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안의 외국인이 바라본 일상의 인류학
[경이로운 한국인]
장클로드 드크레센조, 이소영 飜譯, 마음의숲, 2025년 3월, 볼륨 286쪽.
도서관에서 한 번에 대여할 수 있는 책이 다섯 권입니다. 임은경 검사, 이재명 대통령, 김영민 교수 책에 이어 네 번째 기획(?) 독서한 책입니다. 김영민 교수님의 [한국이란 무엇인가]가 내부인의 시각에서 한국에 대해 고찰한 내용이라면, 이 책 [경이로운 한국인]은 푸른 눈(碧眼)을 가진, 한국을 잘 아는 외국인(프랑스인)의 시각에서 쓰인 책입니다. 읽다 보면 한국에 대한 저자의 사랑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장클로드 드크레센조 님은 올해 73세입니다. 한국이 너무 좋아 ‘한국학과’ 과정을 프랑스 엑스마르세유대학에 창설(2002년)해 한국학을 가르쳤고, 한국학 연구소를 만들어 20년 동안 소장으로 재임한 분입니다. 한국인 아내 김혜경 교수와 20여 권의 한국 소설을 공동 번역하여 프랑스에 출판한 ‘한국 사위’입니다. 한국인 부인, 한국인 며느리가 있고, ‘장길도’라는 한국 이름도 가진 원조격 ‘한류전도사’입니다.
책은 문화 분석의 틀에서 벗어나, 사람들의 日常을 직접 들여다보는 색다른 방식을 사용합니다. ‘日常의 人類學’이라 이름 지을 수 있는데요. 일 년에 최소 서너 차례 매년 한국을 방문해 오면서 우리나라가 가진 독특한 문화와 생활 풍습에 대해 100 여 가지 꼭지로 생각을 풀어낸 에세이集입니다. 특이한 점이라면 그동안 ‘한국’에 대해 다룬 책들이 대부분 이였다면, 이 책은 ‘한국人’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식사 때면 늘상 듣는 “많이 먹어”라는 말에서, 일제강점기와 전후 시절을 거치면서 경험했던, 경제적으로 지독히도 가난했던 ‘보릿고개’를 연관시킵니다.
온 국민의 국민음식으로 ‘불고기’나 ‘삼겹살’이 아닌 ‘라면’을 꼽습니다. 먹는 것에 그 누구보다 진심인 사람들이 바로 한국인들 이라며, 맛집 찾아 식당 가고 대기하는데 한두 시간을 아낌없이 사용하고선, 정작 먹는데 10分이면 충분한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봅니다.
또 다른 문화적 차이로 음식점 식당 테이블에 놓여 있는 두루마리 화장지를 이야기하는데요. 돌돌 말려있어 사용하기 편한 두루마리 화장지가 서양에서는 화장실에 위치하는 물건임을 비교하면서 다소 당혹스러워하기도 합니다. 화장실에서 똥꼬를 닦든, 식탁에서 입 주변을 닦든, 무언가를 닦는다는 점에서 용도는 다르지 않으며, 실용성이라는 점으로 접근하는 한국인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합니다.(그래도 가급적이면 갑 티슈가 테이블에 놓여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를 포함해 많은 사람으로부터 관심을 받은 꼭지는 맨 마지막에 실린 “나라가 어두울 때 가장 밝은 것을 들고 나오는 국민”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2024.12.03 비상계엄의 밤, 찬바람 몰아치는 거리에 나온 한국인들을 보고 어느 외신 기자가 한 말이라는데요. “이러한 연대의 몸짓은 한국 고유의 시위 문화의 일부가 되어 가슴 뭉클한 광경이 되었다”며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엔 장롱 속의 금붙이를 들고 나왔고, 탄핵 집회에는 촛불 혹은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 응원봉을 들고 나오며, 시위를 하나의 축제로 승화시키는 대중 지성과 성숙한 시민 의식의 본보기를 전 세계에 보여 주었다” 평가합니다.
4/29일 게시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비상계엄으로 한국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았지만, 민주적인 시위와 법과 정치적 절차를 통해 잘 해결했다는 점을 보면, 저는 한국의 미래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습니다. 한국은 세계에 또 한 번의 귀감이 됐다 생각합니다”라며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습니다. 한국 사회가 안정을 되찾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모든 구성원의 지혜가 필요하다… (중략)… 한국 국민은 더 이상 非정상적인 체제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걸 몸소 보여주어 전 세계 국가들에게도 귀감이 되었으리라 본다” 답하네요. 저자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우리가 사는 일상이기에, 부지불식간에 행하는 여러 행동이나 일들에 대해 “아! 외국인의 시각에서는 이렇게 보일 수 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짧은 글들이라 읽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습니다. 저는 읽기 시작한 당일에 마무리했네요.
새로운 시각으로 ‘한국인’을 알고 싶다면 일독 추천 드립니다.
올해 48번째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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