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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호 May 06. 2024

[ 2024 독후기록 28] 오늘의 이스라엘

전 이스라엘 대사 최용환의 리얼 이스라엘 이야기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어린이날인데 하루 종일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내립니다.  동심에 멍들었을 듯한데, 다행히도 월요일이 대체휴일이라 날이 좋아지면 아쉬움도 줄어들겠죠?


[(7가지 키워드로 읽는) 오늘의 이스라엘]

최용환, 세종, 2023년 4월, 볼륨 384쪽.



이스라엘에 대한 이야깁니다. 이스라엘 하면 떠오르는 게 다윗의 별, 탈무드, 하브르타, 성경, 유대인, 카파(모자), 팔레스타인, 예루살렘 정도 랄까요?  얼마 전 이집트 관련 책을 읽다가, 국경을 맞대고 전쟁까지 치른 이스라엘에 급관심이 생겨 도서관에서 집어든 책입니다.


최용환 님은 1957년 대구생으로 문대통령시절 국정원 1 차장(해외)과 이스라엘 대사(2018.01.08~2019.08.02)를 역임하신 분입니다.  성경 속의 이스라엘이나 유대인의 성취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현재 이스라엘이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7가지 키워드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십니다.  이스라엘에 대한 궁금증과 일상을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첫 번째 키워드는 시오니즘과 분쟁입니다.

시오니즘은 "이스라엘 땅으로 돌아가자"는 의미로, 오스만제국의 지배를 받던 이스라엘이 1차 세계대전의 포화 속에서 영국의 벨포어선언(1917년, 유대민족국가 건설 지원을 영국이 약속)을 거쳐, UN의 팔레스타인 영토 분할 안 통과로, 우리나라와 같은 1948년(5월 14일)에 건국을 선언합니다.

이로 인해 그다음 날 이스라엘 국가 건설을 반대하는 이집트, 시리아, 요르단, 이라크, 레바논 5개국의 선제공격으로 1차 중동전쟁(팔레스타인 전쟁, 독립전쟁)이 발발하고, 1956년 이집트의 수에즈운하 국유화로 발발한 전쟁(영국, 프랑스)에 참전하여 시나이반도를 공격한 2차 중동전쟁(수에즈 전쟁), 1967년 6월 이집트, 요르단을 선제 공격한 3차 전쟁(6일 전쟁, 이때 현 영토 대부분의 땅을 차지), 1973년 10월 이집트의 선제공격으로 발발한 4차 전쟁(욤 키푸르 전쟁)을 다룹니다.


두 번째 키워드는 디아스포라와 이민인데요.

로마에 정복당해 2천 년간을 떠돌며 유럽인들로부터 박해를 당하는 이야기(홀로코스트 포함)와 국가수립 후 해외거주 유대인 청소년 대상으로 한 고국방문 프로젝트인 타글리트(Birthright) 프로그램을 다룹니다. 읽다 보니 우리나라 고도원의 아침편지 재단에서 해외 교포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K디아스포라 프로그램과 맥을 같이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 번째는 유대국가와 유대정체성입니다.

"누가 유대인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데, 초기에는 유대 종교법에 따라 어머니 쪽 혈통을 따랐다고 합니다. 고려나 조선시대 노비종모법이 연상되더군요.  

또한 이스라엘 의회는 단일 선거구로 우리나라 비례대표제처럼, 득표율로 120명 국회의원을 선출합니다. 지금껏 어느 한 정당이 과반수를 차지한 적이 없기에 연정을 통해서만 집권이 가능하고요.  정당도 선거 때마다 십여 개 이상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없어지며 이합집산하고요.

이스라엘 국가는 하티그바(Hatikvah)인데, '희망'이라는 의미입니다.  단조로 된 곡으로, 2004년 에서야 정식국가로 지정되었데요. 유튜브에서 찾아 들어보니 애절함이 느껴지더군요.  오스만 치하 때엔 당연 금지곡이었고요.


네 번째는 작은 나라, 강한 군대의 비밀입니다.

정규군은 17만 명,  예비군은 47만 명 수준이며, 40세까지(장교는 45세) 예비군으로 1년에 한 달 정도는 훈련을 받습니다. 남녀구분 없이 국방의 의무를 지며, 대부분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기 전 군복무를 먼저 해결한다는 점이 우리랑은 좀 다르네요. 남자기준 26세 이하는  30개월 복무입니다.  우리나라가 70년대 이스라엘 군을 벤치마킹하기도 했답니다.

3대 정보, 보안기관인 모사드에 대한 이야기도 나옵니다. 해외 정보수집과 비밀공작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으로, 나치가 저지른  유대인학살에 참여한 아이히만을 찾아내어 단죄한 사건은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다섯 번째 키워드는 창업정신과 후츠파(chutzpah)입니다. 후츠파는 무례함, 파렴치하다는 의미입니다. 이스라엘 사람을 ISRAELI라고 부르는데요. 7글자로 아래와 같이 설명하십니다.

I  : informal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다. 내용을 중시한다.

S : straight forward  직선적이다. 까놓고 이야기한다.

R : risk taking  위험을 감수한다.

A : ambitious  야심만만하고 야망에 가득 차 있다.

E :  entrepreneurial  기업가 정신이 뛰어나다.

L :  loud  시끄럽다. 자기주장이 강하다.

I :  improvisation  즉흥적. 임시변통이나 상황대처 가능하다.

이를 종합하면 "격식을 별로 따지지 않으니 자연히 토론에서 직선적이 되고, 그 과정에서 목소리도 커지게 된다. 또한 평소 야심만만한 자세는 목표달성을 위해서는 위험을 감수하게 되고, 이를 통해 상황변화에도 포기하지 않고 창의적 방식으로 대처해 나가면서 유능한 사업가로서 성취를 만들어 낸다"며 이스라엘 사람들의 특징을 이야기합니다.

참고로 이스라엘의 국토면적은 남한의 1/5  정도랍니다.


여섯 번째는 조약 없는 영혼의 동맹, 미국입니다.

아시다시피 미국은 이스라엘에 대해 편드는 나라입니다. 특히 4차 중동전쟁은 이스라엘이 코너에 몰렸던걸 미국의 지원으로 승리하게 되었죠. 미국은 이스라엘이 국가수립을 선포한 때로부터 약 11분 만에 당시 트루먼 대통령이 이스라엘 정부수립을 인정했다고 합니다.  

이스라엘은 아랍 인근 국가들과의 관계개선에도 노력 중인데, 이집트, 요르단, 아랍에미레이트와는 대사관도 설치했고, 바레인, 수단, 모로코와도 외교관계를 수립했다고 하네요.

팔레스타인에 대한 차별과 인권유린에 대해 국제적인 반이스라엘 캠페인인 B.D.S. 도 다루고 있습니다. Boycott(상품 수입거부), Devestment(투자철회), Sanctions(각종 제재부과)가 B.D.S.입니다.


마지막 일곱 번째로는 젊은 나라 속의 오랜 율법을 다룹니다.

초정통파 유대주의자들인 하레디를 다루는데요. 현실적인 피해보다는 종교적 신념(율법)을 훨씬 더 중요시한다는 게 문제라 지적합니다.  이혼도 남편이 승인하고 동의해야만 이혼할 수 있다는 부분에 대해선 시대착오적이라는 생각도 들게 하고요.


더불어 창의성을 기르는 이스라엘 교육의 핵심은 가정교육, 즉 밥상머리 교육에 있다는 대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요즘 우리나라에선 애들 사교육 시키느라 밥상머리 교육이 실종되어 버렸죠? 집에서도 지도하지 못하는 인성교육을 학교에다 책임을 전가하고 있으니, 서희초등학교 사건도 발생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나라에 유대인 교육법으로 잘 알려진 하부루타는 원래 '친구', '동료'를 의미하는 말이랍니다. 탈무드를 배울 때 사용하는 전통 학습방법으로 토론식 교육 방법을 말합니다. "수업의 목적은 배움이 아니라 질문에 있다"는 문장으로 요약되네요.

언젠가 읽은 책에서, 우리나라 학생과 유대인 학부모를 비교한 내용이 인상적이라 지금도 기억하는데요. 초등학생 자녀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부모님들이 질문한답니다. 우리나라 학부모들은, "오늘 학교에서 뭘 배웠니?"라 묻는데 반해, 이스라엘 학부모들은 "오늘 학교에서 무슨 질문을 했니?"라 물어본다고. 이게 창의력의 차이라고 말씀하시던 대목이었는데, 고개를 끄덕거렸었거든요. 이게 바로 하부르타 교육이었더군요.


년 칠 개월을 이스라엘 전권특명대사로 근무하셨고 국정원 해외담당 차장이셨으니 이스라엘에 대해 많은 경험과 자료를  토대로 책을 쓰셨습니다. 이스라엘에 대해 문외한이었던 제가 읽어도 현장감이 느껴지는 그런 알찬 내용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우리가 가진 선입견이나 고정된 이미지보다는 훨씬 다양하고 스펙트럼이 넓은 나라라는 말씀에 동의하게 됩니다.


우리나라와는 1962년 정식 국교수립 하였고, 1993년에는 상주 대사관을 개설했습니다. FTA도 체결해 이미 발효된 상태네요. 비자면제 협정으로 90일 동안 무비자로 체류 가능하고요.


종일 비 오는 덕분에 프로야구도 전게임 취소되어 시간적 여유가 생겨, 얇지 않은 책이지만 재밌게 읽은 어린이날이었습니다. 제겐 선물 같은 책이었달까요?


올해 28번째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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