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선수가 된 나의 이야기]
폴리피를 데리고 나올 수 없다면 마방에서 친해지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처음에 했던 것처럼 솔질해 주고, 글갱이질해주고, 물수건으로 몸 닦아줬다.
그리고 다른 말 간식은 먹지 않는 폴리피가 제일 좋아하는 홀스릭스로 인사하는 걸 가르쳐줬다.
다른 말들이 인사하는 거 보면 다리도 구부리고 그러지만 폴리피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고개만 숙이는 걸로 목표를 잡았다.
아무래도 내가 목표가 필요했던 것 같다.
꿈꾸던 모든 게 무너진 순간, 꿈꿀 수 있는 또 다른 목표가 필요했다.
어느 정도 연습하고 나니까 나랑 둘이 있으면 곧잘 인사를 했다.
근데 다른 사람들한테 보여주려고 데려오면 앞에 사람들이 내는 조그만 소리들에 정신이 팔려 안 했다.
폴리피가 무서워하는 걸 억지로 강요할 생각은 없으니 우선 폴리피가 나를 믿을 수 있게끔 폴리피와 친해져서 다른 사람들이 있을 때 무섭더라도
나를 믿고 따라올 수 있도록 만들기로 했다.
폴리피는 거의 항상 내가 가도 얼굴을 잘 내어주지 않는다. 글갱이질 해주는 걸 좋아하고 내가 해주는 사람인 걸 아는지 내가 가면 엉덩이부터 내민다.
그런데 어쩌다 한 번씩 내가 폴리피를 처음 좋아하게 되었을 때처럼 나를 받아줄 때가 있다.
폴리피가 내 귀에다가 따뜻한 콧바람을 넣으면서 얼굴이랑 귀를 탐구하다가 내 어깨에 기댄 채로 가만히 있는 순간이면 모든 걱정이나 고민들이 다 사라지고
이 세상에 나와 폴리피만 존재하는 느낌이다
겨울방학이 끝나고 주말에만 나가면서 폴리피를 자주 만나지 못하게 되었다. 매일 찾아가지 않으니 폴리피는 나에게 열었던 마음을 다시 닫아가는 것 같았다.
여전히 내가 가면 긁어달라고 엉덩이를 들이밀지만 더 이상 내게 기대거나 내가 얼굴을 만지게 해주지 않았다.
여름에 교관님들이 샤워를 시키실 때 몇 번 옆에서 같이 하면서 시간을 보냈지만 매일 찾아가지는 못했다.
겨울방학과 봄 동안 폴리피는 나에게 인내와 끈기를 알려주었다. 모두가 왜 폴리피를 좋아하냐고 의문을 가지고 아무도 도와주지 않을 때,
나를 막을 때 나는 항상 다른 방법을 찾았는 법을 배웠다.
말을 좋아하는 걸 넘어서 사랑을 느끼는 게 무엇인지도 느끼게 해 주었고, 누군가가 행복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느낌이 무엇인지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폴리피를 크게 도와주지 못할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폴리피를 훈련시키기 위해서는 말을 훈련시키는 방법을 알아야 했다.
그래서 말조련사자격증을 따기로 했다.
자격증을 준비하면서 말 훈련시키는 방법을 배우고 제대로 된 방법으로 폴리피에게 다가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