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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독후기록 48] 줬으면 그만이지.

어른 김장하 선생에 대한 취재기

by 서민호

[줬으면 그만이지]

김주완 기자의 아름다운 富者 김장하 취재기

김주완, 도서출판 피플파워, 2023년 1월(2025년 4월 10쇄), 볼륨 359쪽.



평생 자가용 없이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 다니신 분. 걸음 뒷모습이 특이하신 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신 분. 無住相布施(집착 없이 베푸는 것, 한마디로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는 보시)를 실천하신 분. 1944년 생인 김장하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글을 쓴 김주완 님은 1964년생으로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장을 거쳐, 명퇴 후 그동안 롤 모델로 삼아왔던 어르신들을 탐구 대상으로 삼아 첫 번째로 탐구한 책이 바로 이 책입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인물의 평전이나 전기가 아닌 말 그대로 그분 걸어온 길에 대한 취재기입니다. 많은 이야기가 담긴 다소 긴 취재기.

이 책을 쓰며 작가는 ‘글쓰기의 효용감’에 대해 언급합니다. “나쁜 사람들을 비판하고 단죄하는 것도 중요한 언론의 기능이지만, 좋은 분들을 널리 알리는 것 또한 세상을 바꾸는 유용한 방법”이라고요.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입니다.


저는 책 보다 <어른 김장하>라는 MBC경남 김현지 PD가 제작한 다큐멘터리로 김장하 선생을 먼저 알게 되었습니다. 편집 영상이라는 제한적인 방법으로 많은 내용을 다 담을 수 없었겠지만, 다큐를 본 후 다가온 감동은 “이 시대에도 제대로 된 어른이 계시는구나!”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책은 7장 구성입니다만, 편의상 주제를 묶어 놓은 것이니 구분은 별다른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읽으면서 몇 가지 메모한 내용을 함께 공유합니다.


김장하 장학금의 특징. 1) 수여식 또는 전달식을 하지 않는다. 당연 사진도 찍지 않는다. 2) 성적보다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우선 선발한다. 3) 일회성이 아니라 졸업 시까지 전액을 지원한다. 4) 등록금뿐 아니라 생활비 등 각종 경비까지 지원한다. 5) 드물지만 재수생에게 입시학원비와 하숙비까지 지원한다. 6) 살 곳이 마땅찮은 아이는 아예 자신의 집에 들여 함께 살면서 자식처럼 키운다. 7) 그런 기록 자체를 남기지 않고, 누가 물어도 말해주지 않는다. 8) 그렇게 지원한 학생에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117쪽). 장학금은 아니지만 후원의 원칙 중 “정치나 선거운동에는 절대 후원하지 않는다”는 원칙도 인상적입니다.


명신고등학교 설립 후 교사와 직원 채용의 3원칙. 1) 친인척이나 지인은 쓰지 않는다. 2) 돈을 받고 채용하지 않는다. 3) 권력의 압력에 굽히지 않겠다. 이 원칙을 너무나 잘 지키는 바람에 권력 실세들의 청탁을 뿌리쳤다가 세무서와 당시 문교부의 표적 감사를 받았다고 합니다만 털어 먼지가 안 났다고 하네요.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부끄럽지 않게 살려고 노력을 많이 했지만 아직도 부끄러운 게 많다. 앞으로 남은 세월은 정말 부끄럽지 않게 살도록 노력하겠다”는 문장을 읽으며 숙연해집니다.


김장하 님에 대해 주변 사람들은 “호수처럼 단단하신 분. 그 안에 내공이 굉장히 깊은 분”이라 이구동성으로 말하는데요. 그의 선행이 주변사람들에게 전염이 되어 더 좋은 사회로 나아간다는 의미에서 ‘김장하 바이러스’라 불린다는 점에서, 이 좋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북한여행기나 명신고를 국가에 기증하며 남긴 학교법인 이사장 퇴임사, 수많은 축사 등을 통해 선생님의 필력뿐 아니라 내공이 대단한 분임을 알 수 있습니다.


“줬으면 그만이지.” 이 한마디에 봉사의 자세와 봉사의 마음가짐이 담겨있습니다.

헌법재판관 이었던 문형배 재판관과의 인연으로 더 관심받고 유명해진 분인데요. 이 부분은 워낙 유명한 내용이니 굳이 언급은 생략합니다.

김장하 선생님, 유일한 박사님, 전형필 선생님, 장기려 선생님과 같으신 분들이 우리 사회에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선생님에 대한 지역사회의 평 한 문장을 옮겨 봅니다.

“그 이가 온 이래 진주는 전보다 훨씬 좋은 동네가 되었다.”


올해 48번째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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