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사람에게서 들은 말 한마디가 사라지지 않고 가슴 속에 가시처럼 박혀 따끔거리고 있다.
어릴 적에 읽은 일본 소설 하나가 떠오른다.
이야기의 마지막 장면에 한 사람의 묘비가 나오는데, 거기에는 단 한 줄의 글이 새겨져 있었다.
「忘れない言葉(잊을 수 없는 말) 」
잊으려 애써도 잊히지 않고, 그냥 품고 살자니 가슴이 너무 아파서 견딜 수 없어 끝내는 스스로 목숨을 거두고 그 마음을 묘비에 남긴 이야기였다.
어린 마음에도 이상하게 그 장면이 오래도록 남아 있었다.
말은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사라지는 것 같지만
어떤 말은 지독하게 오래 남는다.
가시처럼 박힌 말을 되새기며 그 말의 본모습을 보려고 애써 본다. 평소 심성이 착한 사람이고, 나를 폄하할 빌미를 준 것도 없으니,
친구가 형용사를 조금 부적절하게 쓴 것뿐이라고 스스로 달래 본다. 하지만 여전히 그 말 한마디는 사라지지 않고 가슴 속을 맴돈다.
“무심코 던진 돌팔매에 개구리 맞아 죽는다”는 속담처럼 본인은 멋지게 말한다고 한 것이 표현의 오류로 인해 “멋”이 뾰족한 “못”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어디서 얻은 것인지 말 조심에 관한 계명 하나가 내 마음 속에 조용히 자리 잡고 있다
"말을 입 밖에 내보내기 전에 속으로' 하나 둘 셋' 한 다음 내보내라"
실천이 좀 어렵기는 하지만 명심해 둘 말인것 같다.
한평생 말을 생업으로 살아온 내 삶이었기에, 나 또한 얼마나 많은 크고 작은 가시를 남의 길 위에 꽂아 두었을까 겸허히 되돌아본다.
따끔거리는 가슴을 지긋이 누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