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영수 Oct 24. 2024

고사성어 365

10월 24일: 유생부가(儒生負枷)

10월 24일의 고사성어(298) - 배운 자들의 호기(豪氣)


유생부가(儒生負枷)


* 목에 칼을 찬 유생들

* 《해갹록(諧噱錄)》


눈으로 읽으며 낭독하기

《해갹록(諧噱錄)》이란 아주 어려운 이름의 책은 모두 43개 조항의 이야기를 싣고 있는데,  당나라 때 사람 주규(朱揆, 생몰미상)가 편찬했다고 한다. 그중 ‘목에 칼을 찬 유생’이란 뜻의 ‘유생부가(儒生負枷)’라는 짤막한 이야기가 있어 소개한다.

수나라 때 하간군(河間郡, 지금의 하북성 어느 곳)에 유작(劉焯)과 유현(劉炫)이란 이름의 삼촌 조카가 있었다. 두 사람 모두 경전을 두루 공부하고 시와 산문에도 능숙한 유생들이었다.

한 번은 이 두 사람이 동시에 법을 어겨 지방관에 의해 옥에 갇혔다. 지방관은 두 사람이 나약한 서생인 줄 모르고 목에다 무거운 칼을 채웠다. 옥중에서 삼촌과 조카는 천연덕스럽게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누었다고 한다.


* 유작: 하루 종일 목에 칼을 차고앉아 있었더니 집이 그립구나.(칼을 뜻하는 ‘枷’와 집 ‘家’의 발음이 같다. 칼과 집을 발음으로 대비시킨 것이다.)

* 유현: 하루 종일 목에 칼을 지고 앉아 있었더니 마누라가 그립습니다.(칼을 진다는 ‘負’와 마누라를 뜻하는 ‘婦’의 발음이 같다. 힘겹게 칼을 찬 무게만큼 마누라가 보고 싶다는 풍자다.)


‘강산은 바뀌어도 인간의 본성을 바뀌기 어렵다’는 속담이 있다. 유씨 집안의 삼촌과 조카는 전형적인 배웠다는 먹물들이었다. 죄를 짓고 육중한 칼을 목에 차고도 시를 지어 서로 주고받았으니. 어쩌면 사람들은 옥에 갇혀서도 이렇게 혀를 놀려 자신들의 재능을 과시한 이 두 사람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을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역경과 고통 속에서도 농을 하는 진정한 생활의 강자로서 기백이 넘친다고 칭찬할 것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죄를 지었으면 목에 칼을 차는 벌을 받는 것은 당시로서는 당연한데 시 나부랭이로 힘들다고 엄살을 떠는 것은 냄새나는 지식인의 본성을 유감없이 드러낸 것이라고 비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도저도 아니면 믿는 구석이 있는 자들이거나.


손으로 써보며 생각하기

* 유생부가(儒生負枷)

도면. 사진은 과거 급제자 명단을 새긴 비석이다.


* 유튜브 ‘김영수의 좀 알자 중국’: 하루 명언공부 10월 24일

- 해군지마(害群之馬)

- 무리를 해치는 말

https://youtu.be/sxmoXW-yXBE

작가의 이전글 고사성어 36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