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부가 외로움 극복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라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베를린의 공원에 ‘수다벤치’를 마련해 누구나 자원봉사자와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하고, 빵집에서는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아침을 먹으며 자연스럽게 교류하는 기회를 만든다고. 누군가와 밥을 먹고 대화를 나누는 사소한 행위들이 일상을 영위하는 데에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소식이었다.
혼자 여행을 하던 때를 떠올리니 그 이야기가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한 번 외로움과 무료함을 느끼고 나면 처음에 자유롭기만 하던 시간이 점점 공허해지고, 제아무리 근사한 풍경도 무덤덤하게 스쳐 지나간다. 여행의 색은 바래지고, 새로운 곳에서 익숙한 무기력에 빠지게 되곤 한다.
그래서일까. 나의 모든 여행에 있어 가장 빛났던 순간들은 멋진 건축물이나 명소를 마주했을 때가 아니었다.
도쿄 지하철에서 길을 묻자 환하게 웃으며 알려주곤 즐겁게 대화해준 아주머니, 부다페스트 공항으로 가는 버스에서 부족한 요금을 기꺼이 채워주려 했던 청년, 리스본에서 무거운 짐을 들어주고 택시까지 잡아준 호스텔 직원,
포르투에 처음 왔다고 하니 근처 명소들을 정성스레 손 쪽지로 적어주던 레스토랑 사장님, 프라하 버스 정류장에서 신발끈이 풀렸다며 다정하게 알려주던 할머니, 비엔나의 스타벅스에서 음료 컵에 ‘감사합니다’라고 서툰 한국어를 적어준 바리스타까지.
이렇게 다정한 이들을 만나지 못했다면, 나의 여행은 얼마나 삭막하고 단조로웠을까?
얼마 전, 1호선 노선도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는 외국인을 마주쳤다.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던 그는, 내가 다가가자 기다렸다는 듯 질문을 쏟아내고는 다행히 목적지로 가는 방법을 알아낼 수 있엇다. 마지막엔 모든 근심이 풀린 듯 환하게 웃으며 서툰 한국어로 말했다.
친절하시네요, 감사합니다.
5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가 떠난 뒤에도, 나는 한동안 그 미소를 떠올리며 흐뭇한 생각에 빠져 있었다.
한때 내가 받았던 다정함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해지고 있구나. 여행에서 만난 온기가 정체되지 않고 나를 통해 퍼져나가고 있구나, 그런 기분 좋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여행에서 배운 다정함은 내 일상으로 스며들었다.
길을 묻는 사람에게 친절히 설명을 해 주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어르신이 보이면 발걸음을 천천히 맞춘다. 친구들에게 받은 생일 케이크를 여러 개 들고 지나가는 나를 부러운 눈으로 보던 아이에게 한 박스를 건네기도 했다.
다정함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때로는 그저 한 번 더 눈을 맞추고, 손을 내밀고, 마음을 쓰는 것. 그런 작은 움직임들이 모여 어느 순간 누군가의 하루를 밝혀준다.
그리고 그렇게 이어진 다정함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로 흘러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을 더 따뜻하게 만들 것이다. 누구나 처음 걸어가는 인생이라는 여행길 위에서, 서로가 길을 잃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