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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호 Jul 25. 2024

[2024 독후기록 51] 마이클 샌델과의 대화

마이클 샌델, 김선욱 공저.

[마이클 샌델과의 대화]

마이클 샌댈, 김선욱 共著, 넷마루, 2024년 5월, 볼륨 310쪽.



미국에서 보다 우리나라에서 더 유명하신 분.  마이클 샌델 교수님의 [정의란 무엇인가?(2010)]를 안 들어 보신 분은 없을 겁니다.  책도 많이 팔렸는데(국내에서 200만 부 이상), 글쎄요… 이 책을 끝까지 다 읽은 분이나 제대로 이해하신 분은 그리 많진 않을 듯합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2012)], [공정하다는 착각(2020)],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2023)] 등을 쓰신 분입니다.  1953년生으로 27세 때인 1980년부터 하바드에서 정치철학을 강의하신 분입니다.


책은 세 파트로 구성되었습니다.  파트 1에서는 2022년 초에 샌델 교수님과 이루어진 전문 인터뷰이와의 인터뷰 내용입니다.  파트 2는 공저자인 숭실대 철학과 김선욱 교수님의 샌델 교수 히스토리와 그가 쓴 책들에 대한 해제입니다.  한나 아렌트 전문가인 김 교수님은, 2005년 샌델 교수님과 인연을 맺고, 우리나라에서 번역 출간된 교수님의 책 대부분을 감수하신 분입니다.  파트 3은 올해 4월에 두 분이 하바드에서 직접 만나 나눈 대화를 정리하였습니다.   


샌델교수님 책을 대부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제 머릿속에 남아있는 건 솔직히 거의 없습니다.  이번 책은 교수님 사상을 맥락을 통해 정리한 해설서라고나 할까요.  10여 년 전 일어난 ‘義’ 돌풍이 어떤 영향을 가져왔는지를 점검하는 책입니다.


파트 1에서는 ‘능력주의’란 타고난 특권이나 연줄 등이 아닌 개개인이 가진 능력과 역량에 따라 직업, 사회적 지위, 권한과 같은 기회를 얻게 되는 것.  날 때부터 주어진 것들로 인생이 결정된다는 계급주의의 대척점입니다.  그럼에도 능력주의는  “나는 내 힘으로 모든 것을 이뤘어.”라는 式으로 승자독식의  사회적 폭압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합니다.  능력주의가 승자와 패자라는 이분법으로 사회를 둘로 나누고, 사회적 통합을 방해하며, 결국엔 민주주의를 위협할 것이라는 사실을 이야기합니다.  개인이 이룩한 성공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그로 인한 이익을 사회와 다시 나눠야 하고요.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환상을 깬 [노력의 배신(2023)]을 쓴 연세대 김영훈 교수님, 의사출신으로 공공경제학자로 변신한 홍콩과기大 김현철 교수님의 책 [경제학이 필요한 시간(2023)]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듯합니다.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가 인류 전체를 위협한 건 사실이지만, 사람들에게 닥쳐온 위협의 크기나 정도는 같지 않았다.  코로나는 불평등이 존재함을 세상에 드러냈고, 존중받지 못했던 여러 블루칼라 노동자나 서비스직의 중요성을 드러냈지만, 그러한 일에 대한 생각의 변화, 이들을 위한 존중의 확립이라는 근본적인 변화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불평등문제에 대한 대응 방법으로 각자가 더 좋은 교육을 받아 계급 이동을 해야 한다고 하는 건 바람직한 대안은 아니다.”라고 능력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합니다.

사회를 위한 理想, 우리가 어떻게 共存해야 하는지에 대한 理想을 다루는 것이 정치철학의 본질임을 강조합니다,


파트 2에선 김선욱 교수님의 마이클 샌델에 대한 해제가 다루어집니다.  10여 년간 우리나라에 번역 출간된 샌델 교수님의 책만도 십여 권에 달하다 보니, 해제 역시 상당한 분량입니다. 이 책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문장, “정의로운 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어떤 시민이 될 것인가?”에 대한 답으로, “좋은 시민이 되기 위해 얼마나 시간과 정성을 쓰고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자.”라고 하십니다.  정의가 개인의 관점에서 사유하는 것이라면, 민주주의는 국가와 세계의 관점으로 지평을 확장해야만 논의할 수 있다며, 개인이 정의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사회가 정의로워야 하고, 정의로운 사회는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시민, 즉 개인 없이 이룰 수 없음을 힘주어 말합니다.


고등학교 토론동아리 대표였던 센델 교수가 당시 캘리포니아 주지사였던 레이건 前 미국대통령을 학교로 초청, 2,000여 명의 학생들 앞에서 토론했던 에피소드는 흥미롭습니다.  훌륭한 사람은 떡잎부터 알아보는 걸까요?  궁금하시면 직접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영어 원제는 “Justice. What is the right thing to do?” ”정의, 올바른 행위란 무엇인가?’였답니다.  정의로운 판단과 행위에 대해 올바르게 행할 수 있도록 다양한 생각의 기준점들을 보여주는 것이 집필 목적이었기에, 이 책에서는 간단명료한 ‘정의의 기준’을 제시하려는 책이 아니었다는 점이, 우리 독자들과 눈높이의 차이를 가져왔다는 설명에, 책을 읽고도 정의가 무엇인지 명확히 잡히지 않았던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제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ㅎㅎ)


능력주의는 능력이 있는지 여부는 시험을 통해 판별됩니다.  따라서 능력주의 사회는 필수적으로 시험제도를 요구합니다.  여기서 발생되는 오해가 샌델이 능력을 경시하고 있다는 시선인데, 샌델은 능력주의를 비판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능력의 중요성까지는 비판하지는 않는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샌델이 비판하는 것은 ‘능력주의 사회’이지 ‘능력을 존중하는 사회’가 아님을 구분합니다.

능력주의 사회는 쉽게 말해 인재 채용과 사회 운영 원리에 능력이 유일한 원리로 적용하는 사회로, 여기에는 재능을 키우지 못하는 불리한 여건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없다는 점이 문제라는 점도 강조합니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이야기는 이제 먼 옛날의 전설일지도 모릅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서는 ‘시장사회’란 모든 것이 상품이 되는 사회.  여기서는 모든 게 시장논리에 따라 작동합니다.  돈으로 살 수 없다고 여겨온 인간의 가치, 사랑, 신뢰, 우정, 충성심 등이 돈으로 거래됨으로써 그 본질이 변하는데,   이러한 변질을 ‘부패’라고 설명합니다.


“공공의 사안에는 소비자가 아닌 시민의 관점이 필요하다.  이러한 시민적 관심이어야만 公公善이 가능하게 되며, 시민적 연대를 꿈꿀 수 있다.  시민의식이란 시민다움을 의미한다.  (중략) 민주주의가 답이다.  그리고 그 열쇠는 시민이다.”는 문장에서, 깨어있는 시민의 의무를 되새겨 봅니다.  깨어있는 시민.  현시점에서 견지해야 할 자세입니다.


파트 3은 마이클 샌델과 김선옥 교수님이 올해 4월 초에 만나 나눈 대화 요약입니다.  한 줄로 요약하면 “우리는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두 석학의 대화입니다.


샌델교수가 대학원 첫 학기를 마치고(1975년 12월), 6주간의 방학을 맞아 스페인 남부 콜스타 델 솔에서 보낸 여행에, 네 권의 책을 가져가 읽었다고 합니다.  그 책들은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존 롤스의 [정의론],  한나 아렌트의 [인간의 조건], 로버트 노직의 [아나키, 국가 그리고 유토피아] 였다는데, 이런 책들을 읽고 사색하는 독서여행을 할 수 있음에 부러움이 느껴집니다.  

우연히 도서관 신간코너에서 만난 책입니다.  샌델 교수님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일독을 권합니다.


올해 51번째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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