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소소한 행복일기를 쓰는 습관

by 수경

여행을 떠나면 낯선 도시의 흐릿한 하늘빛, 거리에 피어난 작은 꽃 한 송이, 언덕 너머로 지는 노을이 유독 특별하게 다가오게 된다.


그렇게 여행은 세상을 이루는 작은 조각 하나하나에 눈길을 멈추게 하고, 그 작은 것들 속에서 큰 감동을 발견하는 경험을 쌓게끔 해주었다.





이런 경험을 할 때마다 내가 애정하는 영화 <소울>이 떠오른다.


영화 속 주인공 ‘22’는 태어나기 전 세상에 머물며, 지구에서 탄생하기 위해 필요한 ‘불꽃’을 아직 찾지 못한 상태였다. 다른 영혼들처럼 공부도 해 보고, 악기를 연주해 보기도 했지만, 무엇이 자신을 살아가게 할 불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이곳에 잘못 도착한 ‘Joe’의 몸을 빌려 처음으로 지구의 일상을 경험하게 된다. 그저 걷기, 피자 맛보기, 지하철 타기 같은 누구에게나 익숙한 평범한 순간들이었지만, 22에게는 그 모든 것이 새롭고 경이로웠다.


특히 낙엽 하나가 바람에 흩날려 떨어지는 풍경을 보다가, 비로소 자신만의 불꽃을 발견하게 된다.


결국 22가 찾은 삶의 불꽃은 거창한 목표나 대단한 성취가 아니라, 그저 일상에 숨어 있는 작은 순간이었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Joe 역시 그 깨달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삶의 진정한 의미란 “삶의 모든 순간을 온전히 살아내는 것"에 있다는 것이다.





26개국을 여행하며 나 역시 이제는 확실히 알게 되었다. 삶을 빛나게 하는 것은 거창한 목표나 대단한 성취가 아니라, 낙엽 하나가 흩날리는 장면처럼 일상 속에 숨어 있는 작은 디테일들이라는 것을.


그렇게 여행지에서 느꼈던 감탄의 순간들이 돌아와서는 나날의 기록이 되었고, 나는 2021년부터 하루에 세 가지씩, 아주 사소하더라도 행복의 순간을 적어 내려가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그 기록들을 쌓으며 두루뭉술하게 스쳐 지나가던 감정들이 점차 구체적인 장면과 이야기로 남았고, 행복을 바라보는 회로가 자연스럽게 ‘습관화’되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심리학 복수전공을 하며 배운 뇌과학 개념이 떠오르기도 했다. 사람은 자신의 사고 흐름을 의식적으로 설계할 수 있으며, 반복을 통해 뇌 속에 새로운 회로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행복일기를 통해 조금씩 그 길을 열어가며, 이 이론을 삶 속에서 직접 확인하고 있다.





지금은 너무나 당연해진 습관과 사고방식이지만, 그 출발점에는 여행이 있었다는 게 새삼 놀랍다. 대가 없는 일상에도 감탄하며 행복 일기를 쓰는 습관이 내 불안한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되어 주고 있으니.


요즘에도 나는 매일의 평범한 순간 속에서 작은 불꽃을 발견하고, 그 빛에서 얻은 행복을 기록하며 살아간다. 작은 불꽃들이 모여, 나의 삶 전체를 환히 비추어주고 있음에 또 한 번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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