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멍멍이 반려인입니다. 서울 본사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내려온 2011년, 내려오자마자 지인을 통해 코카스패니얼과 닥스훈트 믹스견 두 녀석을 입양했습니다. 태어난 지 8주 정도 된 아주 귀여운 아이들이었죠. 남자아이에겐 짱구라는 이름을, 여아에겐 짱아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습니다. 짱아는 십 년 전쯤 피치 못할 사정에 의해 원래 분양해 주었던 집으로 돌려보냈고, 지금은 짱구와 그 아들인 세짱이랑 같이 지내고 있습니다. 짱구는 12월 8일 생이라, 이번달 14번째 생일을 지내고 15세가 된 老犬이 되었습니다. 나이 들어 치아상태도 안 좋아져 딱딱한 음식은 잘 먹지 못하고, 근 손실로 체중이 많이 줄었습니다. 아직까진 산책 나가면 잘 걸어 다니지만, 누워있다 일어서는 게 힘들어 보입니다.
책 이야기를 한다는 게 우리 집 반려견 이야기부터 해 버렸네요. 지은이 설채현 님은 1985년생으로 건국대학교 수의학과를 나와 동물병원 원장으로, 반려견 행동수정 전문가로 활동 중인 분입니다.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프로그램 등 여러 동물 관련 방송에 출연하셨고, 일명 ‘개 마음 읽어주는 의사’로 불립니다.
책은 원래 2019년에 출판되었습니다. 당시 동아일보를 종이신문으로 구독했던 지라, 하단 광고面에서 이 책을 자주 접했습니다. 읽어봐야지 하는 마음을 계속 품었었는데 기회가 닿지 않다가, 올 10월 개정판이 나오면서 도서관 신간 서가에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총 4파트 구성입니다. 개는 ‘장난감’이 아니다, 개는 ‘마법상자’가 아니다, 개는 ‘사람’이 아니다 를 거쳐 마지막 파트에서는 “반려견은 가족이다”입니다. 말 못 하는 동물이다 보니, 우리 아이들과 생활하면서도 “왜 저러지?”하고 답답한 적이 많았습니다. 제가 가진 모든 궁금증과 답답함을 다 해소하진 못했지만 유익한 독서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반려견이 한 가정에서 평생을 살다 무지개다리를 건널 확률이 고작 12%랍니다. 열 마리中 한 마리 꼴. 유기견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됩니다.
예전엔 ‘애완동물’이란 용어를 사용했었는데 지금은 ‘반려 동물’로 불립니다. 애완이 ‘총애하는 장난감’이란 의미였다면, 반려는 ‘짝’이라는 의미가 두 번 들어간 ‘진정한 짝’이란 의미입니다. 도둑고양이가 길고양이로 순화된 것도 동물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진 이유이기도 합니다.
요즘 교육 현장에서 체벌이 사라진 이유와 같이, 반려동물들에게도 체벌은 하지 않아야 함을 강조합니다. 체벌이 동물의 행동교정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거죠. 이 부분에 대해서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반려견이 행복하기 위한 5가지 조건>을 메모하게 됩니다. 1) 부적절한 영양관리로부터의 자유(배곯지 않아야 한다는 이야기), 2) 불쾌한 환경으로부터의 자유, 3) 신체적 고통으로부터의 자유(질병 등으로부터의 치료 등), 4) 정신적 고통으로부터의 자유, 그리고 5) 자연스러운 본능을 발휘하며 살 자유를 들고 있습니다. 이렇게 살 수 있는 반려동물이라면 인간보다도 행복할 거 같습니다.
펫티켙, 안락사 문제, 분리 산책, 무지개다리를 건넌 이후 찾아오는 펫 로스 증후군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습니다.
어젯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햄버거가게 알바를 마치고 돌아오던 19층 사는 젊은 친구를 만났습니다. 15살짜리 반려견과 생활하는 친구인데요. 지난주 ‘릭키’(반려견 이름)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는 이야기를 제게 전해 주더군요. 담담하게 이야기했지만, 담긴 아픈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릭키는 저랑도 친한 아이였거든요. 하늘나라로 떠나기 전 오른쪽 편마비로 고생했다는데, 그곳에서는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