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6일: 기기각노(妓譏閣老)
10월 26일의 고사성어(300) - 기생에게 조롱당한 점잖은(?) 늙은이들
기기각노(妓譏閣老)
* 기생이 재상 늙은이들을 조롱하다.
* 명, 이후(李詡, 1506~1593)《계암노인만필(戒庵老人漫筆)》
눈으로 읽으며 낭독하기
이른바 ‘삼양(三楊)’이라 불리는 양사기(楊士奇), 양영(楊榮), 양부(楊溥) 이 세 원로 학사가 명나라 조정을 이끌고 있을 때의 일이다. 그 무렵 제아수(齊雅秀)라는 기생이 총명함과 넘치는 기지로 장안에서 명성이 떨치고 있었다.
하루는 어떤 사람이 그녀에게 “세 원로들을 웃게 할 수 있겠나?”라며 넌지시 농 아닌 농을 던졌다. 어리둥절해하거나 당황할 줄 알았던 제아수는 뜻밖에 “할 수 있지요”라는 짤막하고 명쾌한 대답으로 응수했다.
그리하여 그녀는 관으로 불려 들어가 세 원로에게 인사를 드리게 되었다. 원로들은 불문곡직하고 그녀에게 왜 늦었냐며 근엄한 표정으로 다그쳤다. 제아수는 “집에서 《열녀전(列女傳)》을 읽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나이다.”라며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세 원로들은 아니나 다를까, 큰소리로 웃어 젖혔다. 그리고는 다시 그녀를 놀릴 요량으로 “우리는 제아수(齊雅秀)인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제하취(臍下臭)로구나!”라며 능글거렸다. 즉, ‘이름으로 보아 우아하고 빼어난 ‘제아수’라는 기생인 줄 알았는데 말하는 걸 보니 배꼽 아래에서 냄새나는 ‘제하취’ 같은 계집이구나’ 뭐 이런 뜻이었다.
제아수는 눈 하나 깜짝 않고 “저는 세 분 원로가 무관들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문관들이셨군요?”라고 응수했다. 이쯤 되니 세 원로들이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말하는 것이 영 무식한 무관들 같아서 무관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점잖은(?) 문관들이었다는 힐난이었다. 원로들은 은근히 부하가 치밀어 바로 욕을 해버렸다.
“이런 ‘암캐’ 같은 년이 무례하기 짝이 없구나!”
“이 년이 암캐라면 세 분 원로께서는 늙은 ‘수컷 원숭이들’이겠군요.”
세 마리 늙은 원숭이들은 아무 말 못 한 채 붉으락푸르락 화를 감추지 못했다.
손으로 써보며 감상하기
* 기기각노(妓譏閣老)
도면. 《계암노인만필》은 세간의 주목을 받지 않아 연구가 거의 되지 않은 자료다.
* 유튜브 ‘김영수의 좀 알자 중국’: 하루 명언공부 10월 26일
- 호호선생(好好先生)
- 좋은 게 좋은 선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