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윗집사람들 : 타인은 지옥일까

by 루서


#영화 #윗집사람들 #하정우 #이하늬 #공효진 #김동욱 #19금 #진액 #하정우감독 #윗집사람들


19금영화, 층간 소음




영화를 대표하는 두 가지 어휘가 어떤 영화인지 짐작하게 했다. 전해지는 느낌은 파격적이었다. 배우이자 하정우 감독이 19금의 층간소음 소재를 어떻게 풀었을까? 테이블 토크 소재의 영화를 본 기억은 있으나, 대놓고 적나라한 영화는 경험하지 못해서 재미있을 것 같았다. 영화는 짐작대로 흘렀다. 아랫집의 섹스리스 부부가 불면증에 시달리게 만드는 윗집 소음의 이유는 누구나 알만한 '19금'에 있었다.



시놉시스에서 본 김 선생(하정우)은 고등학교 한문교사이고, 수경(이하늬)은 유튜브를 진행하는 정신과 의사이다. 층간소음이 민폐임을 모르지 않을 교양 있는 수준일 텐데 월, 화를 제외한 요일 11시까지 듣기 거북한 신음이 묵직한 진동과 함께 울려 퍼진다. 마치 호랑이 사냥을 하는 것 같달까.



정아(공효진)는 남편 현수와 상의 없이 윗집 사람들을 초대한다. 윗집 부부는 예의 바르게 정아와 현수의 초대에 응했고, 네 사람의 저녁 식사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짐작이지만, 윗집 부부를 초대한 정아의 의도는 층간소음을 해결하기 위한 시도가 아니다. 섹스리스 부부로서 뜨거운 밤을 보내는 윗집이 궁금했던 것 같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오르가즘을 매일 느끼는 저 여성, 어떤 사람일까?



김선생과 수경은 아랫집 부부에게 특별한 제안을 한다. 청소년들이 사춘기 시절에 '그 영역'이 궁금해서 인터넷으로 다운로드하여 볼 법한 영화에서 등장할 만한, 중년의 아줌마는 생소해서 단어도 기억나지 않는, 당신이 짐작하는 그 제안이다. 파트너를 바꾸어서, 혹은 커플이 부부관계를 하자는



놀라운가? 막상 영화를 보다 보면 놀랍지 않다. 하정우와 이하늬에게 설득당한다. 파트너끼리 단단한 사랑이 있어야 파트너 교체가 가능하다는 이야기에 심지어 '나는 어떤가?' 돌아보게 된다. 정말 사랑한다면, 정신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면 육체적인 영역은 오픈 가능한 걸까? 합의가 가능한 커플끼리 진액을 주고받는 건 괜찮은 건가? 정아가 긍정의 신호를 보낼 때마다 나도 흔들린다. 알고는 있으나 내 영역이 아니라고 여겼던 생소한 분야에 호기심이 생긴 것처럼 궁금해진다. 김 선생과 수경의 주장처럼 가능한 걸까?



딩크족으로 살아가며 언젠가부터 진지한 대화를 잃어버리고 멀어져 간 정아와 현수의 마음에도 자연스럽게 젖어든다. 오래 지내온 부부라면, 대체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애매모호한 사이. 원하는 것을 들어줄 수 없어서 회피하는 남편과 그런 남편에게 익숙해진 아내 사이가 또 다른 내 모습처럼 비칠 때도 있다. 정아와 현수 사이, 김 선생과 수경 사이는 전혀 다른데 나는 두 부부 사이의 어느 지점을 모두 닮아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극과 극에 배치된 두 커플의 이야기가 낯설지 않다.



오롯이 저녁 식사에 포커스를 두고 촬영한 집중도 높은 장면이 마음에 드는 영화다. 제작비가 크게 들지 않았겠다. 저예산으로 가능했을 연출이다. 그만큼 배우들의 연기력에 많이 좌우될 작품 같다. '로맨스 코미디'가 잘 어울리는 재미있는 영화. 캐릭터 창작에 꽤나 공을 들였을 것 같다. 요리와 부부관계가 '진액'으로 연결되는 장면은 주성치 영화 같다. 코믹해서 재미있다. 결국 영화의 기억은 '진액'으로 남았다.



김 선생과 수경이란 캐릭터가 강렬해서 흥미롭고, 개성 있는 두 주인공을 받아주는 정아란 인물은 부드러우면서도 남다르다. 강과 약이 조화롭게 섞여 모난 구석이 없다. 파격적이고 특별한 영화가 캐릭터의 개성을 잘 녹여낸 배우들 덕분에 원만해졌다.



그래도. 정아가 그럴 줄은 몰랐다. 예상하지 못한 구석을 지녀서 잠깐 놀랐는데, 사람에겐 누구나 본인도 짐작하기 어려운 놀라운 내면이 있다. 나에게도 정아처럼 앞뒤가 맞질 않는 특이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정아의 남편 현수도 마찬가지. 가장 까칠한 캐릭터였는데 보는 내내 사랑스러웠다. 모나 보이지만 따듯하다. 어긋나 보이고 삐딱해 보이지만 바른 사람이다.



아쉬운 건 처음 시작과 달리 무난해지는 결말이다. 파격적인 영화라고 기대했는데 모범 답안이다. 특이한 결말로 흐를 줄 알았는데 교과서였다. 어른의 눈을 피해 읽어본 '청소년불가' 소설인 줄 알았는데, 학습지 매뉴얼을 읽은 기분이랄까. 소재만 파격적이었을 뿐 결론은 도덕교과서. 특히 이하늬가 정아와 현수 부부의 상담을 해줄 때, 대학원 상담 수업 시간이 생각났다. 상담 책에 나온 방법대로 대화해서 정답으로 흐르는 결말. 예외는 없었다.



살짝 싱거웠다. 즉흥적으로 보러 간 영화라 기대도 없었고, 시작 전에 잠시 기본 정보만 읽었을 뿐이었는데도 그랬다. 상상력이 부재한 관람객이라서 감독이 설정한 결말이 아닌, 다른 결말을 예상해 보았다. 나도 감독처럼 마무리를 할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관객이 상상한 범위 안에서 머물렀다면 뻔한 게 아닐까. 주성치 영화만큼의 뜬금없는 결말을 원한 건 아니었음에도 간이 덜 된 음식을 먹은 기분이 들긴 했다.



스토리 구성은 아쉬웠지만 캐릭터 설정과 연기가 마음에 들었다. 잠깐 카메오로 등장한 배우들의 연기가 강렬한 포인트로 남았다. 뻔하지만 마지막 쿠키 영상에서 전해진 메시지도 좋았다. 싱겁다고는 했으나 정아의 눈물에 나도 눈물이 났다. 부부로 인연을 맺어 살아왔다면, 혹은 긴 시간을 연인으로 지냈다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장면. 주인공 정아를 위로하는 손길에 나도 토닥임을 받은 것처럼 따스해졌다.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면, 특히 19금 영화에 기대하지 않는다면.


연인으로, 혹은 부부로 인연을 맺으며 살아온 사람들이 한 번쯤 생각해 보고, 한 번쯤 상상해 본 소재라서 쉽게 공감이 될 것이다.




내가 얻은 교훈은


'새로운 관계, 새로운 사람이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였다.






익숙한 관계, 익숙한 사람들 사이에서 익숙한 나는 잘 보이지 않는다. 새로운 사람, 새로운 관계 안에서 스스로를 객관화하기가 쉽다. 부부관계로 민망한 층간 소음을 유발하는 김 선생과 수경을 만난 후, 삐딱했던 현수는 자기 모습을 돌아볼 수 있었고, 정아는 자기 욕망을 알아차렸다.



나이가 들수록 인간관계를 정리하고, 편안한 사람들 하고만 지내는 것이 낫다고 한다. 늙을수록 가족이 최고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나도 99% 동의한다. 50을 넘기고 나니 새로운 관계는 피곤하다. 체력부터 안 된다. 연결된 인연도 끊어지는 나이에 새로운 인연이라니, 불가능해 보인다. 관계뿐인가 배움도 마찬가지다. 나이 들수록 새롭게 배우고, 배우는 과정에서 새로운 자극도 만나라는데 도전하기 어렵다. 일상을 소화하기도 벅차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김 선생과 수경을 만난 후 현수와 정아는 달라졌다. 현수와 정아의 정답 같은 변화가 수경과 김 선생 덕분에 달라 보였다. 새로운 만남과 관계가 스스로를 변화시켰다. 피곤하고 힘들어도 나이 들수록 배워야겠구나. 배우면서 사람들로부터 자극을 받아야겠구나. 자기 객관화를 위해서는 타인이 필요하구나. 메시지가 또렷했다.



민폐를 주는 타인, 내 속에 혼자 품기도 민망한 욕망을 과감하게 드러내는, 인생에서 만나본 적조차 없는 종류의 전혀 다른 타인과의 조우가 오히려 19금보다 파격적이었다. 아멜리 노통브는 #오후네시 란 소설에서 '타인은 지옥'이라 했지만, 하정우의 영화 #윗집사람 들은 새롭게 타인을 설정했다.



쿠키 영상의 의미처럼 나와는 달라 선을 긋게 되는 타인이고 결국 섞일 수 없는 타인이지만, 그래도 소통하고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 의미가 좋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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