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어르신? 이제 눈뜨시는 꼴 못 보면 잠에 못 들겠습니다.
내가 미안하네. 자네 괴롭히는 꼴 아닌가 하오.
제 하나론 아무것도 못하는 머저리이외다. 허나 그대가 삶을 나눠주시니, 오히려 감사해야 할 따름입죠.
어르신은 모든 방랑인들에게 희망을 가져다주는 존재였소. 때로는 진솔하게, 때로는 화목하게. 화합 없는 냉소론자들 사이 낙관론자. 제 딸들 보고파 울적일 때면 항시 나를 쳐다봐주던 인도자. 그가 눈을 감을 때 모든 부랑인들은 그의 숨소리가 들리는지 감시한다오. 프랑스 2국 폐할 때 태어나, 지금에야 65년에서 39년까지 살아계신다지요. ~이 나이에 밥도 제대로 안 드시고, *그나마 얻은 빵은 우리에게 나누시고. _생선은 고양이들에 버리는 모습은 참 안쓰럽습니다./
다음날 아침이었던가? ~어르신, 어르신! 왜 눈을 못 뜨시나. 왜 숨을 안 쉬시나./ *패닉에 빠진 나는 그를 잡아 흔들고. 내려앉은 심장은 요동치고. 힘 빠진 팔과 볼은 아래로 흘러내려 삶과 죽음 사이를 직시합니다. 울먹이는 숨소리로 피로에 잠긴 눈꺼풀은 무게에 드오. 온 힘을 다해 들어 올리니 아무 변함이 없으리. 현실을 인정할 수 없으리오, 그는 이제 어떻게 되는 것이리요. 차디찬 손은 뜨거운 눈물에 부드러움을 얻습니다. 허나 _다시 뛸 수 없는 맥박은 나를 발랄히 놀리더라./
=ㆅ아- 두통아. 그만 나 좀 내비두라./ 왜 나 하나 못 죽여 안달인 것이오. 혼자 죽으리? 차피 미련도 없는데.
=ㆅ아- 인생아. 그만 나 좀 내비두라./ 왜 탁한 세계를 이래 만드오.
고양아. 고양아. 보고-있느냐? 니 그렇게도 챙기든 어르신은 네 곁으로 떠났다. 해봤자 5-6년이나 있었는데, 아쉬움 따위 있겠냐? =갈 때 돼서 가신거지. 호상이네 호상. 기쁨에 웃음이나 새어 나오네./ 하나 슬프지 않소. 하나 아프지 않소이다.
어르신은 벌써 네게 떠났더니만. 안 그리오? 모두에게 희망을 건네어준 별이 지오. 나는 이미 무너져버렸으리. 모든 방랑인들은 이미 메마른 눈으로 마른 눈물을 흘리지. 아- 이미 눈물샘이 끊겨버려가, 어쩔 수 있나.
여ᄙ너분!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합니다! 무너지지 않는 한 ㅿ난치히는 폴란드의 영토이고, 사ᄙ나지지 않는 한 ㅿ난치히는 폴란드에 종속된 국가이지 않습니까? ㅿ난치히를 넘겨준다고 전쟁은 끝나지 않습니다. ㅿ난치히는 시작에 불과하니까요.
사람 하나가 군대에게 붙어 징징댑니다. 드ᄙ네ㆄ뮈스가 기소된 이후에 육군이 유대인 박해의 원천이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을 텐데…. 군대는 독일의 편이오. 근데 어찌 저자는 어색한 프랑스어로 반파시즘을 외치는 것이리? 강세로 보아선 독일 출신이 아닌가 헌데. 군대가 지나간 후까지 자신의 논리를 전하는 그의 언변은 게오르기우스의 검날이외다. 주린 배를 잡고 다가가 그게 물었지.
어디 출신이오? 언변이 탁월하여 감탄에 젖을 정도라. 혹여 정치인이나 언론인인 것이오? 내 그대와 친우가 되고 싶소. 세상이 흉흉하여 당신과 같은 자가 드무니 말이지.
저는 독일 출신의 미카엘 코ㆄ므라 하옵니다. 유대인 언론인으로 활동하였으나, 크ᄙ니스탈 나ㆀ으트(유대인 학살 사건) 이후 도주하였지요. 국경을 4개나 넘어 프랑스로 왔소. 나와 같은 사상을 가진 이를 보니 참 반갑구만 그래. 그대의 투쟁을 응원하오. 이래 보면 꽤 부르주아 출신인 듯 헌데, 어찌 이리 방랑하는 것입니까?
삼십 중반이나 돼 보이는 남자는 울림 있고도 높은 목소리로 나를 반깁디다. 맞소. 이 자가 그대의 친우 미카엘이오. 어린 시절의 당돌하고도 씩씩한 모습은 그 나이가 돼서도 하나 사라지지 않았으리다. 나는 그와 참으로 오래간만에 진실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소. =우매한 민중이 아니라 이 자가 진정 프랜치 아닙니까?/ 참된 지식인은 한마디 한마디가 낡은 세계를 휩쓰는 폭풍이어야 하는 법이라. 세상에 대한 깊은 사랑, 모두를 위한 사유는 진정한 자유를 만든다오. _*그게 망명이든 추방이든 말이지./
어두운 세상의 뒷면은 얼마나 어두우리? 그것도 지옥을 제 발로 빠져나온 사람의 입장에선 말이오. 푸른 지옥에선 어김없이 총탄의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우리는 그 소리에 신음합니다. 시작되어도 죽은 자 없는 가라전장은 왜 며칠째 반응이 없는 것이오? 누구는 세계대전에서도 죽음을 불사하고 총질을 해댓더마는, 나 놀라는 것이리? 프랑스도 이제는 곧이외다. 마지노선 뚫리고 고통받는 우리의 모습이 선히 그려지는구려. =나라 꼴 자-알 돌아간다./ 하기는, 참전도 해본 적 없이 부랑하는 자들은 이해도 못 할 말이긴 하오.
이제야 본색이 드러나는군. 이도 미카엘이 알려준 정보인데, 그래 소련이 노르웨이를 침공했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러제는 사라진지 오래인데, 아마 스탈린이 고대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합니다. 자기네가 무너뜨린 제국 아니오? 무너뜨릴 땐 언제구, 이제 와서 명분 타령하면 어쩌잔 말이오? 시작되어버린 핀란드와 소련의 대전은 흰 눈을 피로 물들이겠으리. 병력차가 4배 가까이 나는 핀란드는 이제 미국에 원조를 청하겠지요. 근데, 미국이라고 받아주겠습니까? 가는 희망을 눈앞에 두고 '돈 내놔라' 할 것이 뻔하지 않습니까? _불쌍한 핀란드, 왜 불똥이 계속 튀는 것이오./
중한 얘기는 안 나오고 서론만 반복하는구려. 시간을 좀 지내어 볼 수 있겠으리오? 흉흉스런 세상은 어지럽게 굴러가오. 핀-소전이 시작되기 전, 또 많은 사람들이 조국을 잃었습니다.
*~불쌍하고 처량한 폴리쉬의 영혼이여-. 이제는 구천을 떠도는 망령이 되어버렸구려. 아마 좀 더 있으면 우리도 곧 아니겠소?/
시월 중순에는 독일이 프랑스 침공 작전을 대대적으로 시작하였소. 직접적인 타격은 올해야 시작되었을 것이외다. 불씨 잡긴 소강전선은 놀라 탄을 뗍니다. 네덜란드 왕국 함락, 덴마크 함락. 이제는 파리 함락도 멀지 않았습니다. 전장의 군인은 '낫질(독일의 프랑스 침공 작전명)'에 베인 벼처럼 쓰러지죠. 마지노선은 때려치우고 옆문으로 침투하면 어쩌자는 말입니까? 그리고, 우리 대 프랑스가 대전을 거치고 너덜해진 병사들마저 이기지 못한단 말이오? 방랑인들은 파리에서 도망쳐 그즉 마르세유로 도주하였습니다. 그렇지. 이간의 이야기부터 시작하면 되겠군요. 미카엘과 내가 마르세유로 가는 이야기.
나는 전쟁의 참혹성에 대해 그 누구보다도 더 잘 알았다고 단언할 수 있소. 세계대전 참전용사라는 말은 했던가? 뵈ㆅ으ㅿ뇡 전투에서 승리한 이후, 그때 트라우마를 얻어 평생을 고통 속에 몸부림쳤읍니다. 전우 삼십만 명이 적 손에 죽고, 제는 입으로 만명도 넘게 쓸었지요. 표창을 받은 이후, ~그 몹쓸 소모전에는 더 이상 손대지 않기로 했소이다. 뤼카 대령은 거기서 죽었으리. 나는 무명의 방랑자이외다. 노란 줄 다섯 개는 닳아 떨어졌고, 총끝은 생기를 잃었지./
그런 나는 미카엘이 여기 있기에 너무 아까운 인재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사람은 나중 되어 세상을 더 선하게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피란가는 게 어떻냐고 물었으리오. 차피 둘 다 잃을 것 없는 머저리니. 허나 그는 여기 남는 것이 옳다며 쳐내는 게 아니겠습니까? 우리 둘만 도망치면 이 방랑인들은 어쩌냐구. 근데 이상합니다. 이들은 파시즘을 바라던데요? 민주주의를 원하는 작자들은 이미 도망쳤습니다. 며칠에 걸친 회유 끝, 미카엘은 나지막이 받아들입니다. 돈? 그건 충분하옵죠. 제가 허무를 표방하여 방랑인이 된 것이지, 원래 살던 집도 저택 아닙니까? 지금은 다 팔아넘기고 돈만 간직할 뿐이나-ㆅ아, 암튼 돈은 충분하오.
우리는 파리에서 마르세유로 갈아타는 열차 편을 끊었소. 기차에 발을 올리자 바닥이 눌러앉아 나를 환영해주대? 땀에 젖어 찝찝한 느낌마저 나를 감싸는 수호의 축복으로. 이때까지 새겨진 눈물자국이 아려와 감상에 빠지는 이 느낌마저도.
가방을 메어 미카엘과 착석하니 끝없는 고뇌와 굴레가 머리에 감겨옵니다. ~착잡한, 난해한, 고된, 감명스러운-감정들은 나를 전체주의 파리에 옭아매오./ 새 앞날을 맞이할 나의 모습은 점점 흐려지어, 자석처럼 과거에 끌려가리오. 숨이 가빠와. ~내가 두 딸을 잃었던 그 마을- 진정 떠나보낸 그 파리. 방랑을 시작한 파리- ^사무치도록 광나는 나의 파리./
미셸! 미하일, 미겔. 우리 어디로 가는 거더라?
어이구! 루카스, 뤼카. 도대체 얼마나 긴장되면 고것까지 잊어버립니까?
남부로는 한 번도 가본 적 없어서 그러네. 참으로 떨리는 일이구만.
우리는 프랑스의 미래로 가는 것이오. 유럽의 미래, 아니면 세계의 미래로.
듣는 이여. 사태가 잘 진행되는 건지, 아님 점점 악화되는 건지. 이대로 독일과 소련이 세계를 양분하는 건지. 이제는 그것조차 제대로 모르겠소. 하지만, 미카엘. 이 인간의 머릿속에는 어떤 세상이 그려졌을까. 참 매력적이고도 독특한 사내라네. 여차하면 내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킬 수 있는 인간이라네. 짐덩어리 부랑자보단 청년이 미래에 가깝지 않으리오? 아마 레지스탕스가 남부에 몰려, 그 혁명이 다시 일어나면. 총통의 모가지가 날아가고 공화국의 시대가 열릴 수도….
씁쓸한 감상과는 상반되는 오뉴월의 산뜻한 풍경이 나를 눈물에 빠지게 한다오. 회백색 현실과는 상반된 분홍빛 세계가 나를 한숨에 잠기게 한다오. ~마리, 소피. 보고 있느냐? 내 목숨보다 소중한 것들./ _결국 내가 살려내진 못하였으나. 내 이래 잘 살고 있다네./ *~두 딸은 항상 제 짐덩어리였습니다. 보면 볼수록 행복하고. 사랑스럽고 귀여워 미소가 새어 나오죠. 그래서 아직도 짐덩이인 것입니다. 최고의 효는 건강하게 성인이 되어주는 것이랬는데, 그럼 불효녀 아니겠소? 아니지, 너네는 항상 내 선물이었다네. 죽은 그 순간까지도, 내가 그리워 눈물-흘릴 때에도. _나에게는 항상 기쁨이었다네. ~(!)그래, 존재 자체가 말일세./
덜컹이는 기차는 제 두뇌까지 떨리게 만듭니다. 찬바람이 목을 스쳐와 손끝을 어루만지이오. =살랑-살랑. 참 미운 서풍아./
^마르세유! 마르세유다! 네시간 반의 여행 끝, 우리의 발걸음은 마르세유에 닿습니다./ 6월 초. 드디어 파시즘이 닿지 않는 곳으로. 군중은 능숙한 프랑스어로 소련을 욕하고, 자유 프랑스 공국의 잔재가 훤히 이곳에 남아있습니다. 이제 나의 인생은 꽃길만 가득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