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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호 May 29. 2024

[2024  독후기록 34] 소년이 온다.

2014년 한강 작가 장편소설.

야구를 좋아합니다.  보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해, 20여 년 전쯤엔 회사 내 취미반으로 야구반을 결성해 운동했습니다(덩치가 있어 포수를 맡았는데, 운동신경이 없어 잘하진 못했습니다.  후보선수.  일명 ‘주전자’).   이젠 6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고, 내 고장 연고인 기아 타이거즈 골수팬입니다.  요즘 기아 야구를 보면서 참 써스펜스를 느낍니다.  어제 주중 첫 경기를 NC다이노스와 했는데, 10 대 1까지 앞서가던 경기를 11대 8까지 쫓기며, 그것도 모자라 만루 위기를 맞아 마지막 타자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는 조마조마한 경기를 하는 걸 보면서, 씁쓸한 마음이 들더군요.  갑자기 가벼운 야구 얘기로 시작하는 건, 오늘 이야기할 책 내용이 다소 무겁기 때문입니다.


[소년이 온다]

한강 장편소설, 2014년 5월, 창비, 볼륨 1,2권 합쳐 221쪽.



한강 작가님은 잘 아시죠?  얼굴은 모르더라도 이름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채식주의자]란 작품으로 맨부커상을 수상하신 분입니다.  1970년 11월 광주生으로  부친이 한승원 작가십니다.  부친께서는 광주 동신중학교와 동신여중에서 교편을 잡으셨고, 1979년에 작품 집필에 전념하기 위해 교직을 그만두셨고요.  부녀간인 두 분은 이상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한강 작가님의 대상 수상작품이 [몽고반점]으로 기억합니다.


이 책은 1980년 518 광주민주화 운동(당시에는 ‘광주사태’라고 폄훼되어 불렸죠)을 배경으로, 시민군에 참여했던 젊다 못해 어린 희생자 분들의 이야깁니다.  현장에서 돌아가신 분들뿐 아니라, 살아남아 고초를 겪고, 남겨진 희생자 유가족분들의 철저한 증언을 기반으로 쓰인 소설입니다.   소설보다는 르포르타주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만 15세 중학생 강동호, 수피아여고 3학년 김은숙, 노동운동으로 다니던 직장에서 쫓겨나 충장로 양장점 미싱사인 임선주, 동호 친구 박정대, 최후의 도청을 사수했던 김진수 등이 등장하는데, 읽는 내내 마음이 저려 왔습니다.


얼마 전 <서울의 봄>이라는 영화에서 황정민이 연기한 군부세력이 일으킨 만행입니다.  12.12 군사반란까지는 잘 알지만, 아직도 518은 북한의 사주를 받은 빨갱이들이 일으킨 사건이라 주장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북한군으로 지목해 광수 1, 광수 2라는 식으로 호칭한 일베들도 흔하고요.


올해가 518 민주화운동 44주기입니다.  얼마 전 망월동 국립묘지에 굥 대통령이 참배한 기념사에서, 여야가 원칙적으로 합의한 헌법 전문 수록에 대한 이야기는 언급조차 하지 않고, 경제가 어렵다는 이야기만 하고 갔는데요…


저는 광주에 살고 있습니다. 80년에도 전남대 인근 중흥동에 살았습니다.  어린 시절이지만 아버지 손을 잡고 도청 앞 집회와 시신이 임시 보관된 상무관에 들러,  태극기에 쌓여있는 관과 신원 확인이 안 되어 뚜껑을 닫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충격이었습니다.  열흘 동안 시위대가 불렀던 노래도 잊지 못합니다.

“전*환이 물러가라 물러가라,  전*두환이 물러가라 물러가라,  물러가라 물러가라 물러가라 물러가라 전*환은 물러가라”.


일본군 종군위안부와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도 마찬가지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단계는, 첫째, 정확한 진상규명, 둘째, 책임자 처벌, 셋째, 가해자와 책임자의 진심 어린 사과를 거쳐야 마지막 단계인 용서와 화해가 가능합니다.  兩 前 대통령들이 반란혐의로 처벌을 받았지만, 정작 광주에서의 학살에 대한 단죄를 받은 건 아니었거든요(죽는 그 순간까지도 자신은 책임이 없다고 회고록에서까지 주장).


월요일부터 오늘(수)까지 조선대학교에서는 축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축제의 마지막 날인 오늘은 인기가수 싸이의 초청 공연이 예정되어 있는데요.  광주전남권 대학에서는 40여 년째 불문율로 아픔이 있는 5월에는 대학 축제를 열지 않는다는 묵계를 깨고, 축제를 진행하네요.  잘못됨을 지적하고 싶은 마음은 아니지만, 고귀한 희생을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혹시 518의 의미에 대해 속성으로 알고 싶으신 분이라면, 5월 21일 방송된 <매불쇼> 전남대 철학과 교수이자 전남대 518 연구소 편집위원장인 박구용 교수님의 30분짜리 방송을 들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올해 34번째 책읽기


#한강  #소년이온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독후기록  #매불쇼  #박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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