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3일: 비지무심고론(卑之無甚高論)
10월 23일의 고사성어(297) - 제대로 배운 사람의 말과 글은 쉽다
비지무심고론(卑之無甚高論)
* 쉽고 요령 있게, 너무 고상한 논의는 하지 말아라.
* 《사기》 <장석지풍당열전>
눈으로 읽으며 낭독하기
지나치게 고상하고 어려운 논의가 아닌 현실적으로 실행 가능한 쉬운 말로 하라는 뜻의 성어이다. 자신의 무능함을 한탄하고 벼슬을 버리고 낙향하려는 장석지(張釋之)에게 한나라 문제(文帝, 기원전 202~기원전 157)가 한 말이다. 백성들에게는 쉽고도 요령 있는 말로 설득하고 명령을 내려야 빨리 실행에 옮겨질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잘 아는 사자성어에 ‘우이독경(牛耳讀經)’이란 것이 있다.(중국은 ‘소 앞에서 거문고 연주하기’라는 뜻의 ‘대우탄금對牛彈琴’이라 한다.) ‘소귀에 경 읽기’, 그러니까 무식한 사람에게 경을 읽어 줘 봐야 소용없다는 뜻이다. 이 성어는 본래의 뜻이 어떠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체로 유식한 사람이 무식한 사람을 비꼬거나 무시할 때 인용하곤 했다. 그러나 오늘날 중국에서는 이 성어가 글깨나 배웠다고 인민 대중들이 알아듣지도 못하는 어려운 말만 잔뜩 늘어놓는 사람들을 비꼬는 것으로 변해버렸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것이 본래의 뜻 같다.
많이 그리고 제대로 배운 사람의 말이나 글은 쉽다. 어쭙잖게 배운 사람들이 자신들의 유식함 뽐내기 위해 어려운 용어와 미사여구를 마구 동원하여 학문의 얄팍함을 감추려 하는 법이다.
행정이나 법률 용어가 너무 어려워 일반 국민들이 간단한 서류 한 장 작성하는데도 애를 먹는다는 이야기를 언제부터 들었는지 모른다. 그런데도 여전한 모양이다. 약 2천 년 전 중국의 황제 입에서 나온 이 말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많다. 진정한 권위는 백성들이 모르는 어려운 용어나 격식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백성들에게 쉽고 가깝게 다가갈수록 더욱 커지는 법이다.
손으로 써보며 생각하기
* 비지무심고론(卑之無甚高論)
* 우이독경(牛耳讀經)
도면. 한나라 문제는 여러 면에서 명군의 자격을 갖춘 군주였다. 백성을 위해 연좌제, 비방지, 육형 등 악법을 폐지했다. 사진은 문제의 무덤인 패릉이다.
* 유튜브 ‘김영수의 좀 알자 중국’: 하루 명언공부 10월 23일
- 취모구자(吹毛求疵)
- 털을 불어서 흠을 찾아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