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史 이야깁니다. 미술 작품에 대한 해설에 관해선 많이 읽은 적은 있습니다만 미술사는 처음입니다. [곰브리치 미술사]가 가장 유명합니다만, 그래도 우리나라 분이 쓰신 책이 우리 눈과 수준에 더 잘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양정무 교수님은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십니다. 수많은 책을 쓰셨더군요.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를 나와 미술사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한다는 런던 유니버시티 칼리지에서 박사를 하셨습니다.
이 책은 저의 절친이자 영혼의 GULU인 친구 추천에 의해 접하게 되었습니다.
친구는 공직생활 30여 년에, 요즘엔 어반 스케치에 푹 빠져 하루 한 작품 이상
그리기를 실천하는 친구입니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더 무서운 거죠 ㅎㅎ
[난처한 미술이야기] 책은 현재 일곱 권이 나와있습니다. 이제야 첫 권을 읽었는데, 일곱 권이라는 분량에 부담되지만, 첫 권을 읽어보니 내용이 알차고 재밌어 한 권 한 권 꾸준히 읽어나갈 생각입니다. 읽을 생각만으로도 즐겁습니다.
1권은 원시미술에서 시작해, 이집트미술과 메소포타미아 미술을 다룹니다.
원시 미술에서는 40만 년 전 제작 된 주먹도끼부터, 사자 인간, 쇼베의 동굴벽화와 라스코 동굴벽화,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집트 미술에서는 B.C.3100년경 통일 이집트의 시작을 알리는 나르메르왕의 팔레트, 기자의 大피라미드, 네페르니티 흉상, 우리에게 너무 잘 알려진(사진으로만) 투탕카멘의 황금마스크, 람세스 2세가 지은 초대형 신전인 아부심벨 등이 나옵니다. 아부심벨은 나일강 상류에 에스원 하이댐을 증축하면서 하마터면 수몰될 위기에 몰렸었는데, 유네스코와 특히 스페인의 도움으로 원래의 자리에서 이전해 보존되었다고 하니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메소포타미아 미술에서는 수메르, 아카드족, 히타이트 제국, 아시리아, 바빌로니아를 거쳐 페르시아 제국과 알렉산더 대왕 등이 다루어집니다. 세계 최초의 문명이 발생한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 지역을 메소포타미아(“두 강 사이의 땅”이라는 의미랍니다)라고 부르더군요. 지금은 이란과 이라크, 시리아 등이 위치한 지역이고요. 솔직히 이쪽에 대해선 관심도 별로 없고, 잘 모르는 지역이었는데,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책은 문답식으로 구성되어 있고(혼자서 북 치고 장구치고 하지만), 아주 쉽고 친절하게 기술되어 있습니다. 딱딱하게 쓰지 않아 초등학교 高학년 이상이라면 누구나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특히나 여러 유물이나 유적에 대한 사진과 도해 자료들이 풍부해, 설명이 눈에 쏙쏙 들어옵니다.
이집트 편을 읽으면서 영화 <인디아나 존스>가 떠오르더군요. 고고학자 인디아나 존스 박사(해리슨 포드)가 나오는 <레이더스(1981)>로 시작한 이 시리즈 물은 89년과 08년을 거쳐 최근인 2023년까지 총 4편이 개봉되었고, 어린 시절 재미나게 봤던 기억이 있거든요. 19세기말에서 20세기초엔 제국주의 발호로, 이집트 유적 발굴이 주로 제국주의 고고학자들에 의해 발굴되고 해외로 불법반출이 되었네요. 요즘에는 이집트 자국 고고학자들에 의해 숨겨진 무덤이나 유적들이 발굴, 연구 중인 모양입니다. 유럽여행에서 들르게 되는 루브르나 대영박물관 등에 전시된 수많은 유적들(거의 해외에서 들여온)을 볼 때마다, 일제 치하에서 우리나라 유물들이 일본으로 불법 반출된 역사의 아픔도 함께 느끼게 되고요. 역시 나라는 힘이 있어야 합니다.
급 관심이 생겨 넷플릭스에서 발굴 관련 다큐멘터리를 몇 편 찾아 시청했는데, 발굴엔 돈도 시간도 인력도 많이 소요되더군요. 발굴자의 오랜 세월을 참아내는 불굴의 인내심도 필요하고요.
친구의 추천에 의해 좋은 책을 접하게 되어 기쁜 마음입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