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크로아티아 흐바르: 노을과 별의 하모니

by 수경

스웨덴 교환학생을 하던 시절, 같은 전공 커리큘럼을 듣던 친구와 나는 함께 강의를 드랍했다. 여기서 드랍이란 말 그대로 던져 버렸다는, 수강을 취소해버렸다는 뜻!


저가 항공을 몇 시간만 타고도 유럽 국가를 방랑할 수 있는 이 귀한 기회. 특히 축복받은 계절인 10월을 누리고자 했던 우린 가을이 아름다운 나라 크로아티아로 향했다.


그곳에서 에메랄드빛 호수 플리트비체도 보고, 라이브 공연이 매일 밤 펼쳐지는 스플리트를 지나, 드디어 흐바르 섬에 도착했다. 배를 1시간쯤 타고 내리자마자 마주한 풍경에 헉! 소리가 절로 나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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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기로 손 꼽히는 섬들 중 하나로 유명한 만큼, 첫인상부터 정말 강렬했다. 크로아티아 특유의 베이지색 외벽에 주황빛 건물들이 늘어서 있고, 배산임수가 확실한 초록과 파랑의 조화. 배가 동동 떠다니는 항구 앞을 걸으며 먹은 코코넛 파인애플 맛 젤라또까지. 이곳이 바로 지상낙원임이 틀림 없었다.




흐바르 섬에서 유명한 스페인 요새에 올라가 보고, 라벤더 할아버지를 만나 기념품도 마음껏 구매했다. 하루를 잘 보내고 나서는 마트에서 스테이크용 고기를 사다가 숙소로 돌아왔는데, 뷰가 정말 멋진 숙소였기에 저녁은 집에서 요리해 먹으며 그 감성을 즐겨보고자 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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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서 사 온 맥주 한 병씩을 들고 테라스로 나가는 창문을 열어보니, 어쩜 노을이 딱 절정에 이르러 있었다. 이 풍경을 매일 보는 사람들은 어떤 기분일까 부러움에 사로잡힌 채 한참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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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레 시간이 흐르며 밤이 가까워지자, 불타오르던 태양은 수평선 뒤로 사라졌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하늘의 붉은 빛은 더 강렬해졌고, 푸르른 어스름과 어우러져 더 멋진 시야를 완성시키고 있었다.


일몰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창 밖의 풍경을 보면서, 흐바르 섬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건 다른 그 무엇보다도 '노을'이라는 것에 확신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 노을이 우리가 흐바르 섬에 머무는 내일에도, 이맘때 쯤이 되면 찾아올 것이라는 사실이 기뻤다.


마치 어린왕자가 오후 4시에 오면, 3시부터 행복해지는 여우가 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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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흐바르 섬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이 찾아왔다. 항구 앞 길을 걸으며 아쉬움을 나누던 중 문득 하늘을 올려다 보니 별이 정말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이 밤하늘을 간직하고 싶지만 핸드폰으로는 도무지 노력해도 별을 찍기가 어려웠기에, 이걸 눈에만 담아야 하는 게 아쉽다고 생각하고 있던 때. 친구가 미소를 짓더니 주머니에서 디지털 카메라를 스윽 꺼냈다. 핸드폰과 달리 별을 더 선명하게 찍을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한 우리는 냅다 땅바닥에 드러누웠다.


별이 흔들리지 않게 카메라를 고정해두고, 숨을 참은 채 촬영하기를 몇 번. 밤하늘 별과 함께 우리의 모습까지 함께 담아보자며 브이를 그렸다. 그렇게 찍은 사진은 지금 봐도 그때의 공기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노을도, 별도, 사실 어느 곳에 있더라도 매일 볼 수 있는 존재들. 그 당연한 존재들이 당연하지 않았음을, 그 어떤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도 그저 하늘을 올려다 보기만 하면 만날 수 있는 이 아름다움에 감사하게 된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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