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선수가 된 나의 이야기]
우리가 마사회에 면접을 보러 가던 날, 벚꽃 축제를 했다. 그때는 너무 떨리고 걱정돼서 눈에 하나도 안 들어왔는데, 이번 벚꽃 축제 때는 우리가 공람마술 공연을 하게 되었다.
코스를 외우고 서로 맞춰봐야 해서 큰 마장을 직접 뛰면서 외웠다. 정말 힘들었다. 말들이 코스를 그리면서 연습하면 얼마나 힘들지 상상도 안 갔다.
코스를 외우고 나서는 말을 타고 직접 그려봤다.
말 배정이 중요했다. 정확히 말 간격을 맞추고, 정확한 구간에서 이행을 하고, 말들이 옆에 붙어도 뒷발을 치지 않고 나에게 집중하게 만들 수 있는 말이어야 했기 때문이다.
처음에 나는 도밍고를 배정받았다. 좌석보만 할 때 반동을 받기 쉽고 이행도 잘되니 너무 좋았다.
그런데 첫 번째 연습 때 말들이 가까이 붙는 게 싫은지 도밍고가 계속 로데오를 했다. 교관님들이 여러 명 계시고, 옆에서는 방송을 촬영하느라 스태프들이 많았는데 도밍고가 뒤에 말을 차면서 로데오를 하는 순간 떨어졌다. 그리고 도밍고는 정말 한참 동안 마장을 뛰어다녔다. 힘이 차 있었는지 8명 정도의 교관님과 10마리 정도의 말을 요리조리 피해 다니며 신나게 뛰어다녔다.
진정되었을 때 다시 타서 코스를 마무리했고, 이렇게 2주를 연습했다.
그런데 일주일이 남은 토요일, 교관님께서 내 말을 바꾸셨다. 그리고 일요일에 또 내 말을 바꾸셔서 결국 나는 크로스파이어를 타고 1번 연습을 하고 축제를 앞두고 있었다.
걱정되기는 했지만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적어도 축제 첫날 당일 리허설 전까지는 그랬다.
리허설 당일, 예상치 못한 변수가 찾아왔다.
지금까지 연습한 코스에서 나는 8명 중 3번째였다.
그런데 마지막 코스인 바람개비를 그릴 때 크로스파이어가 계속 옆에 말 뒷발을 찼다. 결국 로리 다리가 까졌다.
지난주에 연습할 때도 크로스파이어가 계속 뒷발을 차서 교관님께 말씀을 드렸는데 그냥 하라고 하셨다가 로리가 다치고 나니 순서를 바꾸셨다.
나는 7번이 되었다.
내가 있었던 자리에서 맡았던 역할이 아예 바뀌고 코스도 다시 외워야 했다. 바뀐 자리에서 코스를 1번 그려봤다. 코스도 너무 헷갈리는데,
크로스파이어는 구보 나가기 전에 로데오하고, 플라잉체인지할 때도 로데오를 했다.
연습이 끝나고 마무리 운동을 할 때 부장님께서 나에게 “하기 싫어? 하기 싫으면 내려.”라고 하셨다. 그리고 교관님은 정신 차리고 똑바로 하라고 하셨다.
그 순간 눈물이 났다.
1년 전에는 내가 관람석에서 봤던 공연을 이제는 반대의 자리에서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기뻤고, 떨려서 코스도 진짜 열심히 외우고 자기 전에 항상 머릿속으로 코스를 그리며 어떻게 더 잘해야 할지를 생각했다. 그렇게 열심히 준비했다.
그런데 내 순서가 지금까지 외웠던 코스는 다 날아갔고, 같이 연습했던 말도 3번이나 바뀌었고, 크로스파이어는 어떻게 타야 할지도 몰라서 마음이 복잡한데, 크파가 로데오를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주는 조언이나 지금 코스 조금 틀려도 괜찮다는 위로는커녕 하기 싫으면 내리라니…
운동이 끝나고 크파를 정리하는 동안 나올 것 같은 울음을 참았다. 그리고 정리를 끝내고는 폴리피 마방에 들어가서 울었다. 아무도 폴리피 마방에는 안 오니
거기서 울고 싶은 만큼 울었다. 그러고 나서 다 잊어버리기로 했다.
그렇게 예상치 못한 난관들을 뚫고 벚꽃 축제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