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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다친 뒤에야 알게 된 것

by 나영

월요일에 성형외과에 가서 다시 치료를 받았다.

상처를 꿰맨 병원에서는 별 말이 없었는데, 성형외과에서는 매일 소독을 하러 오라고 했고 입을 움직이지 말라며 액체로 된 것만 먹고 양치도 하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입술은 점점 부어올랐다. 나중에는 너무 부어서 입이 제대로 다물어지지 않았다.

입 안은 따갑고 바깥쪽은 붓고, 이도 아파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일주일 넘게 물, 단백질 음료, 두유 같은 것 말고는 아무것도 못 먹어서 살이 빠졌고, 앉거나 누웠다가 일어날 때마다 휘청휘청했다. 결국 링거도 맞으러 갔다.


안쪽의 상처를 낫게 하려면 가글을 많이 해야 한다고 해서 일주일 동안 큰 가글통 두 개를 비웠다.

가글을 하면 입안이 마비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상처 때문에 아픈 게 조금 덜 느껴졌다.


일주일이 지나고, 드디어 실밥을 풀러 갔다.

이제 끝났구나, 아프지도 않고 먹고 싶은 걸 먹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상처가 완전히 회복되려면, 6개월에서 1년 동안 치료를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 상처가 말에 대한 나의 애정을 멈출 수는 없었다.

실밥을 풀기도 전에, 말을 보기 위해 나는 마사회로 돌아갔다.


마주치는 교관님들께서 “장애물 하다가 입에 빵꾸났다며?”라며 농담을 해주셔서

창피했던 마음이 조금은 사라졌고, 웃으면서 대답할 수 있었다.

담당 부서의 부장님과 담당 교관님께서는 부모님께 따로 연락을 해주셨고,

다른 교관님들 중 한 분도 내게 연락을 해주셨다.

교관님들은 말 타다 보면 낙마도 많이 하고 다치기도 한다며,

걱정하지 말고 회복만 잘하라고 해주셨다.


그때 느꼈다.

나는 혼자 말을 타는 것이 아니라, 마사회라는 울타리 안에 있다는 걸.

“말 타다 보면 다친다”는 말은 위로이기도 했고,

내가 이미 이 세계 안에 들어와 있다는 확인 같기도 했다.

마사회는 그냥 말을 타는 장소가 아니라,

다치고 나서도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곳처럼 느껴졌다.


얼굴에 있는 상처라 걱정했지만 지금은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안 보일 만큼 나아졌다.

하지만 보여도 상관없었다.

이 상처는 말을 타다가 다친, 영광 같은 상처였고

내가 열심히 말을 탔다는 증거였다.

그리고 나중에 누군가가 이 상처에 대해 묻는다면,

재미있게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들이 생긴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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