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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채동 Aug 31. 2022

나를 찾아보려고(3)

잊을 건 잊고 버릴 건 버리고

불교 경전 '숫타니파타'에 보면 이런 말이 있다. "눈을 뜬 사람은 꿈속에서 만난 사람을 다시 볼 수 없듯이,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 이 세상을 떠나면 다시는 만 날 수가 없다. 누구누구하고 하던 사람들도 한번 죽은 후에는 그 이름만 남을 뿐이다. 내 것이라고 집착하여 욕심부리는 사람은, 걱정과 슬픔과 인색함을 버리지 못한다. 그러므로 안온함을 얻은 성인들은 소유를 버리고 떠난 것이다."


이제 2년이 다 되어간다. 그동안 후회와 미안함, 죄책감, 아쉬움, 분노, 원망. 이루 말로다 할 수 없는 나날 속에서도 시간은 흘러갔다.

눈을 뜬 사람은 꿈속에서 만난 사람을 다시는 볼 수 없다. 

눈을 뜬 사람은 꿈속에서 만난 사람을 다 시 는 볼 수 없다.

눈을 뜬 사람은 꿈속에서 만난 사람을 다  시  는 볼 수.....


'세월 지나면 잊혀진다 그러니 견뎌라'는 말로 같은 일을 먼저 겪은 이들이 많이도 해준 말이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다시 그들에게 물었다. 정말 잊혀지느냐고. 

'어찌 잊혀지겠노. 가슴 저 밑에 묻어두는 거지'란다. 그 말이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러나 잊을 건 잊겠다. 

눈을 뜬 사람은 꿈속에서 만난 사람을 다시는 볼 수 없으니, 내 힘으로 어찌해볼 도리가 없지 않은가. 


이곳으로 피난 오면서 이삿짐차에 실은 짐보다 더 많은 양을 폐기물 차에 실어 보냈다. 그와 함께 내 인생 절반의 기억도 함께 실어 보냈다.   

그럼에도 물리적 짐이 아닌 내 가슴에 살아있는 그 사람에 대한 추억은 버리질 못했다. 

그러나 이젠 잊을 건 잊겠다. 내 힘으로 어찌해볼 도리가 없지 않은가.


아이들 어릴 적, 책 읽는 습관을 길러준다고 거실 한 벽 전체를 가득 채웠던 책장과 책들. 그중 아이들 책들은 이사를 오면서 주변에 나눠 줄 건 주고 중고서점에 가져가 팔 건 팔았다. 생각보다 돈을 많이 주기에 아이들과 맛있는 것 사 먹었다. 그럼도 아직 이 집 거실 한 면은 책장이 차지하고 있다. 

사람도 소용이 다하면 사라지는 것을 다 읽은 책이 뭐라고 저리도 미련을 끌어안고 왔나 싶다.    


매주마다 조금씩 들고 중고서점에 가련다. 책 판 돈으로 이젠 혼자서 맛있는 거 먹으련다. 집착과 욕심을 내려놓고 가볍게 살련다. 이것이 뭐라고. 아이들도 다 커 자기 삶을 찾아 떠났으니 그 소용을 다한 것을.


잊을 건 잊고, 버릴 건 버리고 가볍고 단출하게 살고자 한다. 몸의 짐도, 마음의 짐도, 집안의 짐도 내려놓고 가볍게.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그 어디에도 걸리지 않는 자유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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