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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올해의 고사성어

'견리망의'

by 김영수

교수신문의 올해의 사자성어가 발표되었다. 잠깐 선정된 '견리망의'라는 사자성어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관련한 성어들도 함께 소개해본다.

올해의 사자성어 ‘견리망의(見利忘義)’

교수신문이 2023년 한 해를 대변하는 사자성어로 ‘견리망의(見利忘義)’를 골랐다. ‘이익을 보면 의를 잊는다’는 뜻으로 역사서 《한서》가 그 출처이다. 여기서 말하는 ‘의’란 의리, 옳음, 정당함 등을 말한다. 이익을 보면 그것이 옳은 것이든 정당한 것이든 따지지 않고 덥석 그 이익을 취한다는 것이다. 최근 권력자의 처 김건희가 명품 백을 서슴없이 뇌물로 챙기는 영상이 전국을 뒤흔든 탓에 ‘견리망의’가 선택받은 것으로 추정한다. 이밖에 ‘적반하장(도적이 도리어 몽둥이 든다)’ ‘남우충수(숫자만 채우는 악대, 자리만 차지한 채 밥만 축내는 자들에 대한 비유)’ 등이 추천을 받았다. 하나 같이 이 정권의 무능과 행태를 지적하는 부정적인 사자성어들이었다.

사마천은 ‘견리의망의’와 비슷한 뜻의 ‘이령지혼(利令智昏)’을 언급한 바 있다. ‘이익이 지혜를 어둡게 만든다’는 뜻인데, 여기서 말하는 지혜란 올바른 판단력을 가리킨다.

공자는 ‘견리사의(見利思義)’라 했다. ‘이익을 보면 의리를 생각하라’는 뜻으로 눈앞의 이익을 보면 그것이 의롭고 정당한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라는 것이다.(《논어》 〈헌문>) 제자 자로(子路)가 성인(成人)에 대해 묻자 스승 공자는 이렇게 답했다.


“견리사의(見利思義), 견위수명(見危授命), 구요불망평생지언(久要不忘平生之言), 역가이위성인의(亦可以爲成人矣).”

“이익을 보면 (그것이) 의로운 것인 가를 생각하고, 위기를 보면 목숨을 바치며, 오랜 약속을 평생 잊지 않는다면 역시 성인이라 할 수 있다.”


자로가 물은 ‘성인’이란 ‘완전한 사람’을 가리키는데, 공자는 완전한 사람이 되기 위한 자격과 과정을 말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견리사의’는 《논어》 뿐만 아니라 제자백가의 다른 사상과 비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견리사의’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견리사의’는 중국의 전통적 도덕 문제에 있어서 집단과 개인의 관계를 처리하는 기본적인 행위 준칙이자 중국의 전통적 미덕이기도 하다. 의(義)와 리(利)의 문제는 도덕적 원칙과 물질적 이익의 관계 문제를 말한다. ‘의’는 일반적으로 정의와 공익에 합치하거나 공익과 공정에 합치되는 이치와 행동을 가리킨다. ‘리’는 물질적 이익을 가리킨다. ‘이익을 보거든 의를 생각하라’는 말은 ‘이익’에 반대한다는 것이 아니라 이익을 보면 먼저 그것을 도의에 부합하는지를 생각하라는 지적이다. 그것을 내가 취해도 되는지 아닌지를 고려하라는 뜻이다. 그래서 공자는 의에 부합한 다음 취하면 사람들이 그것을 취했다고 미워하지 않는다고 했다.

‘의’와 ‘리’를 둘러싼 논쟁은 중국 고대 사상사를 관통하는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오랜 논쟁사를 정리해 보면 대체로 세 가지로 갈라진다.


첫째, ‘의’를 중시하고 ‘리’를 경시하는 ‘중의경리(重義輕利)’ 사상으로 주로 공자와 맹자로 대표되는 유가학파가 이를 주장한다. 공자는 “군자는 ‘의’에 밝고(군자유어의君子喩於義), 소인은 ‘리’에 밝다(소인유어리小人喩於利)”고 했으며(<이인>), 또 “의롭지 못하고 부귀한 것은 내게 뜬구름과 같다(불의이부차귀不義而富且貴,우아여부운于我如浮雲).”이라고도 했다.(<술이>) 맹자(孟子) 역시 같은 입장이었다. 그래서 ‘인의(仁義)’가 있을 뿐인데 하필 이익을 말하냐고 위나라 혜왕(惠王)에게 핀잔을 주는가 하면, 생명과 의로움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생명을 버리고 의를 취하겠다고도 했다.

둘째, 첫 번째 입장과 반대되는 ‘중리경의(重利輕義)’를 주장하는 사상으로, 주로 관중(管仲)을 비롯하여 상앙(商鞅), 한비(韩非)로 대표되는 법가학파들이 많다. 관자는 “창고가 차야 예절을 알고, 입고 먹는 것이 넉넉해야 영예와 치욕을 안다”는 유명한 명언을 남겼고, 한비자는 “이익을 좋아하고 손해를 싫어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고 했다. 한비자는 인간이란 스스로의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인자함을 거론하는 것은 무용할 뿐만 아니라 해롭다고 말한다.

셋째, ‘의’와 ‘리’를 함께 중시하는 것으로 주로 묵가(墨家) 학파 사람들이 주장한다. 묵자(墨子)는 사사로운 이익에 대한 추구와 도덕 그리고 이익을 결합시켜 서로를 사랑하면 서로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와 관련해서는 순자(荀子)의 논리가 가장 심각한데, 그는 인간의 자연적 속성에서 출발하여 인간의 물질적 이익을 인정하면서 ‘의’와 ‘리’ 둘 다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즉, 이 둘 모두는 부정할 수 없는 것이지만 ‘이의제리(以義制利)’, 즉 ‘의로 리를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먼저 의로워진 다음 이익을 추구하면 영예롭지만, 이익을 먼저 추구한 다음 의롭고자 하는 것은 부끄럽다.”


자신이 노력하여 얻은 정당한 이익이라면 당연히 취해야 한다. 역대 사상가들의 견해가 갈라지고는 있지만, 올바르고 정당한 이익을 부정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는 일치한다. 따라서 공직자에게 이익과 의리는 결국 공사구분과 직결된다. 더욱이 고위 공직자에게는 공적으로 발생한 이익이라도 나라와 국민에게 돌릴 줄 아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자세가 요구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커녕 견리망의’가 일상화된 정권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끌어내려야 한다. 국민과 나라가 골병이 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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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들과 강학하고 있는 공자의 모습을 그린 그림(출처: 김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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