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선배의 도시락

J선배님과 배우자분께 감사를 표하며

by 전태희

첫인상으로 좋은 사람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불운하게도 나는 그런 능력은 타고나지 못했다.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나를 사이비 종교 단체에 데리고 가기도 했고, 반면에 내 기준에 나와 맞지 않다고 생각했던 사람과 절친이 되기도 한다.




물론 예외가 되는 사람들도 있다. 오늘은 그 사람들 중 한 명인 J선배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J선배의 첫인상은 매우 좋았다. 갓 입사했을 때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사원들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일일이 알려주시던 모습이 선하다. 몇 번을 질문해도 늘 친절히 알려주셨다. J선배의 젠틀함은 선배가 퇴사를 하는 마지막까지 변함이 없었다.



내가 입사한 지 2개월 되던 햇병아리 시절, J선배는 결혼을 했다. 입사 후 2-3주 되던 시점 결혼 예정이라는 선배의 이야기를 듣곤, 이 회사에 진짜 일원이 되길 간절히 바랐던 나는 패기 있게 J선배에게 말했다.


"저도 결혼식 초대받고 싶습니다!"

"부담스러워할 줄 알고 고민했는데,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청첩장 나오면 꼭 드릴게요. "


선배는 '대화의 정석' 그 자체였다.







선배의 도시락


지금은 퇴사한 J선배는 내가 입사하기도 전부터 사랑꾼으로 유명했다. 그분들의 깊은 연애 스토리를 다 알지는 못하지만, 여하튼 나도 그 의견에 동의한다.


선배는 결혼 후 가끔 배우자분이 싸주신 도시락을 가져왔다. 떤 날엔 간단한 토스트, 다이어트를 하던 날엔 구성이 탄탄한 다이어트 식단 도시락 등 메뉴도 다양했다. 그리고 선배의 도시락은 가끔 직장 동료들 몫까지 준비되기도 했다.


'내조의 여왕'이란, 드라마 제목인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선배의 배우자분은 존하는 내조의 여왕이었다. 선배가 연차를 연달아 사용해 자체 휴가라도 떠나는 날이면 사무실에 남아 고생할 동료들을 위해 간식 꾸러미를 선물했고, 소소한 이벤트 데이(빼빼로데이나 밸런타인데이 등) 때에도 직장 동료들의 간식을 책임졌다.



"맛있게 드시고, 오늘 하루도 힘내세요!"라는 귀여운 메모와 함께 말이다.







래퍼 김하온은 '안녕하세요'라는 예능에 나와 이렇게 말했다.


"사랑이라는 건 자신에게 충분히 준 다음 자연스럽게 남에게 흘러가는 거라고 생각한."


나는 나 자신을 충분히 사랑하지 못했던 탓인지, 이 말이 마음에 확 와 닿지는 못했다. 그런데 선배의 도시락과 간식 꾸러미를 보고, 문득 지난날에 흘려 들었던 저 말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선배 부부의 사랑은 자연스럽게 흘러나와 나에게까지 닿았다.




고마움을 표하고 싶지만 선배의 자리는 이미 다른 분의 몫이 됐다. 동료들의 퇴사가, 이별이라는 게 아직 익숙지 못한 회사 막내로서 구질구질하겠지만 부디 선배께 양해를 구해 길다면 길 편지를 띄워 본다. 그동안 정말 감사드렸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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