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新刊 서재에서 책을 훑어보다 눈길이 머문 책입니다. 식물에 대한 오해라? 말 못 하는 식물과 인간 사이에 무슨 오해가 있을까요? 책장을 넘기는데 정성스럽게 그려진 식물 세밀화가 제 손을 자연스럽게 당기더군요.
저자인 이소영 님은 대학에서 원예학을 전공한 분입니다. 졸업할 당시 식물세밀화가를 채용하는 유일한 곳이 국립수목원(舊 광릉수목원)뿐이라 그곳에서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수목원을 그만두고 10여 년 전 독립했는데, 수목원과 협업할 일들이 많아 아예 남양주에 작업실을 꾸렸답니다. 부여에 위치한 한국전통문화대학교 미래문화유산대학원 겸임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도 하십니다.
식물이 약하고 수동적인 이미지로 느끼는 게 식물에 대한 오해라 이야기합니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며, 빠르게 형태를 변화시키고, 번식을 위해 누구보다 삶에 열정적으로 임하는 게 식물이라 말합니다.
책은 네 개의 章으로, 49가지 식물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생물시간에 배웠던 생물 분류 단위인 종. 속. 과. 목. 강. 문. 계. 를 접했습니다. 종(species)은 상호 간 교배가 가능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네요. 작가는 식물을 그림으로 기록하는 일을 주로 하면서, 식물에 관한 책과 그림, 고문헌, 우표 까지도 수집합니다. 싱가포르에서 구입했다는 북한에서 발행한 식물 우표도 접했습니다. 우리나라랑 부르는 명칭도 약간은 다르더군요.
樹高가 각양각색인 나무이다 보니 “무언가를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적어도 대상과 같은 높이에 시선을 두려는 노력이 필요한 법이다”(103쪽)는 문장을 메모지에 옮겨 적었습니다.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는 말인데, 뒤표지 안쪽에 해당 구절을 다시 언급해 놓았더군요. 사람이 느끼는 건 비슷한 모양입니다.
책을 통해 내가 봄철 좋아하는 자목련의 실제 이름은 ‘자주목련’이었음을 알았습니다. 겉은 자색이고 안쪽은 하얀색인 목련은 자목력인 아닌 자주목련이었네요. 자목련은 겉과 속의 꽃 색깔이 모두 자줏빛인 목련이고요. 벼에도 벼꽃이 핀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벼는 자가수분을 하니 충매화나 풍매화처럼 굳이 꽃을 오랜동안 피울 이유가 없고, 그러기에 꽃이 피어있는 시간이 짧게는 한 시간에서 길어봐야 4시간 정도라고 합니다. 벼꽃은 한 개의 암술과 6개의 수술로 이루어졌다는 사실(평생 모르고 살아도 사는데 아무런 지장도 없는)을 알게 됩니다. 역시 아는 것만큼만 보인다는 게 무슨 말인지를 알게 되었네요.
“우리가 숲의 도토리 한 알을 탐내지 않고 지나친다는 것은 한 그루의 나무를 심는 일과 같다”(293쪽)는 구절이 좋았습니다. 지난봄 생일날 선배님으로부터 선물 받은 [신갈나무 투쟁기]라는 책을 읽다, 도토리가 열리려면 최소 20년이 걸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거든요. 나무를 심지 않기에 막걸리에 곁들이는 도토리묵을 끊어야 하나 하는 부질없는 생각도 해 봅니다.
“원예학의 궁극적인 목적은 식물을 많이 이용하고 문화를 확산시키는 것이 아니라, 식물과 인간이 더불어 행복할 수 있는 지점을 찾는 있어야 한다”(323쪽)는 문장에서, 책을 쓴 목적과 저자분의 신념을 알게 됩니다.
검색해 보니 <서울신문>에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이라는 칼럼을 연재 중이시네요. 책에 있는 식물 세밀화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자연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일독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