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1

by 유월

중간에 서술하면 글이 상할 것 같아 먼저 공지합니다. 앞으로 쓸 기호들의 이름 및 발음입니다.

ㆆ: 여린히읗, 파열음-짓이겨 우는 소리

ㆅ: 숨을 모두 불어넣는 히읗 소리

ㅿ: z나 v에 가까운 떠는소리

ㅱ: 힘이 빠진 미음의 소리 (ㅁㅎ으로 읽으면 간편함)

ㅸ: v의 소리, 또는 힘이 빠진 비읍의 소리

ㆄ: f의 소리, 또는 힘이 빠진 피읖의 소리

ㆀ: 실제 발음이 따로 없으나, 콧소리를 포함한 이응을 표현하기 위해서 사용

ᄙ: 실제 발음이 따로 없으나, 외국어 특유의 r발음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

표기는 그 문자에 가장 비슷한 문자 중 기본자 덧대어 표기합니다. 예를 들어서,

ㅱ미소(미소), 비ㆅ앵기(비행기), ㆆ월말ㆄ명가(월말평가)등으로 표기할 예정입니다.

이외의 표기:

~: 조금씩 떠는 목소리로, 우는 목소리로

=: 숨 하나로 쭉 이어서

_: 숨죽여서, 작게

*: 숨이 조금 빠져 긁는 목소리로

^: 기쁨에 절여진 목소리로

/: 위 다섯 기호가 끝나는 부분, 이것이 등장하지 않는다면 위 세 기호는 끊어지지 않음

/(?): 물음표 내용의 기호 영향력만 삭제

?(!): ?의 감정선이 강한 문장, 표기 강조


마지막으로, 제 소설을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따라 읽는 것'이라는 말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제일 처음 사귄 친우는 고양이였소. 모두가 상실감에 젖어 뒷골목을 방황할 때, 고양이 한 마리가 우리 앞에 앉아 앵앵거리는 게 아니겠습니까? 참 이상한 일이지. 여느 고양이라면 얼른이라도 꽁지 빠지게 도망쳤을 탠디 말이오. 내가 물었으리다.

아 고양아. ㆆ아 아 고양아. ㆅ음-고양아. 왜 그리도 슬피 우느냐. 구슬피도 우는구나. 그래-우리만 하겠느냐?

아 고양아. ㆆ아 아 고양아. ㆅ음-고양아. 미안하구나. 쳐다보는 것 외엔 무능한 나라서.

참 운 나쁜 고양이 아니오? 새 대륙에 태어났음 배불리 먹었건만, 왜 여서 태어나 고생이오. 그런데 우리 어르신이 그 고양이에게 생선 하나를 건네주었소. 기껏 물가도 미쳐 올라가는 와중에, 국가에서 챙겨준 식량인데. 땅바닥에 버리는 것이 살길이란 말입니까? 내가 그에게 물었지.

왜 아까운 생선을 땅바닥에 버리십니까? 그럴 거면 나나 주지.

그러니 그가 하는 말이

이게 사는 길입니다. 저 고양이를 보십시오. 뭔 죄가 있겠소? 오래간만에 가족 생각나고 좋지 뭐.

라며 껄껄댑니다. 저는 뭐 노망 난 영감인 줄 알았지요. 아양 떠는 고양이에 간지럽지가 않았소. 눈물이 나지는 않았소. ~절대 딸이 생각나 훌쩍이지 않았소. 마른 목, 미지근한 물로 축이고는 텁텁함을 느꼈으리다./ 나는 참 멍청이이외다. 풀썩 주저앉아 마주한 고독은 꼬리뼈부터 두개골까지에 스며들었소. 내게 다가오는 고얀 이에게 저리 꺼져라 이놈아! 하고 소리 지를 때도 마음이 편치 않았소. 텅 빈 머리통과 씁쓸한 가슴을 쥐어 잡고 두통에 휘말렸소. _ㆅ아-아 상사병에 걸려버린 게지요./


그 고양이를 다시 본 건 며칠 뒤였습니다. 점점 녹아내리는 고양이가 어르신을 향해 터덜거리는 게 아니겠소?

아 고양아. ㆆ아 아 고양아. ㆅ음-고양아. 왜 이제야 오느냐. 왜 이제야 오는 것이냐.

목구멍이 따갑고 억울함에 코가 익었으리다. 다리 하나를 절뚝이면서. 온몸은 매질당하고. 아마 죄가 있다면, 너무 순진했던 죄였겠지. 너무 명랑했던 죄였겠지. 근데도 우리에게 다가오는 게냐? 우리에겐 다가오는 게냐? 흙 묻은 손으로 고양이를 쓰다듬었소. 고양이는 무릎에 풀썩 주저앉았소. 여린 숨이 무릎을 스쳐 지나가오. 몸에 든 힘이 점점 빠져드는 것이. 점점 숨소리가 옅어지는 것이.

눈물이 고여 시체 하나를 적셨소. 아직도 어르신의 말이 와닿지가 않습니다. 그게 ㅱ뭔 사는 길이었단 말입니까? *고얀 놈. 나쁜 놈. 왜 아양 떨지 않는 겐가?/ ~왜 나를 쳐다ㅸ뫄주지 않는 겐가?

=ㆅ아아- 고양아. 아- 고양아. 음, 고양아. 아니다. 말을 말자./ _푹 쉬려무나./


_그대여. 너무나도 아름다운 그대여. 친애하고 존경하는 그대여./ 이제야 이야기를 시작하는군요. 잘 들어줄 수 있겠습니까? 쓰라림과 고통으로 가득한 이야기는 프랑스에서 시작하여 프랑스에서 끝난다오. 이미 고름이 앉은 기억과 열상으로 가득한 인류는 그때의 이야기를 상상조차 하기 싫어합니다. 허나 어찌 과거를 짚지 않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겠소? 과거에 연연하지 말게, 그리고 눈물로 과거를 털어내게. 새 세상이 도래할 때 짐 없이 만끽할 수 있게.

때는 1938년 겨울, 바람조차 숨 죽인 저녁이었지요. 눈 살포시 날리며. 추운 바닥 위에 부랑자들이 모여듭니다. 오들오들 떠는 군중은 한 곳에 모여서도 고독을 만끽하오. 이 고독이란-방치와 고통으로 터전이 다져졌더군요. 벌건 두 손을 모아 바람을 ㆅ우 하고 부니, 허연 연기가 명쾌하게 하늘로 치솟으리외다. 근데, 사람들 눈빛이 모두 카를루스의 성창마냥 날서있는 게 아니덥니까? 마치 모두가 뭔가를 고대하는 것처럼. 기쁨도, 슬픔도 아니덥니다.

어르신은 신문을 껴안고 추위에 끙끙대셨소. 근데, 오스트리아가 사라졌다네? 이게 무슨 일이오. 몇 개월도 전에? 하루아침에 누군가의 조국은 잿더미가 되어 기억 속에 반짝입니다. 정의를 수호한다던 연맹은 이제 꼭두각시가 되어갑니다. 수많은 이들이 여러 곳으로 부랑하겠지요. 누구는 프랑스로, 또 누구는 폴란드로. 어떤 이들은 독일로 넘어가 외인취급을 면치 못하며 서글픔에 살아갈 것이외다. 동업자가 늘었다고 기뻐할 사람은 우리뿐 더하겠습니까? _*아니오, 우리조차 기쁘지 않소./

세상은 점점 달라졌으리다. 이제는 각 잡힌 군홧발 소리가 땅을 짓누르며 온 천하를 뒤덮으오. 마치 땅이 '곧 피에 절이겠구나' 하고 체념하는 듯했소. 차-암 안락하고도 편한 세계이올시다. 시민의 배는 가뭄에 요동치오. 허나 그 누구도 그들의 고통을 들어주지 않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으리. 전투는 끝났지만 전쟁은 끝나지 않았으니 말이오. 자연스레 이성을 읽고 눈을 뭉쳐 베어 먹는 이들도 생겨났소. 빵이 없어. 아니-ㆅ이, *빵을 만들 수도 없댄다. 세상이 개판이야 개판./

시체처럼 서린 입김이 바람에 날립니다. 제 옆엔 창백한 쥐 하나가 너덜해져 잡니다. 위엔 신문지 하나가 덮여있군요. =ㆅ아아-. 따듯하느냐?/ 이런 거 덮어줄 이는 하나밖에 없소. 어르신 아니겠습니까? '뮌헨 협정 체결. 평화는 유지되었다. -10월 1일 자-' 허, 참. 누가 그랬지요. 이제 평화만이 가득하리라 하구. 평화는 언젠가부터 전쟁보다 더 스산한 말이 되어버렸소. 평화의 감탄이 신문에 실릴수록, 민중은 두려움과 추움에 떱니다. ~그리고 눈을 감습니다. 숨소리조차 겁나기에 말입니다. 어쩔 수 없구나. 제 고향 파리에 더 오래 머무르지는 못하겠군요./

=ㆆ아, 그대여./ 아직 시작되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시작되지 않은 것들이 가장 잔혹하다는 것을, *나는 너무나 잘 아오./


시간은 지나 제가 방랑한 지 어느덧 5-6년이 다 돼 가는 날이외다. 이제 나이는 46이여 말인데, 늙기도 늙었소. 날일은 또 1939년 8월 24일이었지. 전쟁은 끝난 지 어언 스무 해를 넘었고, 사랑하는 두 딸은 지금에 고향에서 잘 뛰놀겠지요. =이미 군홧발에 짓밟혔지마는- 저 아니라고 믿소./ 매 밤마다 찾아오는 것이 살아있다는 증거 아니겠습니까? 아침이 오고 해가 하늘에 밝으면 다시 뽈뽈거리며 돌아가오.

어르신은 저를 보며 혀를 끌끌 찹니다. 등을 두들깁니다.

그래 보내주시오. 하늘 가서 아비 우는 꼴은 도저히 못 보지 않겠습니까?

~죽었다구요? 천만에. *울림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소름이 서서히 제 몸을 적십니다. 차갑고도 낯선 태양이 피부를 베어내듯 내리쬡니다-./(*) ㆆ아-. ㆆ아-. 공허의 감정이 몸을 집어삼키오. 파란 하늘에 울려 퍼진 작은 총성이 이래 무섭더라. 총성은 끝의 상징 아니덥니까? 왜 나를 무한의 굴레에 가두는 것이오./

안 죽었습니다. 잠시 쉬는 것이외다.

_*희망은 저를 지옥으로 이끕니다./

근데 이건 무슨 일입니까? 공산당 놈들이 우리를 혁명의 붉은빛으로 이끄려 하더마는……. ㆆ이제 독일과 손 잡고 세계를 무너뜨리려 하는 겁니까? 아님 새 대륙을 뭉개려는 겁니까? 신문에 대서된 사실은 우리도 아오. 심지어 이리 미친 사건은. 국가주의와 공산주의, 극단성의 극을 달리는 두 국가가 세계를 양분하려 손을 잡았소. 내용도 별 없는 깔끔한 조약이나, 그럴거면 이래 왜 협정한단 말입니까?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감상입디다. _대전의 악몽이 속에서 꿈틀거리오. 구역질이 나오는 바로 그 감정이. 직감과 본능이 섞여 구조를 외치는 그 느낌이. ㆅ어휴./


심각성을 모두가 깨닫게 된 것은 일주일도 더 됐을 때이외다. 불쌍한 폴란드. 이제는 신(新) 제국주의 시대의 발판이 되어버리는군요. 파시즘은 사그라들줄을 모릅니다. 자국을 위해 죽을 수 있단 말이오? =낭만의 국가에서도 이래 자살하지는 않았소./ 그럼 몇천 국민의 목숨을 손바닥에 두고 살육을 위해 힘쓰는 게, 진정 국가란 말입니까? 독일이 살해하는 게, 진정 유대인들이란 말입니까? "국가를 위해서!" 외치는 군주 중에 선군 하나가 없더라.

프랑스의 미래를 위한다던 데아(프랑스의 정치인)는 이제 '왜 단치히를 위해 죽어야 하는가'라며 헛소리를 늘어놓습니다. 그럼 저 패전국이 열등감에 찌들어 전범국으로 전락하는 모습을 우리 프랑스가 지켜보고만 있어야 한다는 말이오? 지식인과 자유, 낭만의 국가는 이제 악신을 옹호하는 꼴이라니. 언제부터 프랑스가 이래 되어버렸는지. 이게 어찌 반전운동이오? 이건 옹호론이라. 어떤 수단을 통해서라든 악을 막아야 하는 것 아니겠소? 군사들은 저 우매한 운동에 휩싸였는지. ㅸ멘치에 편히 앉아 놀고먹는 꼴이라니.

방랑인들의 절반도 이 운동에 참여하였소. 교육도 못 받은 작자들이 이런 걸 의견이랍시고 내세우다니. 세상에 독재자 깃발이 휘날리는 한이 있어도 지 총 들고 돌진하는 건 싫다는 이야기군.

내 고향 ㆄ먼스(France). 사랑하고도 부끄러운 제 고향이외다.

^À bientôt! (ㆀ아 ㅸ미앙토-ㅌ!) 내 사랑, 내 조국 프랑스여!/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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