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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벚꽃보다 일찍 피어난 우리들의 이야기

[어느 날 갑자기 선수가 된 나의 이야기]

by 나영

속상한 마음을 뒤로하고 나는 공연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비가 와서 벚꽃이 예정보다 늦게 펴서 사람이 많지는 않았지만 관객석은 다 채웠다.

우리는 10분 전에 마장에 나가서 준비운동을 했다.

관객석 쪽과 스피커 앞에서 많이 운동을 하면서 사람들의 소리에 익숙해지게 했다. 평소에 운동하거나 연습하는 것보다 신경 쓸게 정말 많았다.

사회자분께서 평보, 속보, 구보 등의 보법을 간단히 소개를 했고, 나와 정현이 오빠가 앞에 가서 보법을 보여줬다. 그리고 다 같이 일렬로 서서 인사를 했다.

그렇게 노래와 함께 공연이 시작되었다.


생각보다 간격도, 타이밍도 잘 맞추는 우리가 신기했다. 원도 동시에 그리고, 대각선 교차도 서로서로 잘 맞춰서 성공했다. 열심히 연습한 보람이 있었다.

그러나 문제의 구간이 남아있었다.

일직선으로 평보를 한 후 중간지점에서 구보를 해야 하는데 크로스파이어는 그때마다 로데오를 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공연 때도 앞으로 뛰고 뒤로 뛰고 하기 싫다고 난리를 쳤다. 나는 박차를 차서 보냈고, 로데오를 하기는 했지만 마지못해 구보를 나갔다. 바람개비도 잘 맞아서 괜찮구나 했는데 거의 다 끝났을 때 뒷발을 차서 급하게 마무리하며 첫 번째 공연이 끝이 났다.

구보 시작할 때, 바람개비 때 제대로 못해서 너무 아쉬웠다.


첫 공연 후에는 장애물 공연이 있고, 이후 2시간 뒤 공람마술 공연이 또 있었다. 나는 장애물을 안 했지만 학생선수 중 4명은 그 공연을 했다.

얼른 말들을 풀고 장애물 경기를 보러 갔다. 너무 불안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교관님이 바뀌시고나서 단일 장애물도 거의 안 했다. 그런데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장애물 코스를 뛰라니… 배정받은 말들도 기본 운동 때도 어려워했던 경주퇴역마등 우리가 컨트롤하기 어려운 말들이었다.

장애물 경기는 예상했던 거보다 더 심각했다.

원래 학생선수였던 오빠는 당연히 코스를 완주했지만 2명은 관객들 앞에 설치된 3개의 연속장애물 앞에서 다 낙마를 했다.

그리고 경주퇴역마 미미를 탄 효림이는 장애물 대신 마장 펜스를 넘었다. 미미는 장애물에 엄청난 재능이 있다… 1m 장애물을 뛰어본 적도 없는 효림이를 업고 1m를 훌쩍 넘는 마장 펜스를 뛰어넘었다. 그리고 효림이는 맨땅에 떨어졌다.

같이 경기를 보던 소은이와 나는 놀라서 뛰어가서 말을 잡고 효림이를 확인했다. 관객들도, 교관님들도, 모두가 정말 놀랐다.

다행히 효림이도, 미미도 다치지 않았지만 정말 큰 사고가 날뻔했다.

준비된 상태의 기승자와 같이 호흡을 맞춰본 말을 타고 모래가 많은 마장에 떨어진 것도 아니고 장애물을 같이 해보는 게 처음인 말을 타고 펜스를 넘어서

땅에 떨어졌으니 괜찮은 게 더 신기했다.


그렇게 모든 우여곡절을 겪고 나서 장애물은 우리가 하지 않기로 결정되고, 일요일이 돼서야 우리는 공연 전에는 떨리지만 그래도 즐기면서 공연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구보를 시작하기 전에 로데오를 하는 건 변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플라잉체인지를 할 때는 로데오를 안 하게 하는 방법을 찾았고, 첫 공연이 끝나고는 말들을 풀고 쉬게 해 주고 다시 다음 공연을 준비했다


공연 마지막 주인 다음 주는 빽빽하게 활짝 핀 벚꽃만큼 엄청나게 많은 관객분들이 기다리고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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