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지도가 말해주지 않는 길
2024년 11월, 유재석이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핑계고'의 스핀오프 프로그램 '풍향고'가 인기를 끌었다. 배우 황정민이 프로그램 명을 잘못 발음하면서 이름 붙여진, 그 계기부터 엉뚱한 '풍향고'는 우당탕탕 'NO 어플' 해외 여행기를 담고 있다.
비행기 예매를 위해 항공사에 직접 전화를 하고, 지도를 볼 수 없어 20분 거리를 50분 넘게 헤매는 과정은 기존 예능에 없던 새로운 장면들이었다. 이렇게 어플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콘셉트 자체로 타 예능과 차별화가 되는 것을 보며, 새삼 우리가 여행을 할 때 얼마나 그 장치들에 의존하는지 실감이 났다.
나의 여행도 구석구석 빠짐없이 어플과 함께 한다. 계획을 세우는 단계에서 필수적인 비행기, 숙소, 교통수단 예매 어플은 물론이고, 환전과 통역을 위한 어플에, 어트랙션을 더 효율적으로 타기 위한 디즈니랜드 전용 어플까지 완비하고 있다. 그 많은 중에서도 해외여행에 없어서는 안 될 어플을 딱 하나만 뽑으라면, 단연코 구글맵이다.
구글맵을 사용하면 목적지로 향하는 최단 거리를 알 수 있어 빠른 이동이 가능하다. 오르막이 심하거나 계단이 있는 길을 피해 가며 체력을 비축할 수도 있기에, 여행 내내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길을 걷도록 돕는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준다. 지도에 표시된 길을 따라, 낯선 도시에서도 헤매지 않고 원하는 장소에 잘 도착할 수 있다는 점은 여행의 피로도를 낮추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하지만 여행을 다닐수록 알게 되는 사실은, 여행의 총만족도는 효율성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빠르고 효율적인 길이 아니어도 모든 걸음마다 의미가 담기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도가 말해주지 않는 느린 길에서 다른 이들은 마주하지 못했을 특별한 풍경을 만나게 되기도 한다.
26개국을 여행하며 나 역시 지도가 알려주지 않은 느린 길을 걷게 된 순간들이 여럿 있었다. 어떤 길은 우연히 발견되었고, 어떤 길은 필연으로 다가왔다. 첫 직장을 퇴사하고 나의 길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작년, 일본과 포르투갈에서 만난 느린 길 이야기를 시작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