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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광안리 불꽃축제

인생은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다

by 루서


가는 날이 장날




갑자기 부산으로 떠났다. 이유는 없었다. 그냥 마음이 동했을 뿐.


부산으로 가는 기차표를 갑자기 구하는 건 어렵다. 떠나고 싶은 시간과 돌아오고 싶은 시간의 표는 언제나 매진. 그럼에도 콘서트 티켓팅하듯 자꾸 들어가서 보면 입석+좌석 티켓이 가끔 보였다. 한 자리뿐인지 내가 결제를 하고 나면 매진으로 바뀌는 귀한 자리가.



아무 생각도 이유도 없이 부산에 갔을 때, 부산국제영화제를 해서 보고 온 지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번에도 '그냥' 저지른 일에 대한 보상치 고는 굵직한 이벤트가 준비되었다. '불꽃놀이' 하면, 군중의 행렬과 교통체증만 떠올라서 한강 불꽃놀이조차 시도해보지 않았는데 살아보디 멀리 부산에서 불꽃놀이를 보게 되었다.





인생이란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다.


라는 신일숙 만화가의 말이 자연스레 떠오른 주말이다.




2025 광안리 불꽃축제




자주 갔던 구포보다 더 빨리 도착하는 부산행 입석+좌석 기차는 운이 좋게도 처음부터 끝까지 앉아서 갔다. 서울에서 출발하니 일찍 타면 통로석 간이 의자에는 앉을 수 있겠단 계산에 플랫폼 번호표가 뜨자마자 기차를 향해 돌진하다시피 걸었다. 동대구에서나 앉아야 해서, 2시간을 서 갈 테니 고생을 면하려면 행동이 빨라야 했다. 예측은 정확했다. 다만 순방향과 역방향을 살피지 않아 역방향으로 앉아야 하는 게 살짝 억울했달까.^^ #싱어게인 4 재방송을 #티빙으로 보느라 그 마저도 잊었지만 말이다.



부산역에 내리니 붐비는 장소가 오랜만이라 그런지 정신이 없었다. 사람들 행렬을 따라가면 나도 모르게 불꽃놀이를 보러 가게 될 것 같은 풍경. 부산역부터 지하철엔 안내요원과 경찰 인력이 즐비했다. 몇 년 전 #부산엑스포 유치 기념을 위해 군대 가기 전 #BTS 마지막 콘서트가 있었던 부산의 기억과 일치했다.



밀려서 타고 밀려서 내린 #광안리 #금련산역 벌써부터 사람들이 모여들어 도로는 복잡했다. 사람들은 여기저기 아무 곳에 앉아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저녁을 먼저 먹기 위해 광안리 해안가를 따라 예쁘게 자리한 식당을 찾아가면 모두 예약. 이런 특별한 날, 예약 없이 이용할 수 없다는 걸 모르지 않음에도,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 대비를 하지 못했다. 식당마다 예약이 꽉 찬 모습을 보고 나서, 어떤 상황인지 인지했다.



불꽃이 보이는 앞쪽 식당만 빌 디딜 틈이 없었을 뿐, 뒷골목은 한산했다. 생전 처음 불꽃놀이를 처음 구경하기는 마찬가지인 그와 일단 기분 좋게 한 잔 하며 저녁을 즐긴 후 불꽃놀이를 보기로 했다. 오늘은 맥주가 아닌 '화요 하이볼'! 직장 젊은 친구들로부터 배웠다며 화요 소주에 얼음, 토닉에 레몬을 넣어 시원하게 말아주었다. 맛있는 화요 하이볼과 신선한 안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운 후에 광안리 해안을 다시 걸어갔다.



사람들이 꽉 찼다며 통로를 막기도 했지만, 보러 온 수많은 시민을 어찌 막을 건가. 느리게, 조금씩 불꽃에 가까워지는 인파지만 막대한 인원을 막을 힘은 없었는지 어느덧 사람들이 골목마다 가득 찼다.



그리고 음악과 함께 시작된 불꽃놀이!



뮤직 페스티벌이나 콘서트에서 잠시 보기는 했지만, 7시에서 8시까지 한 시간가량의 불꽃놀이는 처음 보았다. 콘서트보다 불꽃놀이 축제가 백배쯤 화려했다. 쏘아 올린 꼬리가 터지는 순간은 우주의 대폭발, 빅뱅 같았다. 우주의 빅뱅이 이렇지 않을까, 자꾸 상상했다.




질서로운 무질서





팡팡 아무렇게 터지는 것 같지만, 폭발에 숨은 계산은 얼마나 치밀하고 정교할까를 생각했다. 우주의 일이 이럴까. 무질서해 보이지만 계산된 숫자의 조합에 의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 우주의 법칙이 불꽃놀이와 같다면 인간 사이의 일도 그럴까. 멈추지 않은 불꽃처럼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우연한 것 같지만, 필연에 의한 작용. 알지 못해서 우연일 뿐, 알고 나면 100% 필연이 우리 세상이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들



불꽃이 피어나면 연기가 구름처럼 남았다. 바람이 불면 연기의 흔적이 사라졌다. 구름이 흩어지듯 가볍게 날아갔다. 하늘을 온통 채운 불꽃이 연기가 되는 장면도 우리 삶의 법칙 같았다. 하늘에서 터진 불꽃처럼 누가 봐도 다 알만한 놀라운 사건이 터지고 난 후 구름처럼 사라지고 마는 불꽃처럼 아름다운 일도, 화려한 사건도 지나면 다 그만 아닐까. 불꽃이 현상으로 하늘에 남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기억이 남듯이.



멀리 도망가는 생각을 부여잡기 위해서, 아니 그 보단 참 예뻐서, 놀라워서, 끝내줘서 영상을 자꾸 찍었다.


광안리 불꽃 축제는 올해가 20주년이라 더 특별하다고 했는데 경험이 없어서 모르겠으나 무척 특별해 보였다.


세 번의 쇼 사이, 두 번의 휴식이 있었는데 테마도 모르는 채 관람했다. 마지막은 #케데헌 OST에 맞춰 불꽃이 터져서 더 기억에 남는다. 아빠에게 안긴 꼬마 숙녀들이 신이 나서 불러주는 주제곡에 기억의 강도가 세어졌다.



한 시간, 멈춤 없이 화려했던 불꽃 축제를 구경하고 돌아오는 길은 예상만큼 많이 피곤했다. 인파 속에서 앉을 만한 카페를 발견하기 어려워서 따듯한 차 한 잔 마시기도 어려웠다. 지하철 이동도 쉽진 않았다. 그럼에도 불꽃놀이를 볼 것인가? 질문을 던진다면, 한 번은 꼭 봐야겠다. 나와 관련 없는 경험 중에 인상 깊게 남을 기억이 있을까? 나와 상관없음에도 나를 끌어들여 우주의 법칙과 엮고 싶을 정도로 강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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