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부터 내린 비가 오늘 아침 이른 출근길까지 이어지더군요. 이젠 푸른 하늘에 해님이 해맑은 얼굴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꽃이 사람이다] 나태주 산문집
나태주, 샘터, 2024년 1월, 볼륨 274쪽.
나태주 시인의 산문集입니다. 10년前인 2014년에 공주에 1930년대 지어진 일본식 가옥(적산가옥) 한 채를 장만, 그 해 10월에 <풀꽃문학관>을 개설하셨습니다. 책은 문학관 주변 공터에 정성 들여 심고 가꾼 꽃들에 관한 이야깁니다. 시인답게 글들도 짤막합니다.
선생님은 1945년 生으로, 팔순을 바라보십니다. 그간 190여 권의 책을 내셨습니다. 몇 년 전 광주국립박물관에서 선생님을 모시고 강연회를 연 적 있습니다. 박물관 강당에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분들이 모였었는데요. 저도 그 사람들 중 한 명이었습니다. 당시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고 계신다고 말씀하셨는데, 이 책에 자전거로 유유자적 출퇴근 하시는 모습이 자주 나옵니다.
생일이 3월 17일 이 시라고 직접 밝히시는데, 인터넷에서 인물 조회 해보면 3월 16일로 나오네요. 3월 17일이면 저랑 생일이 같은 날이라, 급 호감이 더 생깁니다.
시기적으로는 봄이 오늘 길목에서 여름이 시작되는 즈음까지, 구체적으로는 머위꽃에서부터 부레옥잠을 만날 때까지, 자가님 일상의 상념입니다. 문학관 주변에 키우는 꽃과 나무에 대한 애정이 물씬 풍겨 나옵니다. 머위꽃, 도장지, 복수초, 어성초, 영춘화, 봄까치꽃, 깽깽이풀, 꽃마리, 광대나물, 매발톱 등 잘 알지도 못하는 많은 꽃 이름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원래는 선생님께서 사진을 직접 찍고 짝을 맞춰 출간하려 했는데, 그 사진을 기본으로 삽화를 그려 같이 실어 출간했네요. 제 생각엔 삽화보다는 사진을 같이 실었다면 더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읽으면서 생김새에 대한 묘사들을, 실물을 보고 읽는 게 더 제대로 감상할 수 있을 것 같아 네이버에서 꽃 사진을 찾아가며 읽는 수고로움(?)이 있었거든요.
겨울잠을 덜 깬 개구리 이야기도 나오고, 중간중간 詩 도 실려 있습니다.
자세히 보아야 이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러운 것처럼, 읽는 내내 문학관 주변에 핀 꽃들이 이쁘고 사랑스럽게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