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 시인의 에세이集입니다. 1945년생이시니 올해로 79세 십니다. 고령이심에도 불구, 년 2백 회 정도 강의를 다니십니다. 한마디로 노익장. 지금까지 쓴 책만도 190여 권입니다. 백 권의 책을 펴낸 유영만 교수님 저리 가라 할 정도입니다.
총 4개의 단락으로 구성해 놓았습니다. '나를', '인연을', '세상을', '글'을 좋아하기 때문에 라고요. 글들은 아주 차분합니다. 오랜 생을 사신 분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그런 느낌을 받습니다. 나이 든 사람을 보면 두 가지 생각이 든다고 합니다.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과, "저분을 본받고 싶다"는 생각으로요. 후자가 되기 위해 늘 노력하시는 모습입니다.
지금이라면 김영란 法(청탁금지법)으로 큰일 날 일이지만 교사시절 학부모로부터 촌지 받은 이야기도 실려 있습니다.
시인께서는 공주시내에 위치한 한옥카페 <루치아의 뜰>에 자주 가시는데, 이곳의 차맛과 분위기를 좋아하십니다. 이곳의 사연은 EBS <건축탐구 집> 방송을 통해 일전에 접한 적 있어, 실제 가보지 않았음에도 친근함이 느껴집니다. 이곳에 대해 쓴 시인님의 시 한 편 옮겨 봅니다.
<루치아의 뜰>(2016)
오래 묵은 시간이
먼저 와서 기다리는 집
백 년쯤 뒤에
다시 찾아와도 반갑게
맞아줄 것 같은 집
세상 사람들
너무 알까 겁난다.
너무 좋아, 남들에게 알려지기보단 나 혼자만 알고 있고 싶은 그런 곳 있잖아요. 시인님께 그런 곳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읽다 보니 좋은 구절들이 많아 일부만 옮겨 봅니다.
"세상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은 모든 것에서 배우는 사람이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자기가 가진 것에 만족하는 사람이고,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자기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다."
(181쪽) 탈무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 3가지. 어린아이, 장미, 어머니 마음. 이중에서도 제일은 늘 변하지 않는 어머니의 마음."(239쪽)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 3가지. 지금, 여기. 옆에 있는 사람. 그 사람에게 잘하는 것."(239쪽)
작가님 인생에 영향을 준 책으로 공자의 [논어], 노자의 [도덕경], 일본 사진작가 후지와라 신야의 [인도 방랑],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 이라십니다. 생애동안 곁에 두고 늘 읽고 싶은 책은 [윌든]이라시네요. 법정스님과 궤를 같이 하십니다.
시인은 독자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해 주는 게 시인의 역할이라 말씀하십니다. 이건 비단 詩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닐 듯합니다. 요즘 소설을 읽다 보면 어렵고 공감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문학하시는 분들 새겨들었으면 좋겠습니다.
폴란드 시인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두 번은 없다>로 마무리하겠습니다. 편안한 휴일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