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좋아하는 남편 /여포아내입니다
남편의 컴퓨터 화면 속에 엑셀파일이 있어요.
집안 경제규모와 변동이 엑셀로 각종 항목별 휘황찬란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결혼후부터 수입, 지출 항목이 세분되어 있고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어요.
그 중에는 차량유지비의 세부명목으로 기름값 항목도 있고, 저에게 주는 생활비항목도 있습니다.
어느달 월말 즈음
그 달은 무슨 일 때문인지 친정집에 평소보다 많이 갔다 왔습니다.
친정은 차로 1시간 넘는 거리에 있어요.
그 날도 남편과 같이 친정에 갔다가 돌아와 주차하는데 남편이 그래요.
“ 여보, 이번달 기름값이 좀 많이 나왔어요.
저.. 그래서 그러는데.. 처가에 다녀오는 기름값은 공용이 아니라 여보 생활비로 내주면 안 돼요? ”
에헤? 이게 무슨 망발인지!
남편은 헤헤 거리며 “농담이에요”를 하려고 대기중이지만
한편 ❛아내가 진짜 그래주면 좋겠다❜ 는 가냘픈 희망을 가진 얼굴입니다.
이걸 화를 내야 하나 하다가
“ 여보. 내가 여보한테 잘 못하나봐요.
누구는 아내가 예쁘면 처갓집말뚝에도 절을 한다는데
여보는 처갓집 가는 기름값도 아까워서 날더러 내라고 하니..
내가 그동안 여보한테 잘 못했나봐요.
미안해요 여보, 내가 앞으로 더 잘 할게요 ”
남편은 차라리 아내에게 혼나는게 나을 텐데, 아내가 이런 반응을 보이자 미안해 하는 얼굴입니다.
“ 에이 장난이에요 장난.
저도 처갓집말뚝이 없어서 그렇지 말뚝만 있어봐요. 얼른 절 하지요 ”
남편은 얼른 얼굴을 바꾸어 장난으로 한 말이었다며 미안해하는 표정이었지만
❛ 앗, 찔러보았는데 안 통했다! ❜ 라는 아쉬운 빛도 분명 살짝 보였습니다.
으이그
그런 일이 있고 며칠 후 시댁에 갔을 때였습니다.
어머님과 큰누님이 계셨는데 마침 요즘 젊은 부부의 계산적인 행태에 말씀하고 계셨습니다.
“ 요즘 애들은 결혼해도 돈 관리를 따로 따로 한다며? ”
“ 엄마 그런 경우는 많아요. 생활비만 같이 내고 나머지는 각자 관리한대요 ”
“ 얘, 내가 아까 TV에서 봤는데, 글쎄 어떤 남편은 처갓집 갈 때 차 기름값은 처가가는 거니까 아내보고 내 라고 했단다! ”
“ 진짜요? 세상에 뭐 그런 남편이 다 있대? 그렇게까지 나눠서야 어떻게 산대요? ”
“ 아니 돈이 아무리 좋아도 그렇지 어떻게 그렇게까지 한다니 ”
두 분은 그렇게 그 사연속의 남자에게 뭐라고 하셨어요.
아이고, 불과 며칠 전에 우리 남편이 저에게 한 말 아닌가요?
이거 유행인가?
저는 속으로 웃음이 나면서도 이걸 말씀 드릴까 말까 하다가
그저 “ 그러게요 ”
하고 말았습니다.
저 어머님
아까 얘기 나누실 때 아들에게 실망하실까봐 말씀 못 드렸는데요.
사실 그 얘기는 한별이 아빠도 며칠 전 저에게 한 말이었어요.
TV 사연속 남자에게 너무 놀라지 마셔요.
그냥 그 사람도 한별아빠만큼이나 돈 좋아하는 사람인가보다~~라고 여기셔도 될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