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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말조련사 2차 시험 & 결과

[어느 날 갑자기 선수가 된 나의 이야기]

by 나영

2차 시험은 조마삭과 경주마술 때문에 많은 걱정이 되는 시험이었다. 조마삭에는 한 줄 조마, 두 줄 조마, 드라이빙이 있었는데, 한 줄 조마는 평소에도 해왔기에 수월했지만,

두 줄 조마와 드라이빙은 새로 배워야 했다.

[두 줄 조마]

두 줄 조마는 처음 배웠을 때 정신이 없었다. 안쪽과 바깥쪽 줄의 길이 비율을 잘 조절해야 했고, 말의 건 아래로 줄이 내려가면 큰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했다.

양쪽에 조마끈을 잡고 있어 채찍을 들 수 없어서, 고집부리는 말을 다루기가 특히 힘들었다.

두 줄 조마에서는 양쪽 고삐 길이의 적정성, 말의 규칙적인 리듬, 이행 능력, 방향 바꾸기를 평가한다.

방향 바꾸는 법을 배울 때 손과 머리가 따로 놀아서 특히 어려움을 겪었다. 말이 너무 빠르거나 안 가거나, 끈이 조금이라도 꼬이면 머리에서 에러가 났다. 그래도 여러 번의 연습 끝에 익숙해졌다.

[드라이빙]

드라이빙은 두 줄 조마 상태에서 말 뒤로 가서 조정하는 것으로, 비교적 쉽고 재미있었다. 소를 데리고 밭을 가는 느낌이었다.

방향을 바꿀 때는 내가 먼저 가려는 방향으로 가서 말에게 방향을 알려주는 게 정말 중요했다.

[경주마술]

경주마술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가장 두려웠다. 자격증 담당 팀장님께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경주마술 하다가 사고 나면 큰일 난다. 그냥 시험 안 보면 안 되니”라고 하셔서 더 긴장됐다. 자세와 고삐 잡는 법이 달랐고, 이중 브리지라는 새로운 방법을 써야 했다. 이중 브리지는 고삐를 한번 잡으면 길이를 조절할 수가 없어서 불편했다.

그리고 몽키자세는 예상대로 힘들었다. 실내마장을 두 바퀴 이상 돌면 다리가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알파킹이지라는 경주퇴역마와 연습할 때는 재미있었다. 경주마술 안장을 쓰니 경속보 할 때 경주퇴역마들의 총총거리는 발걸음이 훨씬 편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킹이지의 본성이 살아나 진짜 경마를 할까 봐 걱정되기도 했다.

한 번은 실내마장에서 나오는데 경마장에서 함성소리가 들려와 킹이지가 뒷걸음질 치며 기립을 시도했다. 다행히 앞발만 든 수준이어서 버틸 수 있었지만, 아찔한 순간이었다.

이렇게 초반에는 불안한 마음을 가졌지만 후반의 킹이지와 운동 때는 정말 재미있었다. 전에는 신장구보 구간에서 소심하게 보냈는데, 이제는 그 속도가 너무 재미있게 느껴졌다.

경주마술에서는 정확한 지점에서의 이행, 몽키자세, 말 컨트롤 능력을 평가한다. 구보에서 정구보를 해야 했지만, 박차를 쓸 수 없어서 어려웠다. 교관님이 알려주신 대로 가려는 방향의 고삐를 말 목에 대면서 방향을 알려주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렇게 모든 것이 새롭고 도전적이고, 두려웠었지만, 내가 자격증 준비를 하지 않았다면 절대 배우지 못했을 것들을 배울 수 있어서 너무 소중한 시간이었다.


[시험]

말 조련사 자격증을 얻기 위한 마지막 관문을 앞둔 나는 경주마술 하다가 낙마만 안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일찍 도착했는데 너무 더워서 장구실에 들어가서 니모의 격한 응원을 받고, 평일에만 출근해서 한동안 못 봤던 인턴 언니도 만나서 얘기를 나누고, 류시원 선수님과도 마주쳐서 응원을 받았다.

마장에 나가자 시험 보지 말라고 장난치시던 팀장님께서 떨어지면 안 된다고 한번 더 강조를 하시고, 옆에서 내 교관님도 마지막이니 제발 잘하자는 눈빛을 보내오시고, 조마 심사위원분이 평소에 마주치는 마사회 교관님이라 너무 부담이 되었다.

나를 바라보는 여러 개의 시선 속에서 시험이 시작되었다. 한 바퀴 연습을 할 때 내가 탄 말은 입이 가볍고, 빠른 편은 아니어서 안심했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반 바퀴가 지나고 구보를 보내는데 파리 때문에 고개를 아래로 쑥 숙이면서 나도 앞으로 끌려갔고, 그대로 말은 뒷발로 설치된 펜스를 찼고, 그 소리가 시험장에 울려 퍼졌다. 그 순간 시험장에 있는 심사위원과 진행요원, 시험 대기자 분들 모두가 나를 쳐다봤다. 나는 절대 떨어지면 안 된다는 생각하나로 버텨서 다행히 떨어지지 않았다.

구조된 설치물이 파손돼도 실격인데, 펜스도 부서지지 않아서 너무 다행이었고, 나머지 코스는 잘했다. 킹이지의 신장구보에 맛 들인 나는 시험 중에도 그 재미를 만끽했다.

이어진 조마삭 시험에서는 얌전한 클리오를 만나 안도했다. 하지만 양쪽에 끈을 연결하려는데 조마 복대 고리에 조마삭끈이 안 들어갔다.

평소에 운동할 때도 안 들어가는 고리들이 있어서 다른 끈을 가져와서 썼는데, 시험장에서 이 조마끈을 만나다니... 진행요원분한테 고리가 안 들어간다고 말하니 조마삭 끈을 다 풀어서 반대편으로 넣어야 될 것 같다고 하셨다. 시간제한도 있는데 양쪽 끈을 다 풀어서 어느 세월에 이걸 하지 너무 걱정이 되었고, 덜덜덜 떨리는 손으로 끈을 풀어서 하나하나 고리에 넣을 수밖에 없었다. 이것 빼고는 조마와 드라이빙도 괜찮게 마무리되었다.

1차 마장마술 시험 때는 지금처럼 당황스러운 포인트들이 적었는데 2차 때는 변수들이 많아서 결과가 걱정이 되었다. 쉬는 날 아침 일찍부터 나와서 내가 시험 치르는 걸 봐주신 교관님께서 경주마술도 잘했고, 조마삭은 드라이빙은 끝은 거의 보지도 않았으니까 잘했을 거라고 하셔서 그나마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그 후 결과가 나왔다. 합격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첫 국가자격증은 운전면허증일 텐데 나는 운전면허증보다 말 조련 자격증을 먼저 따게 되었다. 약 6개월 동안 준비하며 필기시험부터 실기 1,2차까지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어서 내 실력으로는 안될 것 같았는데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 결과였다.

자격증을 준비하며 내가 지난 1년 동안 배웠던 것보다 훨씬 많이 배웠고, 경주마술을 해볼 수 있게 되어서 너무 좋았고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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