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포아내입니다
잠시 일을 할 때였습니다.
6명의 동기 중에 아주 얌전하고 순종적인 스타일의 동기가 있는데 그러는거에요.
“언니, 나는 집에서 침대에 누워 남편한테 ❛오빠!! 물 갖다줘!!❜ 하면 물을 갖다줘요”
에헤~?
이 말을 듣고 놀랐습니다.
저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거든요.
❝ 오빠!! 물 갖다줘!! ❞ 이 말투를 되게 세게 말했는데, 그렇게 명령하듯 말해도 물을 갖다 주다니...
이 남편분은 이 아내를 굉장히 사랑하나보다...
그럴수가 있다니...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사실 저도 누워있다가 “여보, 물 좀 갖다주세요”하면 남편도 당연히 갖다주긴 할 거에요.
하지만 다정하게, 부탁의 말투로 해야 갖다주는 거지 저렇게
❝ 오빠!! 물 갖다줘!! ❞ 그렇게 했다가는 물 얻어먹기는 물 건너간 것이고 저 또한 그렇게 할 엄두가 감히 안 납니다.
이런 얘기는 남편과 나누어야죠.
집에 와서 그 얘길 해줍니다.
“여보, OO은 ❛오빠!! 물 갖다줘!!❜ 하면 그 남편이 물을 갖다 준대요.
오오 대단하지 않아요? 너무 신기해요!”
“ ... 대신 나는 집안일을 많이 하잖아요”
남편은 제가 그말을 하면서 내심 부러워하는 기색을 느낀거 같아요.
그런 저의 모습에 남편은 약간 섭섭해하는 것 같았습니다.
자기도 아내에게 잘 한다고 생각하는데 제가 OO을 부러워하는듯 싶으니 서운했나봐요.
아니면,
❛ 그럼 나도 그렇게 ❛여보!! 물 갖다줘!!❜ 하면 갖다달라는 말이냐? ❜
이렇게 속으로 생각하며 제 마음을 간파했는지도 모르고요...
"아 그.. 그렇죠.. 대신 여보는 집안일을 많이 해주시죠.
많이 고마워요여보 헤헤 빵끗 "
여기가 물러설 타이밍임을 알고 꼬리를 내렸습니다.
그날 저녁.
씻고 나와서 머리를 말리려 드라이기를 딱 켰는데, 안 나와요.
어? 아!
드라이 코드 꽂아둔 콘센트 전원이 꺼져있군요!
마침 남편이 그 콘센트 가까이에 있어서
하니까
하고 바로 전원을 켜 주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어요.
“그래요. 여보는 ❛물 갖다줘❜ 이런 것도 하지 마요.
그냥 ❛물!❜ ❛전기!❜ 딱딱 그렇게만 말해요”
“그쵸. 제가 어디 나가서 남보다 뒤쳐지면 되겠어요?”
“그렇죠. 여보가 어디 나가서 남보다 빠지면 안 돼죠."
"아니다. 여보는 전기! 물! 이럴 것도 없어요.
말도 하지마!
그냥 턱짓으로 휙!휙! 하면 내가 알아서 물도 갖고 오고, 전기도 켜고 그럴게요
여보가 나가서 일등먹고 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