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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 365

고사성어의 특징과 매력

by 김영수

연재에 앞서 2

2024년 1월 1일부터 연재할 예정인 ‘고사성어 365’의 연재에 앞서 몇 차례에 걸쳐 고사성어 전반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글을 소개한다. 먼저 고사성어의 특징과 매력 등에 대해 알아본다.


스토리텔링 기법과 역사고전의 부가가치

현대 광고나 홍보에서 스토리텔링 기법을 활용하는 일은 이제 기본이 되었다. 이 때문에 스토리텔링을 위한 콘텐츠를 찾는 일이 중요해졌다. 전 세계 수많은 보통 사람의 일상을 비롯하여 역사, 동서양 고전, 신화와 전설 등 찾을 수 있는 모든 것과 모든 곳에서 소재를 찾아 상상력을 더해 절묘한 작품을 만들어낸다.

미국을 비롯한 서양에서는 신화와 고전을 영화, 광고, 홍보에 활용하는 일은 아주 보편화되어 있다. 우리 관객에게도 익숙한 SF 히어로 영화는 핵심 줄거리가 상당 부분을 신화라는 콘텐츠에서 빌리고 있다. 고전도 마찬가지다.

고전은 낡은 책이 아니다. 어떤 눈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새로운 눈으로 보면 고전도 새롭게 보이지만, 낡은 눈으로 보면 새 책도 낡은 책이 된다. 활용하는 사람의 태도와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보인다. 좋은 고전은 특히 더 그렇다. 이것이 고전의 힘이다. 고전뿐만 아니라 역사 또한 마찬가지다. 고전도 역사의 산물이다. 이런 점에서 역사와 고전은 활용가치가 무궁무진한 콘텐츠의 보물창고다.

교육에 있어서도 고전과 역사의 활용가치는 결코 상업광고나 영화 못지않다. 고전과 역사 콘텐츠에 스토리텔링 기법을 잘 활용하여 교육에 적용하면 학생들의 흥미유발은 물론 인문소양과 상상력을 기르는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교육을 받은 학생이 사회에 나와 자기 분야에서 다시 역사와 고전 콘텐츠를 활용하여 좋은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훨씬 크지 않겠는가? 이것이 공자가 말한 ‘온고지신(溫故知新)’이다. 또 영화 제목 하나를 빌리자면 ‘Back to the Future’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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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면 002. 스토리텔링의 원천은 신화, 전설, 고전이다. 가장 현대적인 대중문화의 형식인 영화에 스토리텔링은 필수다. 사진은 고대 신화의 내용을 바탕에 둔 히어로 SF 영화의 포스터이다.(출처: 구글)


어떤 상업광고에 대한 회고

2009년 무렵으로 기억한다. 대한항공이 허난 성(하남성)의 성회인 인천 - 정주(鄭州, 쩡저우) 직항로를 열면서 이를 광고하기 위한 영상 다섯 편을 제작했다. 허난 성과 가까운 산시 성(섬서성)의 성회이자 3천 년 고도 서안(西安, 씨안), 서안 못지않은 고도 낙양(洛陽, 뤄양), 춘추시대 정나라의 도읍이었던 정주, 송나라의 수도였던 개봉(開封, 카이펑) 등지의 주요 명승지를 소개하는 광고 다섯 편이었다. 그런데 다섯 편 모두가 여느 광고들과 사뭇 달라 인상이 깊었다. 모두 중국 역사서나 고전 속 명언명구와 유명한 역사 인물들을 활용하여 절묘한 스토리텔링을 구사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유적이나 명승지가 화면의 배경이었다. 그리고 그 명언명구는 한자자막과 더불어 중후한 목소리로 한자의 중국어 원음을 읽어줌으로써 청각을 울렸다. 우리말이나 글로 번역을 해주지 않아 원문의 뜻을 검색하는 해프닝 아닌 해프닝까지 있었다. 아마 이 점을 노렸던 것 같다.

그 다섯 편 중 하나를 소개하면 이렇다. 서안의 명소 하면 많은 사람들이 진시황의 사후(死后) 지하군단으로 불리는 병마용갱(兵馬俑坑)을 꼽는다. 장면은 병마용갱 진나라 군대의 위용을 비추면서 시계 초침 소리가 들린다. 슈트를 잘 차려입은 남성이 병마용갱 안을 살핀다. 시계를 클로즈업하면서 다음과 같은 우리 성우의 멘트가 나온다.


“오늘의 성공에 안주하는 그대에게 한비자 왈”


그리고는 한비자의 다음 명구가 자막으로 나오면서 동시에 중국 성우가 중후한 목소리로 그 대목을 중국어로 읽는다.


“국무상강(國無常强), 무상약(無常弱)!”


우리말로 옮기자면 “늘 강한 나라 없고, 늘 약한 나라 없다” 정도가 된다. 즉, 기업경쟁에서 영원한 강자나 영원한 승자는 없다는 뜻이다. 그러니 지금의 성공에 안주하지 말고 늘 노력해서 발전하는 강자가 되라는 메시지였다.

특히 화면의 배경인 병마용갱이 던지는 의미가 만만치 않다. 알다시피 진나라는 기원전 221년 중국 역사상 최초로 천하를 통일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통일 후 불과 15년 만인 기원전 206년 어이없이 망했다. 천년만년 갈 것 같았던 진나라가 허무하게 무너진 역사를 교훈 삼아 지금의 성공과 승리에 안주하거나 도취하지 말하는 요지였다. 중국 법가사상을 집대성한 한비자의 저서 《한비자》의 일곱 자 짧은 멘트였지만 그것이 던지는 의미는 상당히 무거웠다. 스토리텔링 기법을 활용한 상업 광고의 성공적이고 대표적인 사례였다.(해당 다섯 편의 영상을 아래에 링크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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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면 003. 스토리텔링 기법을 활용한 상업광고의 하나(출처: 구글)


* 참고영상: 스토리텔링을 잘 활용한 대한항공 광고

고전의 명언명구와 역사 인물을 잘 배합하여 의미심장한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낸 대한항고 광고

* 참고 유튜브 영상: ‘김영수의 좀 알자, 중국’

《사기》의 다양한 고사성어와 명언명구들(1시간 23분) 외 다수

https://youtu.be/avMIRnRcK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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