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낭당

돌무더기에 쌓인 안녕

by 할미꽃

​산길 언덕에 다른 나무들보다 유독 가냘픈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그 밑동에는 누군가 쌓아 올린 돌무더기가 보인다. 등산객들이 발걸음에 채이는 돌을 하나씩 주워 올린 모양이다. 뒤에 오는 이들이 돌뿌리에 걸려 넘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시공을 초월해 전달된 그 고운 마음들이 쌓여 이룬 탑일 게다.

​나도 주변을 두리번거려 돌 하나를 얹어본다. 왜 하필 이 가냘픈 나무 아래였을까 짐작해 본다. 어쩌면 유독 약해 보이는 이 나무가 안쓰러워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었을지, 혹은 고갯마루 턱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쉬어가라는 무언의 배려였을지도 모른다.

​이 돌무더기를 보면서 70년도 더 된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외갓집이 수유리 깊은 골짜기 끝, '빨래골'에 있었다. 산골물 소리가 말고 세차게 흐르는 골짜기에 인적도 드문 곳이어서 빨래하기에 좋아서 붙여진 이름인것 같다.

내가 대여섯 살 어렸을 때 얘기다.

그 당시에는 용두동에서 수유리까지 가는 교통 수단이 없어 외갓집에 갈 때 늘 걸어다녔다.

어머니의 손을 잡고 용두동 집에서 그 먼 길을 걸어가노라면 가는 길에서 뻐꾹새 소리도 들리고 소쩍새 소리도 들려왔다.

지루함을 잊게 하려 어머니의 마음이었는지 엄마는 새들에 얽힌 사연을 들려 주기도 하셨다.

​마을 어귀에 다다를 즈음엔 서낭당이 나온다.

어머니는, 그 앞을 지날 때면 꼭 돌 하나를 주워 얹고 두어 번 절을 하며 입속으로 무언가를 뇌이셨다.

평생 자신을 잊고 남편과 6남매 자식만을 위해 사셨으니, 아마 자식들의 무병장수와 안녕을 빌고 또 비셨으리라.

​산길에서 만나는 돌무더기는 단순한 돌무덤이 아니다. 그것은 산을 오르내리는 이들이 자기 발걸음 조심을 다짐하며, 타인의 안녕까지 염려하는 슬기와 착한 마음의 결정체라 여겨진다. 산을 오를 때마다 그 돌무덤을 지날 때마다, 돌과 함께 묻힌 이름 모를 이들의 아름다운 마음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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