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前 이혼 관련 책을 읽어 정서가 삭막해진 듯해, 감성을 다시 채울 겸 미술 관련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정우철 님은 도슨트입니다. 여러 유명 기획전 해설을 담당했고, 사이버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십니다. 기존 작품 분석이 主인 미술해설에서 벗어나, 화가의 삶과 예술을 한 편의 이야기로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해설을 하시는 분입니다.
여러분은 ‘밤(Night)’하면 무엇이 연상되시나요? 낮 동안 열심히 일한 후의 안식과 평온, 상상의 원천, 로맨틱한 밤 등과 같은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슬픔이 가득 찬, 그리고 어두움에서 오는 두려움이나 공포를 느끼게도 됩니다. 이 책은 밤과 관련된 17C부터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21C까지 회화작품 101가지를 통해 여러 의미의 밤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카미유 피사로의 <몽마르뜨 대로 밤풍경>부터 시작해 스타니슬라프 주콥스키의 <부활절 밤>까지 101가지 그림(정말 101개일까 의심스러워 직접 세어 보았습니다)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읽는 책’이라기 보단 명화를 즐기며 ‘보는 책’입니다. 그림 보는 것만으로도 본전은 이미 뽑아 흑자를 본 거 같습니다.
밤 하면 떠오르는 고흐의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 <밤의 까페 테라스>, <별이 빛나는 밤에>, 렘브란트가 그린 공동초상화 <밤의 순찰> 뿐 아니라, 우리에게 친숙하지 않은 작가 분들의 작품도 다수 등장합니다.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작가인 하릴 솔베이그의 <어부의 어두막>은 데이비드 소로가 윌든 호숫가에 직접 짓고 2년 2개월을 살았다는 오두막 집을 연상하게 합니다. 1962년 생으로 현존 작가인 앤 매길의 <자정, Midnight>이 무척이나 인상적 이였는데요. 늦은 시간 서로의 팔짱을 낀 채, 물과 건너편 야경을 바라보는 연인의 뒷모습에서, 사랑이란 같은 자리에서 같은 방향을 함께 바라보는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녀는 주로 사람의 뒷모습을 그리는데, 얼굴이 보이지 않아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이 화폭 속 주인공이 자신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들게 하네요.
호안 미로의 빨강, 노랑, 파랑 원색 그림을 보면서, 2018년 오뚜기 진라면 출시 30주년을 기념하여 내놓은 포장지 컬래버레이션도 떠오릅니다. 지금 나오는 진라면 포장지 느낌도 호안 미로 분위기를 그대로 차용한 거 같습니다. 진라면 포장지를 유심히 한 번 살펴보시길.
혹시 ‘다리파’나 ‘Naïve Art’라고 들어 보셨나요? ‘다리파’는 물로 나뉜 두 곳을 연결하듯, 과거와 미래, 전통과 혁신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기에 이런 명칭이 붙었답니다. 에른스트 루트비히 카르히너를 대표작가로 봅니다.
나이브 아트는 ‘유치파’, 혹은 ‘소박파’로 번역되는데 초현실주의의 아버지로 불리는 앙리 루소를 대표작가로 꼽습니다. 평생 제대로 된 미술교육을 받지 않았고 22년간 파리의 세관원으로 일하며, 쉬는 날인 일요일에만 그림을 그려 ‘일요일의 화가’라는 별명을 얻었다고 합니다. 미술 교육을 받지 않아 오히려 기존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 그의 작품이 더욱 빛나는 것 같습니다.
“밤이 어두울수록 별은 더 밝아진다.” – 도스토옙스키
“말로 할 수 있다면 그림을 그릴 이유가 없다.” – 에드워드 호퍼
밤을 주제로 한 그림은 어두움을 더 밝아 보이게 하고, 말로 형언할 수 없기에 보는 이들에게 더 많은 상상력과 감동을 주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