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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 365

12월 16일: 일모도원(日暮途遠)

by 김영수

12월 16일의 고사성어(351) - 갈 길은 아직 멀다


일모도원(日暮途遠)


* 날은 저무는데 갈 길이 멀다.

* 《사기》 <오자서열전>


눈으로 읽으며 낭독하기

‘일모도원’은 시간은 다 되었는데 목적지나 목표물은 까마득하게 멀 때를 비유하거나, 할 일은 많은데 시간이 없는 경우 등을 비유하는 성어이다.

춘추시대 말기 오자서(伍子胥, ?~485 기원전)는 아버지와 형님이 초나라 평왕(平王)에게 살해당하자 오나라로 망명한다. 자서는 오나라 왕 합려(闔閭) 밑에서 일을 하며 손자(孫子)와 함께 오나라의 군대를 동원하여 조국인 초나라를 쳐서 대파한다. 초나라 수도에 입성한 오자서는 아버지와 형을 죽인 소왕(昭王)을 찾았으나 찾지 못했다. 오자서는 죽고 없는 평왕의 무덤을 파서 그 시체에 채찍질을 했다.

자서와 친분이 있던 신포서(申包胥)는 산속으로 도망가서 사람을 시켜 ‘그대의 원수 갚은 행위가 어찌 그다지도 심한가?’라고 묻자, 자서는 ‘내, 날은 저물고 길은 멀기 때문에 천리에 순응하지 않고 거꾸로 시행하는 것이다’라고 대답했다. 오자서가 말 중에서 뒷부분 ‘천리에 순응하지 않고 거꾸로 시행하는’ ‘도행역시(倒行逆施)’ 역시 많이 인용하는 사자성어로 잘 알려져 있다.(2013년 교수신문에 의해 올해의 고사상어로 선정되기도 했다.)

오자서는 오나라가 월나라와 팽팽하게 맞서 싸우고 있을 때 오나라 왕을 도와 오나라가 결정적인 우세를 차지하게 한 인물이다. 그러나 오왕 부차(夫差)가 월왕 구천(勾踐)과 대신 범려(范蠡)가 제의한 화의를 받아들임으로써 월이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줘버렸다. 이 와중에서 강경파 오자서는 강화파인 간신 백비(伯嚭)의 이간질과 모함을 받아 부차로부터 자살을 강요받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오자서는 목숨을 끊으면서 ‘자기 눈알을 파내서 성문에 걸어(결목현문抉目懸門)’ 월나라가 쳐들어와 오나라를 멸망시키는 것을 보게 해 달라는 예언적인 유언을 남겼고, 그 예언은 실현되었다.

‘일모도원’이란 성어는 갈 길이 바쁠 때나 할 일이 많이 남았는데 시간이 없을 때 흔히 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마치 오자서의 일생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말 같기도 해서 여운이 남는다. 시인들은 흔히 인생의 뒤안길에 서서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며 이 말을 쓰기도 한다. 지금 우리의 앞날도 갈 길이 멀다.


손으로 써보며 생각하기

* 일모도원(日暮途遠), 도행역시(倒行逆施).

도면. 오자서의 ‘일모도원, 도행역시’는 그의 원한이 얼마나 깊었는지를 잘 나타내는 명구로 남아 있다.


* 유튜브 ‘김영수의 좀 알자 중국’: 하루 명언공부 12월 16일

- 문계기무聞鷄起舞)

- 닭 우는 소리를 듣고 일어나 검술을 연마하다.

https://youtu.be/3b3MoYpqA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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