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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채동 Aug 18. 2021

1번 물음에 답하기

이혼과 사별에 대해 생각해 본다. 개인별 사연이야 다양하겠지만 이별의 결과에 대한 대응만을 놓고 본다면 이혼과 사별은 1번 물음에서부터 갈린다고 생각한다.


이혼은 그 사람과 함께 더 산다면 내가 죽을 것 같아 살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혼의 1번 물음은 ‘어떻게 살 것인가’하는 방법에 관한 것인 반면, 사별의 1번 질문은 ‘왜 살아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답을 찾은 후에야 ‘어떻게’라는 2번 물음에 제대로 답 할 수 있다. 


갑작스러운 엄마의 공백을 아빠의 의연함으로 딸들에게 안심을 줘야 한다는 생각에 ‘왜’ 보다는 ‘어떻게’ 만을 생각하며 달려가다가도 문득문득 ‘왜’라는 물음 앞에 주저앉게 된다.   


영화 ‘1917’에 나오는 두 병사, 먼저 죽은 블레이크를 남겨두고 그의 반지와 군번줄만 급히 챙겨 전령 임무를 위해 달려가는 스코필드. 그를 보며 지금의 나와 너무나 닮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내가 우리의 내일을 위해 준비해둔 음식들을 나는 오늘도 냉장고에서 꺼내어 살려고, 살아보려고 아구아구 먹고 있다. 


나는 스코필드에게 묻는다. 왜 굳이 그렇게 온갖 고비를 넘기며 그곳까지 가야 하나 대충 포기하는 편이 더 편할 것 같은데…. 왜? 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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