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을 했다가 횡단보도를 만났습니다. 초록불이더라구요. 그래서 건넜습니다. 목적지가 어딘지는 별로 중요치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제 눈앞에 횡단보도가 있었다는 것과 그 횡단보도에 비친 영롱한 초록 빛깔이 제 동공에 비쳐 반짝였다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한 겁니다.
상황은 이러합니다. 제가 건너야 하는 횡단보도는 방금 전에 빨간 불이 들었고, 사거리라 옆에도 횡단보도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횡단보도는 초록불이 켜지네요. 그 횡단보도를 건너면 3개의 횡단보도를 건너야 하고, 조금 기다리면 제가 원래 가려던 횡단보도 단 하나만 건너 집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근데, 저는 초록불이 켜진 횡단보도를 건넜습니다.
여러분은 횡단보도 앞에 도달했을 때, 빨간불이 켜지는 것이 좋으세요? 아니면 초록불이 켜지는 것이 좋으세요? 대답은 당연히 후자겠죠. 횡단보도에 다다랐는데 초록불이 들어오면 왠지 모르게 짜릿하지 않습니까? 그럼 봅시다. 고통스럽게 빨간빛이 켜진 신호등을 기다릴 빠엔, 행복하게 초록빛이 감도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거예요.
아니, 이제부터 그 횡단보도는 건너야만 하는 겁니다.
다시 말합니다. 저는 행복을 쟁취하기 위해. 길을 돌아갑니다.
저는 낭만를 위해 기꺼히 길을 돌아갑니다.
…….
네. 헛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