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화 님의 新刊 詩集입니다. 움츠러드는 겨울이지만 마음 따뜻해지는 호빵과 같은 93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당신을 알기 전에는
시 없이도 잘 지냈습니다
당신을 알기 전에는
당신 없이도 잘 지냈습니다
<당신을 알기 전에는 시 없이도 잘 지냈습니다>中
지인에게 선물하려고 산 詩集입니다. 오늘 오전 택배로 도착한 책인데, 궁금증에 못 이겨 먼저 읽게 되었네요.
알고리즘이라 하나요? 인터넷 서점에서 이것저것 검색하고 구입하다 보니, 신간 예약판매 한다고 급기야 문자가 날아와 인지하게 된 책입니다. 시집보단 산문집을 선호하지만, 읽으면 영혼이 맑아지는 느낌을 받게 되는 류 시인님 책이기에 주저 없이 구입했습니다.
“첫 문장은 시인이 쓰지만 그 뒤의 문장은 읽는 이들의 마음으로 써 내려간다”거나, “백 사람이 읽는 한 편의 시보다, 한 사람이 백 번 읽는 시를 써라”는 문장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고독의 최소 단위는 혼자가 아니라 둘이다”는 문장에도 밑줄 긋게 됩니다.
93편의 詩중 <그것은 사랑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와 <세계가 그대를 고독하게 만들 때> 두 편의 시가 마음에 듭니다.
뒷부분에 실린 이문재 시인의 해설이 읽는 재미를 더하는데요. 데이비드 소로의 [윌든]에 실린 오두막집에 있는 세 개의 의자 이야기를 인용합니다. 하나는 고독을 즐기기 위한 의자로 자기 省察을 하기 위한 의자입니다. 다른 하나는 친구를 위한 것으로 타인과의 관계, 友愛를 위한 의자입니다. 마지막 세 번째 의자는 交際를 위한 것으로 사람이나 생명체뿐 아니라 이 세상 모든 사물을 위한, 세상을 환대하기 위해 마련된 의자라 해석합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도 세 편의 詩가 필요하다 말하는데요. 첫째, 지금 여기의 나를 위한 시, 둘째, 사랑하는 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시, 셋째, 세상 사람들과 함께 읽고 싶은 시라며, 이 세 가지가 골고루 들어있는 시집이 바로 이 시집이라 이야기하는데, 이 말에 격하게 공감하게 되네요. 쓰는 사람은 한 사람이지만, 해석과 느낌은 읽는 사람의 수만큼 많은 게 詩 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