 서로 밀치고 넘어지면서

땅에 떨어진 것을 집어 입에 넣는다.


그게 초클릿이였다.


맛?

그건 분석 대상이 아니었다.

그냥, “달다”라는 사건이었다.


나는

찹쌀떡 맛은 알고

붕어빵 맛도 안다.


그건 우리 세계 안에 있었으니까.


하지만 초콜릿은 끝내

내 세계 안으로 완전히 들어오지 못했다.


우유도 마찬가지다.

그 시절에는 없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우유를 마시면

내 몸이 놀란다.

소화는 못 하고, 결국 방귀로 결론을 낸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이건 단순한 체질 문제가 아니라

“역사적 반응”이라고.


그러던 내가, 오늘 -

나는 밀양역에서 Eka를 만났다.

Couchsurfing을 통해 온

인도네시아의 IT 컨설턴트.


눈이 맑고,

세상을 처음 보는 사람처럼 감탄하는 사람이다.


점심을 먹고 강변을 걷는데

그녀가 갑자기 멈췄다.


“이거 뭐예요?!”


나는 깜짝 놀랐다.

“신호등인데?”


“아니! 공기 질, 오염도까지 나와요!!!”


그다음부터는 거의 공연이었다.


“파라솔이 자동으로 펴져요!!”

“길이 세 개예요! 사람, 자전거, 맨발의 모래길!!”


짧은 산행을 마친 뒤, 그녀가 또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 트레일 끝까지 왔는데도… 신발 먼지 털어주는 건 기본이고, 거의 사람 통째로 탈탈 털어주는 기계가 기다리고 있다니까?!”


“왜 이렇게 다 친절해요?!?!”


나는 점점 작아졌다. 외국인한테 내 나라를 배우는 기분이랄까.


결정타는 밀양 영남루 앞의 버스정류장이었다.


작은 공간 안에

TV, 실시간 정보, 혈압계, 충전기,

그리고 따뜻한 의자.


Eka가 말했다.

“이건 나라가 아니라… 서비스예요.”


그리고 잠시 후, 그녀가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사실 일본 먼저 갔었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본도 좋죠.”


그녀가 말했다.

“네, 좋은데…

한국 와보고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어떻게요?”


“일본은 잘 만들어진 나라 같고,

한국은… 사람을 위해 계속 움직이는 나라 같아요.”


나는 그 말을 듣고 웃었다.

정확했다.


우리는 멈춰 있는 완성이 아니라

계속 업데이트되는 나라다.


그때 문득 생각했다.

Eka는 왜 한국에 왔을까.

K-드라마? 음식?

컴백 공연 첫날밤 4백만 장의 앨범을 팔아취웠다는 BTS?

이유가 뭐든 - 그녀는 왔다.

미군 트럭 뒤에서 초콜릿을 주워 먹던 나라로.


집으로 돌아오는 길, Eka가 말했다.

“한국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나라 같아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나는 아직도 초콜릿 맛을 모른다.

우유도 잘 못 마신다.

우유를 마시면

내 몸이 깜짝 놀란다.


“야, 이거… 처음 보는 물질인데?”


소화는 잠시 고민하다가

조용히 포기한다.


그리고 대신 -


전략적으로 방출한다.

뽀오옹,

줄줄이 ‘뽕’이다


하지만

이 나라, 대한민국의 맛은 안다.


배고픔에서 시작해서

여기까지 올라온 맛.

그리고 이제

그 맛을 세상에 나눠주는 나라가 되었다.


대한민국.

초콜릿도 못 먹고 우유도 못 마시는 나를

그래도 여기까지 데려온 나라.

고맙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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