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 님의 두 번째 ‘詩가 있는 산문集’입니다. 2020년 11월에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를 내신 이후, 만 3년 만입니다. 보자마자 반갑더군요.
책 제목인 [고통 없는 사랑은 없다]는 故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말씀하신, “사랑 없는 고통은 있으나, 고통 없는 사랑은 없다.”에서 차용하셨다 밝히고 있습니다.
자작시 68수 + 알파에, 시를 쓰게 된 배경과 그로 인한 단상을 함께 엮었습니다.
정호승 님은 제가 좋아하는 시인입니다. 웬만한 그분의 책은 다 읽었고, 작년 12월에는 광주 서구청에서 마련한 초청강연에도 열 일 제쳐놓고 찾았습니다. 1950년 1월 생으로 올해 만 74세가 되신, 등단 52년 차 시인입니다.
본인께서는 “50년간 시를 써왔지만 나는 아직도 시를 모른다.”(20쪽) 말씀하십니다. 더불어 “시인이 한 편의 시를 남기기 위해서는 평생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평생을 바쳐야만 대표작 한 편이 겨우 남는다.”며 겸손해하십니다.
선생님의 책상 앞에는 다음과 같은 글을 붙여 놓으셨답니다. 어느 문학평론가가 문예지 월평란에 쓴 글의 일부라는데요. “문학은 결사적 이여야만 한다. 외롭고 배고프다고 해서 모두 생활로 떠나고, 견디지 못한다면 문학도 망하고 문인도 망할 수밖에 없다. 김수영 같은 시인이 우리 입가에 자주 오르내리는 이유를 우리는 알고 있다.” 선생님께서도 이 같은 결사적인 자세로 詩作을 해오셨음을 이 글을 통해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한 편 한 편의 시를 읽고 선생님의 산문을 읽으면서, 시인은 모든 사물을 바라보는 눈에 보통사람과는 다른 관심과 사랑이 담겨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도계장에서 생을 마감하는 닭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일인일닭’이 국룰인 치킨을 좋아하는 우리 모습을 반성하게 되고요.(그럼에도 맛있는 건 죄가 없습니다)
脫北 시인인 장진성 님의 시 <내 딸을 백 원에 팝니다>와 이 시가 실린 시집 관련 글을 읽으며, 북한 인민들에 대한 실상을 간접체험하게 됩니다. 그 어떤 웅변이나 영상자료보다, 이 시의 리얼리티가 더 공감을 가져오는 듯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시집은 꼭 읽어볼 생각입니다.
공감되는 구절中 특히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바로 지금이고,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함께 있는 사람이며,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것.”이라 말한 톨스토이의 문장에 오랜 시간 눈길이 머뭅니다.
주머니가 없는 수의에 대해 자신은 “수의에 주머니를 만들어, 받은 사랑과 용서를 가득 넣어가고 싶다.”는 말씀도 진하게 밑줄을 긋게 되고요.
맨 마지막 부분에서 “시는 쓴 사람의 것이 아니고, 읽는 사람의 것이다.”(568쪽)라며 시를 쓴 보람과 기쁨을 한 문장으로 축약하고 있습니다.
두꺼운 책이지만, 편히 읽히는 책입니다. 곁에 두고 시간 날 때마다 읽고 싶은 그런 類의 책 이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