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일상의 호흡이 만든 빛

by 수경

한국에서 유독 인기가 많다고 하는 뮤지컬 영화 장르. 개봉과 동시에 전국민의 플레이리스트를 장악했던 작품으로 <라라랜드>, <비긴 어게인>, <싱 스트리트>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런 흐름의 시작점에는 오래전 한 편의 영화가 있었다. 이 가사를 들으면 모두가 머릿속에 저절로 멜로디가 떠오르게 될 텐데,


Doe- a deer, a female deer
Ray- a drop of golden sun
Me- a name I call myself
Far- a long, long way to r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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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알프스 산맥을 담은 초록빛 언덕 위에서 기타를 치고, 미라벨 정원을 달리며 도레미 송을 부르는 장면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전설처럼 남아 있다.


어린 시절 이 영화의 배경이 바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 나는 언젠가 이 도시에 가서 저 아름다운 풍경을 실제로 보겠다는 꿈을 꾸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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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어른이 된 2017년 여름, 나는 잘츠부르크의 미라벨 정원에 서 있었다. 잘 다듬어진 꽃길 사이로, 스크린 속에서 마리아와 아이들이 노래하던 계단과 정원이 그대로 펼쳐져 있는 것을 보고, 그 순간만큼은 나 역시 영화 속 한 장면에 들어온 듯 도레미 송을 흥얼거리며 뛰어다녔다.


내가 정말 영화 속에 와 있구나!”, “이렇게 유명한 곳에 발도장을 찍어보다니!” 속으로 감탄을 되뇌는 사이, 설렘은 더 크게 부풀어 올랐다.




시간이 흘러 해가 저물때 쯤에는 야경 명소로 유명한 묀히산 현대미술관 전망대에 올라갔다. 사실 미라벨 정원에서 워낙 푸르른 만족감을 얻었기 때문인지, 너무 이른 시간에 올라온 탓인지,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아직 평범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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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회색빛으로 가득한 지붕들을 관망한지 1시간이 지났을 때쯤인가, 지루하기만 했던 풍경에 서서히 변화가 찾아왔다. 도시 곳곳에 하나둘, 주황빛 불이 스며들어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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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건물 창문에 반짝, 오른쪽 길거리에 가로등이 반짝. 그 가로등 사이의 길을 가로질러 집으로 들어간 남자의 집에도 불빛이 반짝, 들어왔다.


그렇게 하루를 마친 사람들의 발걸음이 저마다의 빛으로 이어지는 광경은, 마치 도시 전체가 넘실넘실 호흡을 뿜어내는 것 같았다. 잘츠부르크 사람들의 귀갓길에서 빚어진 불규칙한 리듬이 겹겹이 쌓인 호흡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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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나는 삭막하고 고요했던 도시가 사람들의 호흡으로 살아 숨쉬게 되는 과정을 이렇게 직접 목격한 적이 있었나, 하며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이 아름다운 불빛을 만들어내는 누군가는 집에 오자마자 침대에 곧바로 드러누워 하루의 피로를 씻고 있거나, 가족과 함께 식탁에 둘러앉아 웃음을 나누고 있겠지?


내가 꿈꾸던 이 아름다운 잘츠부르크가 미라벨 정원이 아니라,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평범한 하루에서 흘러나온 빛으로 채워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정말 놀라웠다.




지금도 '잘츠부르크'를 검색해 보면 어디에서나 영화 속에 나온 미라벨 정원이 가장 먼저 등장한다. 알록달록 화려한 장면들이 그곳에 여행오고 싶게 만든다는 것을 모두가 알기 때문.


하지만 실제 그토록 갈망하던 도시에 다녀온 나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은 것은 화려함이 지나며 드러난 일상의 빛이었다. 누군가의 집에서 흘러나오는 조명으로 골목마다 번지는 따뜻한 주황빛. 평범한 일상의 호흡에서 피어난 그 불빛들이, 지금도 내 마음속에 잔잔한 파문처럼 남아 이어지고 있다. 그들의 안녕을 기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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